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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속출하는 동물병원 의료사고, "문제는 어디에?"

 

동물병원의 황당한 진료 탓에 강아지, 고양이가 영문도 모른채 죽거나 장애를 입는 의료사고가 속출한다. 


특히 사전 검사도 제대로 않은 채 마취와 수술을 하거나, 항생제나 스테로이드제를 지나치게 처방해 부작용을 일으키는 등 전문성 부족에 따른 의료사고도 많다.


이를 계기로 수의계에도 "원인은 다양하다"면서도 "전문과목으로 세분화된 의료계처럼 수의계도 하루 빨리 '전문의'(專門醫)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높다.




KBS는 12일,  '제보자들: 피해 속출, 어느 동물병원의 황당한 진료' 를 통해 혈액 검사나 몸무게 측정 등을 하지 않은 채 마취를 하고,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는 스테로이드를 과다 사용해 강아지, 고양이들을 죽게 한 동물병원들의 실태를 고발했다.




시추 '오디' 보호자 A씨(경남 통영시). 오디의 생식기에서 노란 이물질이 나와 동네 동물병원을 찾았다.  수의사는 '자궁축농증'이라며 수술을 진행했다. 하지만 오디는 수술실에 들어간 지 5분 만에 세상을 떠났다.


A씨 가족들에 따르면 이 수의사는 수술 전 12세 노견인 오디의 체중을 재지도, 피 검사 등 기초 검사도 하지 않은 채 바로 마취 후 수술을 했다는 것.




가족들은 또 "수술실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한 환경에서 오디가 죽었고, 수의사로부터 충분한 설명을 듣지도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수의사는 "폐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반박했고, 가족들은 "거짓말하지 말라"며 울분을 토했다.

이 수의사는 "우리 때는 육안으로 진단을 많이 했다. 오랜 경험이 있으니까 초음파가 있어도 잘 안 찍는다"며 "급하게 수술하는 바람에 (오디를) 대충 들어보고 (마취) 했고, 의무기록은 체크를 못했다. 30여년간 병원을 했는데 이런 일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해당 병원의 피해자가 한두 명이 아니었다. 중성화 수술 후 죽은 고양이와 다리 골절 후 장애를 갖게 된 강아지까지 피해자들의 증언이 이어졌다.


더욱 황당한 것은 고양이가 수술 후 아프다며 찾아간 보호자에게 "설탕물을 먹이라"고 권유했다는 것이다. 설탕물을 먹은 고양이들은 얼마 안 돼 죽음을 맞았다.



충남 당진의 또 다른 동물병원. 그 앞에서는 여러 사람이 의료사고를 주장하며 시위를 하고 있었다. 병원에 온 반려동물들은 '슬개골 탈구' 수술 후 장애를 얻거나 죽었다. 이 같은 사고는 병원이 문을 연 뒤 10개월 만에 무려 20여건이나 됐다.  

특히 피해 동물들의 공통점 중 하나는 간 수치가 높았다는 것. 이 때문에 스테로이드를 과다 투여해서 부작용이 났다는 의구심이 제기됐다.

고양이가 슬개골 탈구 수술을 받았는데도 걷지 못하는 피해를 입은 B씨는 "수의사가 수술 후 1주일 동안 하루에 한번씩 항생제, 소염제를 맞으러 오라고 해서 갔는데 상태가 더 심해졌다"고 밝혔다.

해당 수의사는 "스테로이드는 소염제니까 처방을 한 것이다. 동물병원 90% 이상이 다 스테로이드를 쓴다. 다른 병원보다 많이 쓰지도 않고 교과서대로 똑같이 쓴다"며 "수술 실수가 거의 없는데 그 사람들이 병원 문을 닫게 하고 싶은 것 같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설채현 수의사는 "스테로이드를 과다 처방하면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스테로이드를 계속 주사하게 되면 뇌가 일을 안 합니다. 스테로이드 호르몬이 많이 나와서 생기는 증상이 바로 '부신피질기능항진증'이죠. 많이 먹고 많이 마시고 많이 싸고 배가 나오는 증상."

일부 동네 동물병원들의 의료사고 논란에 수의계에서는 "그래서 '전문의'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사람을 치료하는 병원처럼 내과 외과 등 '전문과목'별로 나눠있지 않다보니, 전문수련과정을 거치지 않은 '일반의'(一般醫) 수의사가 온갖 질환의 진료와 치료, 심지어 수술까지 다할 수 있도록 한 상황. 당연히 전문성은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또 다른 문제도 있다. '제보자들' 진행자인 정경준 변호사는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결국 소비자가 불법행위에 대한 입증 책임을 지기 때문에 실제로 소송에서 승소하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즉 의료사고 발생에 "병원측 잘못이 없었음"을 '수의사'가 입증하는 것이 아니라, "병원에 잘못이 있음"을 '보호자'가 입증을 해야 하는 우리나라의 현행 제도가 문제라는 것.




정 변호사는 "이런 부분을 개선하려면 관련 제도나 규정이 마련돼야 하는데 늘어나는 반려동물 인구만큼 관련된 제도는 뒤따라오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중요한 법률 개정사항이지만 국회나 정부가 이를 기피하거나 간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반려동물 1천만' 시대. 당연히 동물병원 의료사고도 많아질 수 밖에 없다. '남의 일'로만 그치지 않고, 어느 순간에 '내 문제'로 다가오게 된다는 얘기다. 


이처럼 빈발하는 의료사고를 줄여나가려면 Δ수의사 전문의 제도 도입을 포함해 Δ반려동물 수술시 부작용 등에 대한 사전 고지 Δ 진료기록 의무화 Δ수술실 공개 또는 CCTV 설치 등 다양한 보완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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