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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이슈

【기고】원헬스시대, 동물전용 ‘신약’ 늘릴 비결은

 

 

【코코타임즈】 동물용 의약품 세계시장은 2020년 현재 벌써 45조 원 규모를 넘나든다. 국내시장도 약 1조 3,400억 원으로 세계시장의 3%를 차지한다. 최근 5년간은 연평균 8.9%씩 늘어났다.

 

반려동물 전용 약품 역시 2021년 현재 1,800억 원 규모로 전체 내수시장(산업동물+반려동물)의 약 20%에 이른다. 최근 들어서는 성장세가 더 빠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선진국처럼 고양이 반려인이 증가하고 있으며, 반려동물의 노령화 추세가 뚜렷하다. 이에 따라 노령동물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통증, 피부질환, 피부, 관절염, 심장병 등의 노인성 질환과 함께 비만, 당뇨 등의 대사성 질환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동물병원 수의 임상에서는 인체의약품, 또는 다른 동물에서 사용하도록 허가된 약품 등을 수의사가 처방하여 사용하고 있는 게 우리 실정이다. 약품 오남용 문제가 사라지지 않고 있는 까닭이다.

 

특히 사람과 동물은 체내역학 및 동태의 차이 때문에 약물 안정성과 효능이 100배까지도 다를 수 있다. 반려동물 전용 약품의 확보가 무엇보다도 필요한 이유도 거기에 있다.

 

국내에서도 최근 반려동물 전용의 노인성 및 대사성 의약품의 인허가 수요가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지만, 현재까지는 대부분이 복제약품이다.

 

따라서 반려견과 반려묘에서 자주 생길 수 있는 이들 질병을 효과적으로 치료하기 위해서는 반려동물에 맞는, 그리고 이들 질환에 효과가 큰 전용(專用) 약품 확보가 우선 필요하다.

 

특히 2017년부터는 치매, 고혈압, 관절염 치료제는 물론 줄기세포 치료제 등 노인성 및 대사성 질병의 치료를 위한 신약 인·허가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동물용 의약품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독성시험, 효능시험, 인·허가 과정 등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 영세한 국내업체로선 전용 약품 개발에 선뜻 나서기 힘들다는 얘기다. 이들 전문업체 평균 매출액은 연간 14억 원 수준에 불과하다.

 

지금까지 동물약품은 소, 돼지, 닭 등 산업(産業)동물을 중심으로 예방약과 감염성 질병의 치료가 중심이었고, 대부분의 관련 제도 역시 이들을 중심으로 조직돼 있다. 그 때문에 개 고양이 등 반려동물 분야에선 이들에 초점을 맞춘 유효성 평가시스템도 부족했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


우선,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민간에서 진행하는 제품개발 노력을 북돋아 줄 연구개발(R&D)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와 함께 이들 제품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할 전문심사인력 풀(pool)의 확보도 필요하다.

 

특히 반려동물 전용 의약품의 인허가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저(低)비용, 고(高)효율 약품 인·허가체계를 새롭게 고민해봐야 한다. 예를 들어 기존 인체의약품으로 허가된 약품, 비임상시험이 완료된 인체의약품 후보물질, 다른 동물에서 허가된 약품 등을 반려동물에 과감히 준용해주는 전략이다.

 

또한, 국내 동물약품 산업의 영세성을 고려하여 국가 주도로 기획하거나 연구·개발한 반려동물 전용제품을 산업체에 기술이전을 해주는 과정을 통해 기업의 대표 브랜드를 만들어볼 수 있다. 이를 통해 연 1,000억 이상 매출을 올리는, ‘국가대표’급 동물약품 전문기업을 육성해 글로벌시장을 진출하게 하는 것이다.

 

인체의약품은 대웅제약 ‘우루사’, 광동제약 ‘우황청심원’, 동아제약 ‘박카스’처럼 기업을 대표하는 브랜드가 명확하게 인식되어 있다. 반면, 국내 동물약품 제조사의 경우에는 이러한 대표 브랜드가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하지만 인체의약품도 실은 1987년 ‘물질특허’제도가 도입되면서 제약기업들의 연구·개발이 본격화되었던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이를 계기로 국내 제약산업도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과감한 연구개발 투자가 필요하게 되었고, 국가 차원에서도 제약사들이 신제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연구비 예산 지원 등 다양한 지원책으로 손발을 맞추었다.

 

그로부터 10년 후 우리나라에서도 국내개발 신약이 탄생하였고, 2003년에는 ‘메이드인코리아’(Made in Korea) 신약이 사상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처(FDA) 허가도 받게 된다.

 

우리나라는 숱한 위기 속에서도 이를 이겨내고 살아남는 저력을 보여 왔다. 지금의 우리나라 반려동물 약품산업 역시 여러 가지 ‘위협’ 요소들로 둘러싸여 있다. 하지만 반려동물 약품을 키우려는 정부의 의지, 이를 뒷받침할 우수한 바이오 기술력은 우리의 잠재력이다.

 

다행히 동물 의료분야에서 신(新)시장을 개척해보려는 바이오 스타트업들이 혁신적인 기술과 다양한 아이디어로 무장하고 있다. 거기에 사람-동물-환경을 아우르는 ‘원헬스’(One Health) 개념의 확장과 최근 반려동물 산업이 급속도로 성장을 하고 있다는 것은 이들에게 특별한 ‘기회’ 요소다.

 

이제, 반려동물 인허가 장벽을 둘러싼 규제 완화, 반려동물 약품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할 수 있는 민관 합동의 인프라 구축 등 전략적이고 선택적인 지원이 필요한 때다. 우리의 강아지 고양이에 딱 맞춘, 더 안전하고 효능 있는 전용 약품이 당장 필요하기 때문이다.

 

 

=강환구 세명대 교수(동물바이오헬스학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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