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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이슈

전쟁영웅 처칠, 그를 우울증에서 건져낸 고양이

 

 

 
 
   
 

【코코타임즈】 오랫동안 ‘인간의 친구’로 불려왔던 개와 달리 반려동물로서 고양이의 위치는 시대와 문화권에 따라 상당한 편차를 보인다. 고대 이집트의 고양이는 신으로까지 추앙을 받았던 반면, 유럽에서 마녀사냥이 횡행하던 시기에는 마녀의 심부름꾼으로 격하됐다.

 

오늘날 반려동물로서 고양이가 지위를 되찾은 것은 19세기 무렵 여러 유명인사들이 고양이를 애지중지했던 영향이 적지 않았다. 

 

특히 동물을 사랑하는 영국의 경우,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 관저에 기거하는 고양이는 ‘총리 관저 수석 수렵보좌관’(Chief Mouser to the Cabinet Office)이란 공식 직책까지 가지고 있다.

 

1924년부터 지금까지 12대에 걸쳐 이어온 이 자리는 방문객을 맞거나 관저 보안상태 점검(쥐잡기) 등 주요 임무를 맡고 있다.

 

 

 

이처럼 영국의 총리들은 고양이를 아꼈는데, 그 중에는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윈스턴 처칠 경도 있다. 

 

다만 여기엔 반전이 있는데 처칠이 고양이에게 마음을 붙이게 된 계기는 사실 평생을 시달려온 우울증 탓이다. 처칠은 자신의 우울증을 '검은 개'라 불렀는데, 그림을 그리고 시가를 피우는 것으로 이를 달래려 했다.

 

윈스턴 처칠 하면 흔히 떠오르는 사진이 있다. 시가를 문 채 검은 고양이를 안고 있는 모습이다. 이 사진을 찍은 작가 유서프 카쉬는 전쟁을 치르며 영국을 이끄는 그의 카리스마를 담아내려 했다고 한다.

 

그러나 오히려 사랑스러운 듯 고양이를 품고 있는 처칠의 모습에서는 근엄한 분위기보다는 인간적인 면모가 느껴진다. 다만 그 당시만 해도 가축이 아닌, 반려동물을 대상으로 한 수의학이 크게 발달하지 못했기에 처칠이 키웠던 고양이들은 지금처럼 오래 살지는 못했다.

 

그가 키웠던 고양이들은 넬슨, 캣(이름을 따로 붙여주지 않았다), 벤저민, 스튜어트 등이다. 특히 넬슨 제독에게서 이름을 따온 검은 고양이 '넬슨'은 처칠이 공식 석상에도 대동했다. 

 

 

 

 

 

중요 회의 때도 넬슨(Nelson)은 처칠의 무릎에 앉아 자리를 지켰으며 처칠은 넬슨을 두고 "가장 따뜻한 나의 손난로"라고까지 말했다.

 

또한 '캣'이라는 고양이가 가출하자 그는 "캣, 용서할테니 돌아오라"는 친필 메모를 관저 앞에 남겼고, 신기하게도 돌아왔다는 일화도 있다.

 

늘그막에 처칠은 '조크'라는 고양이를 애지중지 길렀다고 전해진다. 죽기 얼마 전 찍은 사진에 같이 나온 고양이가 바로 그 조크다.

 

처칠은 조크를 '특별보좌관'으로 임명하고, 전시 비상 내각회의에도 참여하게 했다. 그런데, 조크가 식탁에 앉기 전에는 아무도 식사를 할 수 없었다고.


처칠의 비서였던 존 콜빌이 그의 88세 생일에 선물한 조크는 그러나 불과 2년만에 처칠이 세상을 떠나면서 오랜 시간 그와 함께 하지는 못했다.

다만 처칠 사후에도 유족들은 조크를 1974년, 수명을 다할 때까지 길렀다. 지금도 조크의 후손들은 조크 처칠 가()에서 대를 이어 살고 있다고 한다.

 

 

우울증을 이기게 해준 처칠의 동반자

 

우울증 같은 정신질환과 반려동물을 통한 치료는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낯설지 않다.

 

동물매개심리치료학회 관계자는 "반려동물은 자신에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는 존재이자, 이야기를 자유롭게 들어줄 수 있는 친구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이것만으로도 반려인은 타인과의 교감 능력이 늘고 우울감, 스트레스가 줄어드는 등의 효과를 볼 수 있다.

 

동물을 돌보기 위해 생활 리듬이 규칙적으로 바뀌고, 동물을 산책시키는 동안 운동 효과도 보게 된다.

 

농촌진흥청은 지난해 93명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강아지, 토끼와 집 꾸미기, 산책하기, 감정 나누기 같은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그 결과, 어린이의 사회성, 자아존중감, 주도성은 각각 15.8%, 15%, 24.7% 높아진 반면, 공격성과 긴장 수준은 각각 21.5%, 17.3% 낮아졌다.

 

암 환자를 1주일에 1시간씩 개와 시간을 보내게 했더니, 우울감과 걱정을 느끼는 정도가 다른 환자의 절반으로 줄었다는 이탈리아의 연구 결과도 있다.

 

따지고 보면 2차 세계대전의 연합군 승전도 처칠의 치밀한 전략에 힘입은 만큼, 그의 마음을 돌봐 준 고양이 '넬슨'과 '존슨'은 어쩌면 '숨은' 전쟁영웅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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