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이 기르던 반려동물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제도는 있다고 하는데, 부산시는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고만 하네요."
부산 동래구에 거주하는 A씨(70)는 최근 자녀 B씨(40)가 기르던 고양이 문제로 머리가 복잡하다. B씨는 지난 3일 구치소에 입감된 상태로, 현재 재판을 기다리고 있는데 법정구속을 피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 때문에 고양이를 기를 수 없게 됐는데, A씨 역시 일용직 노동자로 하루하루 생계를 이어가고 있어 반려동물을 기를 처지가 못 된다.
일용직 70대, 고양이 기르던 자녀 구치소 들어가 고민
A씨는 최근 부산시, 아들 B씨가 거주한 연제구 등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돌아온 대답은 "불가능하다"였고, 결국 동물보호단체에 도움을 요청했다.
<뉴스1> 취재 결과, 부산시에는 이번과 같이 긴급한 보호가 필요한 반려동물을 보호하기 위한 조례가 있는데도 시 당국의 미비한 후속조치로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부산시의회는 2018년 12월19일 ‘부산시 동물보호 및 관리에 관한 조례’를 의결, 2019년 1월1일 공포했다.
조례는 '긴급보호동물'을 "소유자 등의 사망 등의 사유로 적정한 보호를 받기 어려워 긴급한 보호 조치가 필요하게 된 동물"로 규정하고, 이럴 경우 동물복지지원센터가 '긴급보호동물'을 인수, 보호 및 분양 할 수 있도록 명시했다.
즉, 반려동물을 긴급보호하기 위한 제도가 마련됐는데도 부산시는 이를 방치한 것이다.
이유는 후속조치 미비다. 현재 부산에는 ‘긴급보호동물’을 보호하기 위한 시설로 2017년 문을 연 ‘반려동물복지문화센터’가 있다. 센터는 고양이, 개 등 약 50마리를 보호할 수 있는 규모다. 350만 부산인구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시설이다.
반려동물을 보호하기 위한 시설을 확충해야 했지만, 지난해 관련 예산조차 배정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도 아직 시설확충 등에 대한 구체적 사업계획이 없는 상태다.
부산시 '긴급보호동물' 구조 조례 있지만 '유명무실'
시는 이런 상황은 인정하면서도 현실적 어려움을 토로했다. 시 관계자는 "A씨 사례가 ‘긴급보호동물’로 보인다"면서도 "현재 동물복지문화센터는 자리가 없어 보호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조례가 만들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바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며 "갑자기 예산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역에서는 시의 안일한 행정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다. 동물보호단체 심인섭 대표는 "조례가 공표된 지 1년이 넘었는데 대책이 없다는 것은 공무원이 직무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런 가운데 A씨는 당장 아들의 집을 정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는 "관에서는 안 된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아들의 집도 당장 정리해야 하는데, 고양이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만 쌓인다"고 말했다. (부산=뉴스1) 박기범 기자 pkb@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