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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이슈

길냥이에 불 붙이고 "靑청원 숫자만큼 살해"

 

 

【코코타임즈】 길고양이 학대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산 채로 불태우며 잔혹한 방법으로 학대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오는가 하면 약물 테러로 의심되는 사건도 발생했다. 길고양이 대규모 살해 예고도 있어 동물보호단체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동물보호단체는 고양이 학대범의 처벌 수위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동물권행동 카라는 고양이를 산 채로 불태우며 잔혹하게 학대하는 영상을 올린 성명불상의 글 게시자를 지난 9일 서울 마포경찰서에 고발했다고 12일 밝혔다.  

 

지난달 말 디시인사이드 '야옹이 갤러리'에는 고양이를 잔혹하게 학대하는 행위가 담긴 영상과 사진이 잇달아 올라왔다. 얼굴에 심한 화상을 입은 고양이 사진뿐 아니라 포획용 틀에 갇힌 고양이가 몸에 불이 붙어 고통스러워하며 몸부림치는 끔찍한 영상도 담겼다.  

 

즉각 공분이 일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길고양이 학대에 대한 엄중한 수사를 촉구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그러자 고양이를 학대한 영상을 올린 것으로 추정되는 게시자는 "청원 동의 수만큼 고양이를 죽이겠다"고 협박하고 나섰다. 작성자는 더 많은 '털바퀴'를 잡아 태우겠다고 경고했다. 털바퀴는 일부 온라인상에서 고양이를 '털 달린 바퀴벌레'라고 비하해 쓰는 표현이다. 

 

길고양이에 대한 학대는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전국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다. 울산 동구 대왕암공원에선 최근 고양이 사체가 잇따라 발견되고 있다. 길고양이가 무리 지어 살고 있어 고양이 명소로 불리는 곳인데 고양이 사체가 발견된 데 이어 약물 중독이 의심되는 새끼고양이도 나왔다.  

 

지난 1월에는 경남 창원시의 한 식당에서 키우던 고양이를 지나가던 남성이 꼬리채 잡아 올려 바닥에 내리치는 방법으로 살해하기도 했다.  

 

문제는 길고양이학대가 주로 일부 개인의 잘못된 분노 표출로 이뤄졌다면 근래에는 집단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데 있다.

 

도 넘는 고양이 학대…여성혐오, 고양이에게 드러낸다는 주장도


대표적으로 지난해 동물판 n번방이라고 불렸던 고어전문방 논란이다. 고어전문방은 야생동물을 포획하거나 신체를 자르는 방법을 공유하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인데 이들은 야생동물 학대 영상과 사진을 공유했다. 고양이에게 화살을 쏜 후 피를 흘리는 모습을 공유하고 고양이 머리로 추정되는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젠더 갈등이 길고양이 학대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길고양이를 보호하는 집사들이 주로 여성들(캣맘)이기에 이들을 향한 반감을 길고양이에게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고양이 학대글이 올라온 일부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캣맘을 겨냥한 비하글이 수두룩하다. 한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는 "일부 커뮤니티에서 길고양이 학대 영상을 올리는 것을 보면 여성 혐오를 고양이에게 드러내는 경향이 있어 보인다"고 우려했다.

 

동물 학대 해도 실형 극소수…동물에 대한 인식 변화 필요


최근 이뤄지고 있는 길고양이를 향한 무차별적 학대를 방지하기 위해선 처벌 수위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동물을 학대해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는 최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하지만 동물학대로 형사처벌을 받는 일은 극히 드물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10년부터 2019년까지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검거된 3345명 중 기소된 인원은 304명이었는데 이 가운데 실형이 선고된 이는 10명에 불과했다.  

 

게다가 이들의 형량은 대부분 수개월뿐이었고 음주운전과 상해 등의 혐의가 추가되면서 실형이 선고됐다. 183명은 벌금형, 21명은 선고 유예, 4명은 무죄 판결을 받았다.  

 

동물보호법 개정을 통해 최대 징역 기간을 기존 2년에서 3년으로, 벌금도 1000만원 높였지만 실제 법 집행 과정에선 적용되지 않고 있다.  

 

동물단체 관계자는 "지금까지 동물학대로 법정 최고형이 한 번도 나온 적도 없고 실형 역시 극소수"라며 "가벼운 처벌로 동물학대 범죄가 계속 나올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동물을 학대하면 실형을 적극적으로 적용해야 또 다른 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지난해 현행 민법에서 물건으로 분류된 동물에게 별도의 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민법 개정안이 입법 예고된 만큼 동물에 대한 재판부의 인식 변화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서울=뉴스1) 박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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