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타임즈】 우리가 매일 먹는 평범한 음식도 근사한 그릇에 담아내면 아주 달라보이곤 한다. 또 프랑스 요리처럼 예술적 담음새까지 더하면 눈과 입이 모두 즐겁다.
이런 느낌을 우리 냥이한테도 줄 수 있다면 어떨까?
"물론 예술적 감동을 느낄 리 없지만 차려주는 집사 마음은 아주 행복하다"고 한다. 일본 아사히신문의 펫포털 사이트 ‘시포’(sippo) 가 소개한 스타 쉐프 마에다(前田)씨 이야기.
그는 현재 스페인에 살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코로나 바이러스 환자가 계속 늘고있는 요즘, 스페인도 연일 초긴장 상태다. 지난 3월 14일엔 외출금지령까지 내려졌었고 국가비상사태가 6월에 종료된 이후에도 감염자는 점점 늘고있다고 한다.
반면 재택근무 등으로 외출이 줄어들어 거의 집에 머무는 주인들 덕분에 반려동물들은 좀 행복해 한다는 게 요즘 코로나 팬데믹 세상의 또 다른 역설.
스페인 바스크주에 있는 ‘아사도르 에체바리’(Asador Etxebarri)는 요리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세계 최고 레스토랑 50’ 3위에 오른 숯불구이 전문식당.
한 달 예약이 단 2분 만에 끝나버릴 정도로 인기인 이 식당의 스타쉐프가 바로 마에다씨. 해외에서 활약 중인 '주목받는 일본인 쉐프'인 것.
그러나 코로나 팩데믹은 이런 스타 쉐프 마저 '자택 대기' 상태로 만들어버렸다. 요리사란 직업은 '재택 근무'도 불가능하니 말이다.
그가 어느 날, 특별 손님을 초대해 솜씨를 부렸다고 한다. 그 특별 손님은 바로 고양이 ‘오치버’. 그가 지난해 6월부터 길러온 냥이다. 원래는 떠돌아 다니는 길냥이였다지만, 지금은 스타 쉐프의 요리를 맛보는 냥이라니... 아마도 '전생에 나라를 구했던 냥이'(?)일지도 모른다.
오치버만을 위해 만든 요리 이름은 ‘챠오츄르 스페셜리티’. 챠오츄르(CIAO ちゅ-る)하면 세계 모든 고양이들이 열광하는 간식.
그가 만들면 챠오츄르도 특별한 작품이 된다
"좀 한가해진 시간, 오치비에게 간식을 주려할 때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이왕 주는 간식, 조금 더 재미있게 해보자 하고 만들어 보았는데 생각만큼 쉽지만은 않더군요"라며 SNS에 너스레를 떨었다는 마에다.
그래도 역시 신선한 발상이다. "그냥 접시에 담는 것에라도 좀 더 신경을 써서 멋지게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했을 때 떠오른 재료가 츄르였다. "소스 형태로 돼 있어 어떤 모양으로도 될 것 같았다"고 했다.
이렇게 츄르와 고양이용 쿠키, 바삭한 식감의 사료, 멸치 등 구하기 쉬운 재료들 만으로 완성한 게 ‘챠오츄르 스페셜리티’.
접시에 담는 순서나 담음새의 포인트에 대해서도 설명해 놓았다. 숯불요리 전문가답게 구운 재료를 쌓아 담아내는 것처럼 했다.
츄르는 숟가락으로 끝을 눌러 흐르는 모양으로 담아낸 후, 머리를 떼어낸 멸치는 보기 좋게 위에 올렸다. 마지막으로 사료봉지 밑에 남은 가루를 접시에 살짝 뿌렸다.

"보통은 큰 접시가 음식을 담았을 때 멋지지만, 냥이가 발을 올리지 않게 하려면 접시 반지름이 냥이의 목 길이 보다 길어선 안되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야 삼킬 때 부담이 가지않는다는 것이죠."
요리 하나에도 고양이를 위한 배려가 가득하다. 문제는 요리를 내놓기 전, '맛보기'를 할 수 없었던 것. 전적으로 손님인 오치비의 미각에 맡길 수 밖에 없었다.
과연 오치비의 반응은 어땠을까?
결과는 남김없이 싹싹 비운 그릇이 말해준다. 가장 먼저 맛 본 건 역시 츄르. 평소와 다른 담음새에 놀라는 기색도 없이, 앞발도 올리지 않고, 우아한 간식 타임을 즐겼다고 한다.
가만, 우리도 고양이 간식을 이렇게 만들어볼 수 있을 텐데....반려동물과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아진 이 때, 집사 쉐프의 정성과 사랑을 담아 한 번 도전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