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대병원과 오 교수에 대해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마약류 관리법 위반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형사고발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29일 여러 동물보호단체들이 "서울대병원에서 고양이를 이용한 비윤리적인 동물실험을 진행했다"며 '실험묘 고통사 사건 진상 규명 및 재발방지책 마련'을 촉구한 데 이어 2단계로 법률적 조치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이들은 "오 교수가 지난 2015년~2018년 '인공와우 이식기를 통한 대뇌 청각 피질 자극 모델 연구'라는 주제로 실험을 하며 건강한 고양이 6마리에게 특정 약물을 투여해 청력을 떨어뜨렸고, 이들은 실험이 끝난 후 마취제도 없이 고통스럽게 생을 마감해야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또한 그 당시 고양이들은 헤르페스(허피스), 구내염 등 질환을 앓았고 치료도 제대로 받지 못한 것은 물론 이 모습을 보다 못한 한 연구원이 고양이들을 입양하려 했지만 이마저도 거부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마취제도 없이 고통스럽게 죽인 것"
유 대표는 이와 관련, "오 교수 연구팀은 연구를 진행하면서 서울대병원 동물실험윤리위원회로부터 동물실험 계획서를 제출해 승인받은 사실이 있다지만 이는 기존에 수행한 연구과제명과 동일한 연구"라고 주장했다. 연구 재탕 의혹과 함께 쪼개기 연구를 위한 동물실험이 이뤄진 것으로 의심된다는 것이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에 대해서는 "오 교수가 동물실험을 종료하면서 6마리 고양이를 마취제를 사용해 안락사했다고 해명했다"며 "하지만 식약처 기록을 보면 마약류인 마취제(졸레틸) 사용 기록을 전혀 찾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측은 이에 대해 "해당 마취제의 양이 단순 실수로 다른 동물실험에 중복 사용된 것으로 추측된다"고 해명한 바 있다.
유 대표는 또한 "오 교수가 해당 연구를 위해 번식장으로부터 고양이들을 반입했다고 주장하지만 유기묘(길고양이)를 대상으로 동물실험을 한 것으로 의심된다"며 동물보호법 24조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동물실험을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최소한 기본 원칙을 지켜달라는 것이다. 과정이 윤리적이지 못하고 정직하지 못하면 과학이 될 수 없다"며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이원복 한국동물보호연합 대표도 "가장 안전하고 투명한 동물실험을 해야 할 서울대학교병원에서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며 "이 사건에 대한 진상 규명이 되고 재발방지책이 마련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나라 동물실험 문제 해결의 시작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물실험 숫자 5년 사이 2배 늘어나
한편 농림축산검역본부의 '2018년 동물실험 및 실험동물 사용 실태 보고'에 따르면 국내 실험동물의 숫자는 372만 7163마리. 2013년 197만 마리에 비하면 5년 사이에 2배 가까이 늘어난 것.
실제로 바이오, 의학 분야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동물실험도 매년 늘어나고 있다. 실험 대상의 90% 이상은 쥐 등의 설치류지만, 어류와 닭은 물론 토끼, 돼지, 원숭이, 개도 적지 않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번처럼 고양이도 있다.
동물보호단체에서는 동물실험의 상당수가 고통을 수반한다며 반대한다. 동물실험은 고통의 정도에 따라 A~E 등급인 5단계로 나뉜다. 이 중 3분의 1 이상은 마취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아 고통스러운 E 등급 동물실험이라는 것이 동물단체의 주장이다.
반면 의학계에서는 최근 코로나19 등 전염병의 치료제 개발을 위해서는 부득이하게 동물실험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맞서고 있다. "당장 코로나19 치료제 실험을 사람으로는 할 수 없으니 동물로 해야 한다. 실험을 통해야만이 어떻게 죽는지, 항체는 어떻게 생기는지 등의 과정을 알 수 있기 때문"(서울대 수의대 박재학 교수)이라는 것.
다만 동물복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윤리적으로 실험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데 의학계도 공감하는 분위기다. 박재학 교수는 "인간을 위해 희생하는 동물들이니까 인도적으로 다루는 것이 맞다. 의학계에서도 계속 대체시험법을 개발하고 윤리적 실험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