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타임즈】 국내 반려동물산업은 "2000년 전후부터"라 하는 게 맞다.
그 때부터 아이를 키우기 시작했다면, 벌써 1번쯤은 아이를 무지개다리 너머 보내봤을 터.
그 이후부터라면 이제 그 아이가 노령견/노령묘 나이에 들었거나, 들려고 할 시점이다.
최근 펫로스증후군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문제는 우리 사회 전반적으로 '펫로스증후군'의 실체를 잘 모른다는 데 있다. 심지어 반려인 자신들도 경험이 없거나, 잘 모르는 영역.
게다가 주변에서 "아니, 강아지(고양이) 한 마리 죽었다고 왜 그런 호들갑이냐?"는 핀잔이라도 들으면, 그 다음부턴 펫로스 내색도 하기 힘들다.
슬픔과 아픔을 숨기면 결국 덧나게 된다.
지금 우리에게 '펫로스증후군'이 딱 그런 상황이다. 외면하고 부정하다 보니 증세는 오래가고 극복은 더 힘들어지기 마련.
미국이나 유럽, 일본 등 펫 선진국들이 이미 겪고 지나간 일을 우린 이제 겪고 있어서다.
다음은 동물행동학 전문 김선아 수의사의 인터뷰 기사
https://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18943737&memberNo=43647856&navigationType=push
경기도 분당구 해마루케어센터 김선아 센터장은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보다 국내에서 펫로스증후군이 더 심각하다”는 의외의 분석을 내놨다. 그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국내 대부분의 애완인에게 ‘펫로스’가 첫경험이다. 국내의 애견인구는 2000년 전후로 급속히 증가했다. 2000년 270만명에 불과하던 애견인구는 15년 만에 무려 네 배가 늘어 1000만명이 넘었다. 2000년 전후에 키우기 시작한 애완견은 현재 13~17세가 됐다. 애완견의 평균 수명이 다하는 나이다. 몇 년 전부터 유독 주변에서 펫로스증후군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많이 보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문제는 처음 겪어보는 아픔이기에 스스로도 그 아픔이 낯설고 극복 방법도 모른다는 점이다. ‘개가 죽었는데 내가 왜 이러지? 정신이 어떻게 된 거 아니야?’ 하면서 아픔을 부정하다 보니 증세가 오래가고 극복도 힘들다.
애완인의 슬픔이 무시당하기도 한다. 사람이 죽으면 3일장을 치르면서 주위의 위로를 받고 애도 기간을 거치지만 애완견 사망 시에는 그런 애도 기간이 없다. 죽자마자 화장하거나 묻어버린다. 그러다 보니 애완견에 대한 죄책감도 쌓인다. 슬픔을 나누지 못한 채 순식간에 처리해 버린 것에 대한 죄책감이다.
김선아 센터장은 “사람과 반려동물과의 유대관계는 사람과 사람 사이, 그 이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애견인들은 15~16세가 된 반려동물을 ‘아기’라고 표현한다. 애완견이 죽으면 어린 자식이 사망한 것과 같은 기분을 겪는데, 자녀보다 더 큰 단절감을 느끼기도 한다. 자녀는 성장하면서 분리과정을 겪지만 반려동물과는 심리적 분리의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자녀는 소위 ‘중2병’, 사춘기, 이성친구과의 교제 등을 거치면서 부모와 어느 정도 독립된 존재가 돼 가지만, 반려동물과의 애착관계는 절대적이다. 온전하게 나만을 신뢰하고 나만을 믿는 존재다.”
미국이나 유럽, 호주 등 외국에는 펫로스증후군에 대한 이해가 깊다. 이들을 위한 전문의료센터가 있고, 정신과 상담을 통해 약 처방을 받는 경우가 흔하다. 다행히도 최근 들어 한국에도 펫로스증후군에 대한 이해가 생기기 시작했다. 반려동물 장례 전문업체가 20여곳에 이르고 ‘애견 장의사’라는 직업도 생겼다. 반려동물을 화장한 후 남은 유골을 초고온으로 융해해 결정체로 만드는 ‘메모리얼 스톤’ 사업체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반려동물 장례 절차가 점점 늘어나 장례 비용으로 400여만원이 드는 곳도 있다.
중요한 건 펫로스증후군을 앓는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려주는 것이다. 애완견을 잃은 슬픔을 꾹꾹 누르며 참지 말고 드러내는 것이 극복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주위 사람들과 반려동물을 함께 추억하면서 충분한 애도 과정을 겪는 것이 좋다. 김선아 센터장은 “반려동물을 잃고 1~3개월간 우울감이 지속되는 건 정상이지만 그 이상 이어지면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국내에는 아직 이 분야 전문가가 없다. 지난 7월에 개원한 국내 첫 반려동물 호스피스 케어센터인 ‘해마루 케어센터’에서 펫로스증후군을 앓는 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정도다. 동물병원에서는 사람을 진료할 수 없기 때문에 펫로스증후군 환자를 다룰 수 없다. 결국 정신과 상담의를 찾아가야 하는데, 이들은 대부분 펫로스증후군에 대한 이해가 깊지 않다.
그렇다면 떠난 반려동물의 빈자리를 채울 다른 동물을 분양받는 것이 펫로스증후군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까? 김선아 센터장은 “정답은 없다” 하면서도 “만약 분양받는다면 떠난 애완동물과 비슷한 성향을 가진 종을 고르되, 똑같은 품종은 키우지 말라”고 권한다. 같은 종을 키울 경우 떠난 반려견의 분신처럼 인식하기 때문에 새로운 반려동물의 특성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게 된다는 이유다.
출처:
http://weekly.chosun.com/client/news/viw.asp?ctcd=c09&nNewsNumb=002386100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