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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사와 함께

【일본통신】(28) 한국도 일본도 피는 늘 부족해

 

 

【코코타임즈】 "A형 고양이 혈액 찾고 있습니다. 긴급상황입니다!" "‘B형 혈액형 고양이 헌혈 도와주세요!"

 

반려인들이 주로 모이는 SNS 채널 게시판 등에 한 번씩 이런 글들이 올라온다. 긴박하고 안타까운 글. 이런 글들이 올라오면 냥이 집사들은 남의 일 같지가 않다.

 

 

수술에 필요한 고양이 혈액 부족 사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동물 의료가 나날이 발전해 고도화된 수술이 많아진 것도 그 이유지만, 반려동물 사육수 증가에다 늘어난 수명 때문이기도 하다.

 

 

일본의 상황도 다르진 않다. 거의 모든 동물병원 홈페이지엔 "헌혈 기증 등록을 부탁합니다"란 공지글이 올라와 있기 일쑤다. 자세한 등록 방법도 나와 있다.

 

 

특히 수술이 많은 '2차 동물의료센터'의 경우 연간 약 1천 건 정도 되는 수술 중 반드시 수혈이 필요한 경우가 10% 정도 되는데, 혈액은 늘 부족하다고 한다.

 

 

일본도 아직 공식적인 '동물혈액은행'은 없다.

 

 

각 병원들이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상황이기에 이들 병원 홈페이지에는 최근 헌혈에 협조해 준 개, 고양이 이름과 사진(보호자가 원할 경우만)을 올려 놓기도 한다. 덕분에 수혈을 통해 건강을 되찾은 동물 보호자들의 감사글도 보인다.

 

 

동물병원마다 헌혈 권장 안내문... 하지만 제도적 허점도 많아

 

하지만 그 속에도 또 다른 문제가 있다.

 

 

어떤 한 동물병원에서 채혈한 혈액은 인근의 다른 동물병원으로 제공해주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가능하다 해도 매우 까다로운 승인이 필요하다. 여기엔 일본 농림수산성의 까다로운 헌혈 공여 기준도 만성적인 혈액 부족사태에 한몫을 하고 있다 한다.

 

 

 

 

 

도쿄 미나토구(港区)에 사는 유키에씨는 최근 단골 동물병원으로 부터 자신의 반려묘를 ‘헌혈 기증’에 등록해달라는 정중한 부탁을 받았다.

 

 

"반려묘 건강 상태도 매우 양호하고 성격도 온순한 편이니 괜찮다면 긴급시 혈액 제공이나 정기적인 헌혈을 해달라"는 얘기였다.

 

 

유키에씨 반려묘는 터키시 앙고라 종으로 B형 혈액형을 가졌다. 고양이 혈액형은 3가지로 A형(약 90%), B형(약 10%), AB형(아주 희귀)이 있다.

 

 

자신의 반려묘를 혈액기증묘로 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처음엔 당연히 망설였던 유키에씨. 하지만 평소 공혈묘에 관한 책을 읽고 감동 받은 적이 있던 덕분에 기증 등록을 결심했다.

 

 

그러나 혈액 기증 냥이의 조건은 꽤 까다로왔다. 우선 연령이 2~7살 사이여야 하고, 암컷인 경우라면 임신 경험이 없어야 했다. 게다가 수혈받은 적도 없어야 했다. "혈액의 교차는 고양이 면역 체계에 큰 이상을 주기 때문"이라 했다.

 

 

거기다 체중은 3.5키로그램 이상이 되어야 하고, 나이에 맞는 백신접종이 제대로 돼 있어야 했다.

 

 

물론 모든 헌혈등록묘에겐 동물병원들이 감사의 표시로 년 1회 무료종합검진, 고영양 사료 제공, 트리밍 1회 무료 등을 제공한다. 병원마다 조금씩 다르나 혜택은 있다는 것이다.

 

 

그래도 무엇보다 가장 많은 혈액을 제공하는 숨은 공로자는 ‘공혈묘’들이다. 공혈묘(供血猫)는 말 그대로 수혈용 혈액을 제공받기 위해 길러지는 고양이들을 말한다.

 

 

일본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았던 공혈묘의 존재를 크게 알린 책이 한 권 있다. ‘하늘에서 보고있기를...’(2016, ‘空から見ててね’, 集英社).

 

 

공혈묘 ‘바타코’(ばたこ)의 이야기가 담긴 책으로, 저자는 바타코 보호자이자 트리머였던 하세가와 마미.

 

 

2006년 어느날, 한 묘주가 4살된 냥이를 동물병원에 데려와 안락사를 요구했다. 하지만 그 건강한 아이를 차마 안락사시킬 수 없었던 하세가와씨는 묘주의 허락을 얻어 그 아이를 병원 공혈묘로 기르게 됐다.

 

 

공혈묘의 존재 알려준 바타코가 죽으며 남긴 과제들

 

그후 3년 간 수많은 냥이들을 살려내고 7살 때 공혈묘를 은퇴해 병원에서 지내던 바타코는 9살 때 신장병에 걸리고 만다.냥이에게 흔히있는 병이다. 병원의 트리머였던 하세가와씨는 집에 데려와 함께 지냈다.

 

 

하세가와씨의 간호 덕분인지 바타코의 상태도 호전돼 둘은 재미난 놀이도 많이 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그만 11살 때 암이 발병, 다음해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

 

 

하세가와씨 블로그를 통해 바타코를 알게된 어느 출판사 편집자가 공혈묘의 존재를 널리 알리고자 책을 기획했다. 사진에 나타난 바타코는 너무 해맑고 귀여운 냥이. 독자들은 이 바타코가 공혈묘였다는 사실에 무척 놀랐다.

 

 

대부분 동물병원 내에서 길러지는 공혈묘. 한 번 채혈 후엔 또 몇 개월이 지난 후 채혈해야만 한다. 고양이는 개와 달리 한 번에 채혈할 수 있는 혈액양도 매우 적다. 약 50ml 전후에 불과하다.

 

 

더구나 채혈시 마취도 필요해 긴급한 상황에선 매우 불편할 수도 있다. 또 개의 혈액보다 변질이 쉽게 돼 보존기간이 아주 짧다.

 

 

공혈묘 대체할 인공혈액도 나온다

 

이렇게 귀중한 고양이 혈액이 약 3,4년 정도 후엔 '인공혈액'으로 대체될 수도 있다고 한다. 일본 추오대와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는 2018년 3월, 수술받는 고양이용 인공혈액을 만들었다고 발표했었다.

 

 

연구팀인 추오대학 고마츠데루유키 교수팀은 같은 해 6월, 이 결과를 영국 과학전문지 ‘영국왕립화학회’에 발표했다. 우주정거장 내 일본 실험동에서의 연구 성과를 참고로 한 결과라고 한다.

 

 

안정성을 확인한 후, 지금은 실용화 상용화를 목표로 연구 중이라 하니 기대가 크다. 게다가 보존도 쉬운 가루 형태의 혈액이라니 미래엔 공혈묘가 사라지게 될 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나라에선 최근 반려견용 헌혈카를 이용한 캠페인이 주목받고 있다는 기사가 났었다. 반려동물 수술용 혈액의 90% 이상을 공혈견이 제공하고 있는 상황에서, 점점 더 많은 반려견들이 헌혈에 참여한다면 애궂은 공혈견의 수가 줄어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고양이 인공 혈액이 가능하다면 강아지 인공 혈액도, 사람 인공 혈액도 가능하지 않을까? 인공 혈액은 강아지 고양이 헌혈보다 나은 것일까? 갖가지 즐거운 상상이 꼬리를 무는 아침이다. 

 

 

관련기사(편집자 주)

 

세계가 주목한 우리나라 헌혈카 ‘아임 도그너’ 바로가기

 

 

국내 반려견 혈액 90% 공혈견에 의존.. 반려견 헌혈 문화 캠페인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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