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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강아지가 죽었는데"... 동물 대하는 법원 잣대는 아직도

【코코타임즈】 동물 학대와 동물보호법 위반에 대해 세상의 시각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죽거나 다친 것은 '동물'이 아니라 '가족'이고, 그 충격과 슬픔은 가족을 잃은 것 이상인데 말이다. 

 

하지만 사법부의 눈길은 아직도 10년전, 20년전에 머물러 있다. 최근 벌어진 2개의 재판은 이를 여실히 증명해준다.

 

'가족'을 잃었는데... 검찰도, 법원도, 가해자 '고의' 여부만 따져


먼저, 지난해 7월 서울 은평구 불광동 주택가에서 로트와일러를 입마개도 하지 않은 채 데려나갔다 지나던 스피츠를 물어 죽이게 한 맹견 견주 A씨. 당시 로트와일러는 스피츠 주인의 손도 물어 2주 상해를 입히기도 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성지호)는 16일, 재물손괴 및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75)의 첫 공판을 열어 벌금 600만원을 선고했다.  

 

맹견 관리를 하지 못해서 생긴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는 유죄로, 스피츠를 죽인 '재물손괴죄'는 고의성이 없다고 보고 무죄로 판단한 것. 재물손괴죄는 피고의 '고의'가 입증되어야 처벌이 가능하다. 

 

이와 관련, A씨 변호인은 "피고인이 집안에서 외출 준비를 하며 입마개를 씌우던 중 가해견이 뛰쳐나갔다"며 "피고인은 직후 가해견을 피해견과 분리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잘못을 인정하며 반성하고 있다"면서 "로트와일러를 훈련시켜 현재까지 아무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고, 향후 입마개 착용도 다짐하고 있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피고인은 맹견이 거주하기 적합하지 않은 환경에서 무리하게 맹견을 키워와 그간 3회에 걸쳐 유사한 사고가 발생했다”면서 "특히 이 사건은 피고인의 집행유예 기간 중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스피츠 죽였어도 '무죄'... 사람 다치게 한 것만 벌금 600만원


이어 "로트와일러가 교육을 시킨다고 달라질 것 같지 않고 피고인도 (개를) 실질적으로 통제할만한 체력이 안 된다"면서 A씨 측 주장을 배척했으나, “다만 상해의 적극적인 고의가 없었고, 피해자의 상해 정도가 중하지 않을 점을 고려해 형을 정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례처럼 동물이 다른 동물을 해친 경우, 가해 동물 보호자의 '고의'를 입증할 책임을 피해자에 남겨 놓았다는 점은 문제로 남는다. 민법이 동물에 제3의 법적 지위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옛날처럼 '물건'의 하나로 해석하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가해동물 보호자의 고의를 입증하지 않으면 형사 처벌이 어렵고, 비록 손해를 인정하더라도 손해배상액은 강아지 구입비 정도에서 결정 나게 된다. 특히 이런 사고로 반려동물을 잃으면 정신적 충격이 이만저만 아닌데, 정신적 위자료조차 소액에 불과하다. 

 

한편, 재판에서 징역 6월을 구형했던 검찰은 1심의 이번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동물판 n번방 운영자, 재판도 없었다... 벌금 300만원으로 끝


또 다른 케이스는 길고양이 등 동물을 잔혹하게 학대하는 영상과 사진을 공유한 온라인 단체채팅 '고어방' 사건.  

 

 

이 사건을 둘러싸고 우리 사회엔 엄청난 공분이 일었지만, 그 운영자에게 내려진 처벌은 고작 벌금 300만원이 전부다. 

 

'동물판 n번방'이라고도 불린 이 사건은 올해 초 동물보호단체의 고발로 수사가 시작됐다. 특히 미성년자를 포함해 약 80명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큰 충격도 던졌다.  

 

그런데도 검찰은 이 방 운영자 조씨에게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6월에서야 벌금 3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청와대 청원까지 올리며 강력한 처벌을 요구했던 시민들의 눈높이와는 완연히 다른 결과였다. 

 

법원도 7월 14일 조씨에게 벌금 3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더 어처구니 없는 것은 조씨가 이에 불복해 정식 재판까지 청구했던 것. 이에 16일 첫 공판을 앞두고 있었으나, 그 사이 변심한 조씨가 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단독(판사 양환승)에게 정식재판청구 취하서를 제출하면서 벌금 300만원 약식명령이 확정됐다.  

 

정식 재판을 통해 혹시 다른 판결이 내려질까 기대했던 시민들로선 허탈한 결말인 셈이다.  

 

한편, 형사소송법은 1심 판결 선고 전까지 정식재판 청구를 취하하면 그대로 절차가 마무리된다. 약식명령 또한 확정 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있다고 간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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