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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가습기살균제, 반려동물도 죽였다

 

 

 
 
 
 
 
 
 
 
   


【코코타임즈】 지난 2011년 10월6일 경기도 안양에서 살던 여덟살 슈나우저 쿠쿠는 6개월 전부터 호흡이 빨라지는 증상을 보여 동물병원을 찾았다. 폐 전반이 기관지 간질 침윤과 저산소증, 만성 기관지염 등이 확인됐다. 

약을 처방 받고 2주 간격으로 치료를 받았지만 증상은 회복되지 않았고 결국 쿠쿠는 치료 9주 만에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사망 후 실시한 조직 검사 결과 쿠쿠의 폐에서는 폐렴과 만성 간질성 섬유화, 무기폐, 폐기종이 확인됐다. 

'옥시싹싹', 2002년까지 2011년까지 쿠쿠의 집에서는 이 가습기살균제를 썼다고 한다. 특히 쿠쿠의 증상이 나타나기 1년 전부터 집에서는 24시간 지속적으로 가습기를 사용했다. 

4일 한국수의임상포럼(KBVP, 대표 김현욱)이 지난 3월 사회적참사 특조위에 보고한 '가습기살균제 피해 사례 확대 및 제품 위해성조사'에 따르면 가습기살균제에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되는 98마리의 반려동물 사례가 확인됐다. 그중 66마리가 사망했다.
 
 

"피해사례 98건 중 66마리 사망"


한국수의임상포럼 연구진은 지난 10월부터 2월까지 시민단체 등과 협업해 가습기살균제 피해사례를 수집하고 조사활동을 진행했다. 보호자들의 진술과 수의사들의 의료기록을 바탕으로 연구진은 모두 40가정, 98마리의 반려동물을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었다. 

가습기살균제에 노출돼 사망하거나 생존한 동물에게 방사선 검사 및 CT 촬영검사를 실행한 결과 모든 동물에서 폐 질환이 확인됐다. 반려동물에게는 심한 호흡곤란과 빈호흡 등 사람에게서 나타난 임상 증상이 함께 나타났다.

더불어 생존한 고령의 반려동물 11마리의 경우 만성기관지염 등의 폐 질환(100%), 만성 비루(농성 및 장액성 비루) 및 비염 등의 비(鼻) 질환(54.5%), 염증성장질환(45.5%), 방광염 등 비뇨기계질환(36.4%), 림포마 및 비만세포종 등 암질환(18.2%), 안과질환(18.2%) 등이 나타났으며, 이외에 구내염, 담낭염, 췌장염, 피부염 등도 확인됐다. 


같은 가정에 살고 있던 반려동물이라도 행동 습성이나 상황적 요인에 따라 건강에 문제가 다르게 나타났다. A씨가 키우던 깨비와 모모의 경우 가습기를 켜놓은 침실에서 보호자와 생활하던 깨비는 사망했지만 모모는 현재도 생존 중이다. 

B씨와 함께 살았던 꼬미는 평소 몸이 약해 가습기 가까이 생활하며 침대를 떠나지 않았는데 2010년 사망했다. 같은 집에 살았지만 성격이 활발했던 지젤과 루이스는 현재까지 생존 중이다.
 

 



보호자들의 건강도 정상은 아니었다. 보호자 본인 가족 구성원 중 건강이상 여부에 대해 답변을 한 23가정 중 65.2%가 건강 이상이 있다고 진술했다. 또 가습기살균제 피해로 반려동물을 잃은 보호자들은 대부분 심각한 우울증과 죄책감으로 인한 정신적 피해를 호소했다. 

연구진은 피해 사례들을 검토한 결과 반려동물의 질환 보고가 사람과 유사하거나 더 빠른 시점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반려동물은 체중이 사람보다 적고 체고가 낮아 독성에 대한 감수성이 더 높기 때문이다.

 

사람과 동일한 폐질환 확인…"원헬스 시스템 구축 필요"

 
 
 
 


연구진은 "일부 동물병원에서 처음 원인불명의 폐 질환 증가를 인지한 것인 2006년이었다"며 "2006년 첫 어린이 사망 환자 발생 당시 의학계와 수의학계가 동시에 유기적으로 질병정보를 공유하는 시스템이 존재했다면 역학조사가 이때부터 시작됐을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실제 2011년 질병관리본부가 질병 역학조사를 실시하기 3개월 전에 이미 서울대 동물병원에서 가습기살균제의 독성평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돼 자체적인 노력을 시도한 바도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의하면 사람에서 발생하는 질병의 61%가 사람과 동물이 모두 앓을 수 있는 '인수공통질병'이다. 연구진은 "현대 사회에 들어 반려동물이 인간과 더욱 밀착해서 살아가는 환경이 만들어진 만큼 수의학계와 의학계를 포괄하는 '원헬스(one health)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편, 연구진은 "반려동물의 경우 인간의 비해 수명이 짧고 신체 나이 흐름이 사람보다 빠르기 때문에 이번 연구결과가 피해 생존자들이 나이가 들면서 발생할 수 있는 만성질환 조사에 필요한 기초정보로 이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potgu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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