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타임즈】 "어디가 아파서 오셨어요? 언제부터 아팠나요?"
우리가 병원에 가면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주고받는 질문이다. 이 흔한 질문이 필자가 수의사로 일하면서 환자(환견, 환묘)에게 가장 하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반려동물 진료를 하면 힘든 점이 많다. 그 중 하나를 꼽으라고 하면 '의사소통의 한계'라고 답할 것이다. 환자가 어디가, 언제부터, 얼마나 아팠는지 속 시원하게 말해준다면 치료를 하는 입장에서도, 또 치료를 받는 입장에서도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안타깝게도 동물병원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사람의 진료와 반려동물 진료에서 이런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이 때문에 몸 속을 들여다볼 수 있는 '엑스레이' 검사는 반려동물 진료에서 매우 중요해지는 것이다.
엑스레이(X-ray) 검사…몸에 해롭진 않을까
엑스레이 검사는 X-선이라고 하는 일종의 방사선을 이용해 몸 속을 들여다보는 검사다. 몸을 투과하려면 일정 이상의 에너지가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어느 정도 몸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의료용 엑스레이 검사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받는 '자연 방사선'과 비교할 때 크게 위험하지 않다. 즉, 엑스레이로 인한 손해보다 이 검사를 통해 우리가 얻을 것으로 기대되는 의료적 이득이 훨씬 크기 때문에 이 검사를 이용한다.
각종 질병에서 활용…진단과 치료의 '나침반'
흔히 엑스레이 검사라고 하면 뼈를 확인하기 위해 사용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반려동물에 있어서는 거의 모든 질병에서 엑스레이 검사를 이용할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이 엑스레이 검사의 가장 큰 장점이다.
정확히만 판독이 된다면 머리에서부터 이빨, 심장, 폐, 배 안의 여러 장기 그리고 다리에 이르기까지 셀 수 없을 정도의 질병이 엑스레이 검사로 진단된다.
그렇기 때문에 동물병원에서는 혈액 검사와 더불어 대부분의 환자에서 수행되는 기본 검사라 할 수 있다. 엑스레이 검사만으로 모든 질병을 진단할 순 없다. 하지만 향후 진단과 치료의 방향을 제시해주는 '나침반'과 같은 역할이라 할 수 있다.
대부분 반려동물 마취 없이 검사…효율 높아
두 번째 장점으로는 마취를 할 필요 없이 바로 수행할 수 있는, 효율이 높은 검사라는 점이다.
반려동물이 자신의 증상이나 부위를 말해주지 못하는 '의사소통의 한계' 외에도 반려동물을 진료할 때 또 하나의 어려운 점은 바로 '검사 순응도가 낮다'는 점이다.
환자가 검사를 할 때 끊임없이 움직이기 때문에 CT나 MRI와 같은 상위 검사를 하기 위해서는 전신 마취가 필요하다. 환자가 노령이고 질병이 있을 때는 마취 자체만으로도 위험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수의사는 늘 검사의 필요성과 위험도 사이에서 저울질하며 고민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엑스레이 검사는 마취없이 진행된다. 비교적 간단한 과정에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가장 효율이 높은, 요즘말로 '가성비'가 높은 검사라 할 수 있다.
반려동물의 건강 검진을 계획하고 있다면 또는 현재 여러 이유로 동물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있다면 엑스레이 검사를 받아보는 것을 적극 추천한다.(서울=뉴스1)
글=김재환 건국대 수의과대학 영상진단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