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타임즈】 "사랑으로 데려와 지갑으로 키운다!"는 얘기가 있다. 반려동물 키우는데 생각보다 많은 돈이 든다는 것이다.
흔히 "고양이는 키우는데 부담이 덜 된다"는 얘기도 많았지만, 실제론 강아지도, 고양이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것은 일본에서도 역시 동물병원 진료비.
일본의 고양이 전문잡지 <네코노 기모치>(ねこのきもち、고양이의 기분)는 그래서 독자 1천281명에게 진료비와 보험료를 설문 조사한 결과를 지난 10월호에 보도했다.
"기른 햇수 짧다고 지출이 적은 건 아니다"
아이치현(愛知県)에 사는 M씨는 고양이를 기른 지 3년 됐다. 그런데 그 3년 동안 들어간 진료비가 모두 150만엔(약 1천560만원)이 넘는다.
하지만 염증성 장 질환은 완치가 어렵다고 한다. 췌장염도 재발한 상태. 이 아이 보살피는데 드는 비용이 한 달 가계 지출액 중에서 가장 크다. M씨는 "그래도 내 가족인데, 할 수 있는 건 모두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 차원에서 <네코노 기모치>는 "고양이 기르는 데 지금까지 들어간 진료비는 모두 얼마인가?"라고 독자들에게 물었다.
5만엔(약 52만원) 이하 들었다는 응답이 약 75% 정도로 가장 많았다. 그런데 "6만엔(약 62만원) 이상 들었다"도 22.1%나 됐다. 병치레 하는 아이를 키우고 있는 경우가 의외로 많은 것.
후쿠오카현(福岡市県)에 사는 Y씨 고양이는 최근 이물질 때문에 수술을 받았다. 하루에 몇 번이고 구토를 하면서 작은 이물질들은 다행히 빠져나왔지만, 큰 덩어리는 위에 계속 남아 결국 내시경으로 빼내야 했던 것.
비용도 만만치 않았는데, Y씨는 미리 보험을 들어 놓아 수술비의 30% 정도만 부담했다. 보험사가 수술비의 70%를 내주는 보험이었던 것. 그는 "입양할 때 우리 아이가 4개월이었는데, 혹시 무슨 일이 있을 지 몰라 데려오는 즉시 보험부터 가입했었다"고 했다.
<네코노 기모치> 설문조사에 따르면 "펫보험에 들었다"는 47.1%, "들지 않았다"는 52.9%로 엇비슷하게 갈렸다.
일본은 펫보험 많이 활용... 펫전문보험사들이 동물병원과의 제휴로 난제 풀어가
일본은 우리보다 펫보험 시장이 훨씬 발달해있다. 일본 전체의 펫보험 가입률은 9.1%. 시장 규모만 약 667억엔(7천100억원) 수준이다. 펫보험 가입률 0.04%에 불과한 우리나라와는 비교도 안 된다.
그런 시장을 이끌어온 게 애니콤, 아이펫 등 펫전문 보험사들. 이들은 제휴 동물병원들 진료비 정보를 홈페이지에 공시하면서 보호자들에게 선택권을 주고 있다.
병원과 보호자 사이의 정보 비대칭성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는 것. 보호자들의 신뢰도가 높아질 수 밖에 없다. 그러면서 이들 펫전문 보험사들이 전체 시장의 약 78%를 차지하며 흐름을 선도하고 있다.
잡지는 또 "펫보험료로 한 달에 얼마 정도 내고 있는가?"’도 물었다.
절반을 넘는 58.3%가 "3천엔(약 3만원) 이하"라고 답했다. 애니콤, 아이펫 등이 만든 '소액보험'이 그만큼 일반화돼 있다는 얘기다.
그 다음 8천엔 이하가 19.6%였고, 우리돈 10만원을 넘어가는 1~2만엔대도 5%가 넘었다. 이 정도면 제법 가계에 부담이 될 수준이다.
반려동물 진료비는 불가피한 '필수경비'... 펫보험도, 펫적금도 도움 된다
<네코노 기모치>는 이런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자산관리 전문가들의 조언도 곁들였다. 어떻게 대응하는 게 효율적인지 알아보자는 것,
여기서 스가와라 나오코(菅原直子)씨는 "반려동물 진료비는 기본적으로 들어가야 할 '필수경비'에 가깝다"면서 "비상 상황을 위해 미리 확실한 계획을 세워두라"고 했다.
"지병이 있는 길고양이를 입양했더니 처음엔 보험 가입이 되지 않았다"고 자신의 경험을 얘기한 스가와라씨는 "(아이가)조금 건강을 찾은 후 가족들과 상의해 펫보험이 아닌 은행의 '고양이적금'에 가입해 대비했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14년 동안 길러오며 큰 의료비 지출은 3번 있었지만, 비용 문제도 수의사와 상담해가며 납득할 만 한 치료를 해왔어요. 지금은 고양이도 장수하는 시대입니다. 나중에 필요할 진료비, 간호비를 미리 염두에 둘 필요가 있는 거죠."
"의료비 대책은 미리 해두는 것이 상책"
고양이가 일생을 보내는 동안 병이 나거나 다칠 가능성은 그야말로 냥이마다 케이스바이케이스다. 예측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치료비가 거의 들지 않는 냥이가 있는 반면, 위에서 언급한 M씨처럼 3살, 아직 어린 냥이인데도 벌써 1천500만원 이상 든 경우도 있다.
펫보험에 미리 들어놓았는데, 정작 아이가 너무 건강해 괜히 손해(?) 보는 기분이 드는 보호자들도 많다.
일본 동물병원에도 '표준수가제'는 도입돼 있지 않다. 그래서 병원마다 진료비가 제각각이다.
공공 의료보험제 역시 아직 없다. 보험사가 동물병원들과 제휴를 맺어 병원 수가에 맞춰 보험료가 나오도록 해놓은 것들이 그나마 도움이 된다.
사람도 그렇지만, 반려동물 역시 보호자가 아무리 건강 관리에 애쓴다 해도 예상치 못한 일은 발생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만일의 경우, 당신은 어떤 대비를 해 놓았냐"는 물음에 우린 자신 있게 답할 수 있을까.
펫보험이든, 펫적금이든, 또 다른 방법이든 미리 대비한 것도 그렇지 않은 것의 차이는 크다. 그래도 '유비무환'(有備無患)이라고, 미리 대비하는 쪽이 지갑을 잘 관리하는 방법인 것만큼 틀림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