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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통신】(48)고양이 신장병 치료제 개발에 기부 빗발쳐

 

 

【코코타임즈】 고양이 신장병 치료제를 연구 중인 도쿄대학 연구팀에게 1만 건이 넘는 기부가 몰려들고 있다. 

 

도쿄대학교 전체가 이전에 받아온 기부는 1년 통틀어도 1만 건 정도. 그런데 하나의 개별 연구에 이렇게 많은 기부가 쇄도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그만큼 고양이 신장병에 일본 사람들 관심이 크다는 뜻이다.  

 

고양이는 신부전으로 사망하는 일이 많아 호랑이나 사자, 치타 등 고양이과 동물들에게 신장병은 숙명과도 같은 난치병. 그 원인도 아직 다 밝혀지지 않았다. 

 

 

 

신장병 원인은 단백질 AIM 기능 상실


이 연구는 도쿄대학 대학원 의학계 연구과 소속의 미야자키 토오루(宮崎徹)교수 팀이 진행 중이다.  

 

 

미야자키교수는 질환생명과학, 면역학 전문으로 사람이나 쥐 등의 동물 혈액 중에 공통으로 존재하는 ‘AIM’이라는 단백질을 세계 최초로 발견했다. 

 

AIM이란 신장을 막히게 만드는 죽은 세포 등 노폐물을 제거해 신장 기능을 유지하도록 돕는 단백질. 

 

그런데 고양이과의 동물은 AIM을 갖고는 있지만 유전적으로 그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이 신장병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라는 사실이 2016년 알려졌다. AIM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니 고양이는 나이가 들수록 신장이 계속 나빠지면서 결국 어느 시점엔 신장 기능이 멈추는 '신부전'(腎不全, renal failure)이 된다는 것이다. 

 

미야자키씨는 그간의 연구 성과를 기반으로 기능이 활성화되는 AIM을 고양이 신부전 치료약으로 개발하기로 했다. 기업 지원도 받고, 실제 고양이를 이용해 2019년부터 신약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확인하는 임상시험도 시작했다. 

 

그런데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으로 임상시험 계획이 중지되고 말았다. 수억 엔의 자금이 들어가는 대형 프로젝트인데다, 코로나 여파로 기업들이 신사업에 계속 투자할 여력을 잃어버린 것이다. 예정대로 진행됐더라면 내년초 정도면 세상에 나올 것으로 기대됐는데...

 

코로나 여파로 중단될 뻔했던 연구, 되살아날 기미 보여

 

 

 

 

 

그런데 지난달 11일, 이런 상황을 접한 지지통신사(時事通信社)가 야마자키교수와의 인터뷰 기사를 낸 것이 야후재팬 사이트에 실리게 됐다. 

 

이 기사를 읽은 전국의 고양이 보호자와 애호가들이 "기부할 수 없느냐"는 문의를 도쿄대에 하기 시작했다. 

 

담당자는 학교의 기부 코너에 급히 야마자키교수의 연구를 추가했다.  

 

그러자 지난 달 12일부터 14일 오전 9시까지만 약 2천900건, 3천만엔(약 3억1천500만원)이 순식간에 모였다. 현재까지 기부 총액은 우리 돈으로 13억원을 넘어섰다 한다. 

 

야마자키교수는 그래서 도쿄대 기부 게시판에 긴 감사의 글을 남겼다.  

 

"지금까지 일반인을 상대로 기부금을 모집한 적이 없었습니다. 신약을 만드는 연구는 매우 긴 시간이 필요해 약속한 날까지 100% 확실히 완성한다는 약속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또 치료약을 기다리는 여러분께 걱정과 불안을 주지 않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기도 하죠.  

 

단백질 AIM 제제는 일반적인 약과 달리 합성으로 바로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대량의 배양액 중 극소량 존재하는 AIM을 순도 높게 정제할 필요가 있지요. 그 이전에 배양세포로 AIM를 만드는 공정도 있고요. 여기에 시간도 비용도 많이 들어갑니다. 보통 몇 년이 걸리기도 합니다.  

 

이 과정이 끝나면 드디어 임상약이 준비되면 안정성과 약리작용 테스트를 위한 본격적인 임상시험에 들어갑니다. 동물약이라도 몇 개월에서 몇 년 걸리기도 해요. 그 후 약품으로 승인 허가를 받아 여러분께 도달하게 됩니다." 

 

그는 이어 그 과정을 지금까지는 없던, 새로운 길을 열어가는 것에 비유했다. 

 

"지금까지 동물약은 많은 경우에 사람약을 차용해왔기에 임상시험 이전의 공정을 생략할 수 있었으나, AIM의 경우는 처음부터 고양이 신부전을 위해 만드는 동물전용약이란 점에서 긴 시간이 걸립니다. 특히 단백질을 활용한 동물약은 세계적으로도 거의 전례가 없는 상황이라 마치 새로운 길 찾듯이 개발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미야자키교수는 이에 덧붙여 "많은 수의사들 및 여러 곳의 도움으로 여기까지 왔듯이 이젠 여러분의 기부에 힘입어 하루라도 빨리 AIM제제를 완성시켜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결과를 가져오겠다"며 글을 마쳤다.

 

"고양이 수명 2배로 늘릴 획기적인 치료제"


도쿄대의 해당 기부 게시판에는 기부자들의 응원글도 가득하다.  

 

 

"뉴스 기사를 통해 알게 됐어요.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 우리 고양이가 아직 3살이지만 신장병 투병 중인데 빨리 약이 실용화되기를 손꼽아 기다립니다."  

 

"몇 년 전 저희 고양이를 신장병으로 잃었어요. 치료약이 개발돼 고통 받는 냥이들에게 희망을 주시기 기도합니다." 

 

하나 같이 집사들의 간절함이 뚝뚝 묻어있다. 이 치료약이 개발된다면 고양이 수명이 지금의 2배인 최장 30년까지도 늘어날 수 있다고 하니 고양이 집사들이 목 놓아 기다리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 

 

일본에서 만일 이 약이 임상시험까지 통과해 시판된다면 전세계 고양이 보호자들에겐 큰 낭보가 된다. 우리나라 집사들에게도, 이 글을 쓰는 필자에게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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