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타임즈(COCOTimes)】
마냥 아기 같던 고양이도 개월 수가 더해감에 따라 사람처럼 유년기, 청년기, 장년기, 노년기로 변해갑니다. 고양이 9살이면 사람 나이로 52세 전후로 봐야하거든요. 그저 성묘가 아니라 아주 성숙한 장년(壯年)인 거죠. 11~14살 정도면 벌써 노년기에 들어간 것입니다.
강아지도 그렇지만, 고양이는 이런 생애주기별로 신체적인 특징과 발병하는 질환들이 달라집니다. 연령에 따라 생활습관을 관리하고 주의해야할 건강 포인트들이 달라지기도 하고요. 그래서 생애주기별로 꼭 해야 할 건강검진들이 있습니다.
보호자들 중엔 고양이를 처음 입양하면서 동물병원에 먼저 들러 진찰을 받게 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전염병이나 피부병, 다친 곳은 없는지 등을 알아보려고요. 특히 다묘(多猫)가정인 경우엔 새로 입양되는 아이가 전염병이 있으면 안 되기 때문이기도 하죠.
만일 눈곱이나 충혈, 비염이나 콧물 증상이 있다면 허피스바이러스 감염을, 구토나 설사가 있다면 파보바이러스 감염을 의심해볼만 합니다. 또 장에 회충 등 기생충 감염은 있는지, 피부에 탈모와 부스럼이 있다면 곰팡이성 피부병 감염이 있는 지도 확인해야 하고요.
하지만 이는 ‘건강검진’이라 할 수 없습니다. 새로 입양하는 아이가 특별한 병이 없기를 바라는 보호자 기대를 확인하는 게 더 큰 목적이라 할까요? 단순한 ‘신체검사’에 가깝다고도 할 수 있겠군요.
그렇다면, 건강검진은 언제부터 시작하는 게 좋을까요?
그 최초의 검진은 중성화 수술을 앞둔 시점입니다. 생후 5-7개월령 정도. 중성화 수술을 앞두고 실시하는 마취 전 검사와 함께 진행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고양이의 신체적 결함이나, 각 장기들이 기능은 잘하고 있는지, 고양이 종류에 따라 다발하는 유전질환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닌지 등에 대한 두루 살펴보는 것이죠.
그런데, 여기서 보호자들이 오해하는 대목이 있습니다. 간, 신장 등 몇 가지 상태를 보는 혈액검사만으로도 “마취 전 검사가 괜찮았어요”, “전혀 문제없이 건강하데요“라고, 건강검진을 한 것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는 거죠. 하지만 혈액검사와 전신 건강검진은 크게 다릅니다. 자칫하면 평생의 건강관리 플랜을 수립할 절호를 기회를 놓치게 됩니다.
마취와 항생제를 잘 견뎌낼 것인가를 확인하는 간, 신장 혈액검사는 당연하고, 그 외에도 필수로 봐야 할 항목들이 많기 때문이죠. 대표적인 게 염증, 빈혈, 탈수 유무, 면역글로블린 수치와 황달, 미네랄 수치, 전염병에 대한 항체 보유 여부입니다.
또 고양이백혈병과 면역결핍증 보균 여부와 기생충 검사, 심장병 검사 등도 필요합니다. 특히 엑스레이를 찍을 때 가슴과 함께 배도 찍을 것을 추천합니다. 심장과 폐, 기관지 상태와 함께 선천적인 신장의 형태 기형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의외로 많은 아기 냥이들이 오른쪽과 왼쪽 2개가 대칭으로 있어야 할 콩팥이 하나밖에 없거나, 크기가 왜소하거나, 저형성, 선천적인 신장결석과 물혹 등을 가진 상태로 살고 있죠. 그런 상태에서 신부전 말기가 되어서야 병원을 찾는 경우가 흔하지 않습니다.
몇 년 후 갑자기 아파서 병원에 ‘응급’으로 오는 것을 막을 최초의 기회를 놓치게 되는 겁니다.
중성화 수술 전, 장년기 접어드는 6~7세, 노령기 들어가는 10세 전후 3번이 최적기
첫 건강검진을 제대로 하고 나면, 그 다음부턴 주치의와 함께 건강플랜에 따라 움직이면 됩니다. 꼭 필요한 검사항목과 생애주기별 집중관리 부분이 정해지기 때문에 생애 전체로는 오히려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큰 돈 들어갈 상황을 미리 예방하기 때문이죠.
보호자는 알 수 없지만, 수의사는 검진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들이 많습니다. 체중 체온 호흡 맥박 혈압 등 기본적인 바이탈사인(vital signs)들 만으로도 고양이 신체 변화나 심장과 폐 등에서의 이상징후를 두루 찾아내니까요. 1년에 한 번씩이라도 주치의를 ‘대면’ 진찰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입니다.
그 다음, 두번째 생애 전환기 검진은 장년기로 접어드는 6-7세령에, 세번째는 노령기에 접어드는 10세령 전후가 좋습니다.
이 시기엔 보호자들이 먼저 검진 문의를 해오는 경우도 많습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고양이 신체적 변화를 보호자들도 느낄 수 있는 단계인 것 같습니다.
이제 치료를 시작해야 할 만성신부전, 비대성 심근병, 당뇨병 등을 발견할 단계이기도 합니다. 대사증후군이라고 하는, 질병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은 몸 상태도 짚어볼 때입니다.
예를 들어 비만과 고지혈증, 공복 혈당이 높아졌다거나 소변에 지저분한 결석 찌꺼기가 나오거나, 치석과 잇몸 염증이 구취를 동반할 정도로 진행됐다거나 하는 경우들이죠.
이런 때는 고양이 생활습관을 다시 점검하여 식단이나 식습관의 교정, 운동처방, 이빨 스켈링과 잇몸관리, 복용하는 영양제에 대한 점검 등 수의사와의 상담이 중요합니다. 그 사이 느슨해진 환자의 생활패턴을 다시 관리하도록 보호자 마음을 다잡아야 하는 때이기도 합니다.
이 세 번의 건강검진은 아이의 일상생활과 삶의 질을 잘 관리하면서 더 오래 그리고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탄탄한 발판이 됩니다. 비록 질병이 생겼더라도, 아픈 아이 같지 않게요.
※이기쁨 원장은 경북대 수의학 석사로 호주 시드니대학 고양이의학(Feline Medicine)코스를 이수했다. 한국고양이수의사회 운영이사. 세계고양이수의사회 ‘고양이친화병원(CFC) Vet Professional’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