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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펫시장에 '경고' 사인 보내는 반려인들

 

 

【코코타임즈】 보호자 A는 펫샵에서 강아지를 300만원에 분양 받으며, 펫샵 제휴 동물병원의 ‘메디컬케어’(medical care) 서비스에 추가 가입했다. 그런데 집에 돌아와 계약을 꼼꼼하게 뜯어본 후 바로 해지하려 했다. 20만~30만원부터 100만을 넘는 것도 있지만, 보장 내용은 부실해서다. 하지만 펫샵은 약관을 들먹이며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보호자 B는 애견카페 10회 이용권을 끊었는데, 카페에 나갔던 강아지가 감기에 걸렸다. 확인해보니 다른 아이들에게서 옮긴 것이 분명해 보여 잔여 기간 환불을 요청했다. 하지만 카페는 자신의 책임이 아니라며 거부했다. 

 

보호자 C는 강아지 드라이룸 렌탈 계약을 체결했다. 그런데 그 사이 아이가 병으로 죽어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되자 계약 해지를 요구했지만, 사업자는 지나치게 많은 위약금을 요구했다. 

 

이처럼 반려동물을 위해 구입한 물건이나 서비스가 처음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면? 또 아이가 아파 동물병원에 갔는데, 치료가 허술하거나 심지어 치료 도중 증상이 더 나빠졌다면? 

 

이럴 때 보호자들은 업체나 병원에 불만을 제기하며 해결을 요구할 수 있다. 마침 상대방도 순순히 인정하고 순조롭게 합의에 이르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피해 구제에 나설 수밖에 없다. 

 

한국소비자원이나 소비자단체, 각 지자체 등에 이르기까지 그런 채널은 많다. 특히 한국소비자원의 경우, 해마다 소비자 불만 상담이 60만~70만건 넘게 들어온다. 

 

그중에 반려동물 관련 상담건수는 연간 3천~4천여건 정도. 강아지 고양이 입양 관련부터 펫사료, 용품,  심지어 동물약품이나 수입품에 대한 불만도 나온다. 서비스도 동물병원 의료사고부터 애견미용, 카페 및 호텔, 펫시팅, 펫택시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불만을 제기하는 보호자 연령대도 5년 전만 해도 20~30대 위주였으나 최근엔 40대까지 여기에 가세하고 있다. 최근엔 고양이 관련 상담 건수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것도 한 특징.

 

우리나라 반려인들을 까다롭다?..."절대 합의하거나 조정 받아들일 수 없다"가 70%


그런데, 여기서 흥미로운 대목이 있다. 

 

 

소비자 불만이 정식 접수되면 양측 입장을 들어 '합의'를 권고하게 되는데, 일반적인 경우엔 그 단계에서 연간 5만 건 정도는 양측이 이를 수용하면서 피해가 구제된다. 전체적으론 절반 정도(2021년 50.4%)다. 

 

하지만 펫시장은 합의에 이르는 게 연간 200여건, 많아야 300건 정도밖에 안 된다. 합의에 이르는 게 28% 안팎에 불과한 것. 다른 부문과도 현저하게 차이가 난다. 뒤집어 얘기하면 70% 이상(2021년 72.0%)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는 얘기다. 

 

업자들은 “보호자들이 앞뒤도 없이 너무 까다롭게 군다”고 투덜대고, 보호자들은 “말 못하는 동물이라고 업자들이 보호자들까지 무시하는 거냐”고 비난한다. 

 

결국, 공식 ‘분쟁조정’ 절차로 들어간다. 그나마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가 해주는 ‘조정’을 수락한다면 ‘화해’가 되겠지만, 이마저 안 된다면 정식 재판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왜 그럴까? 정말 반려인들은 다른 일반 소비자들보다 더 까다롭기 때문일까? 

 

 

조금 더 객관적이고, 제도적인 이유도 있다. 한국소비자원 이금노 선임연구위원<사진>은 16일 서울 강남구 SETEC에서 KOTITI시험연구원이 개최한 '반려동물 산업 발전을 위한 정책세미나'에서 "반려동물 보호자들의 불만이 이처럼 높아지지만 해결이 잘 안 되는 것은 시장의 영세성과 함께 제도의 문제를 꼽을 수 있다"고 했다. 

 

즉, 기존 다른 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에 비해 반려동물 쪽 제품·서비스 '품질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것이 핵심 요인이라는 것이다. 기준이 불명확하니 업자들은 대충 만들어도 되고, 보호자들은 "(다른 제품들에 비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며 분노한다. 하지만 업체들은 "규정에 위반된 것이 없다"며 항변한다.

 

반려동물 용품과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평가는 최하위권... 개선이 필요하다는 ‘경고’시장


실제로 소비자들이 시장을 평가하는 지표를 들여다보면 그런 양상이 더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소비자원이 지난 2020년 1년 동안 전국 20세 이상 소비자들을 직접 만나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21개 재화와 21개 서비스 시장에 대해 조사해보니, 이들은 반려동물 사료와 용품(위생용품, 장난감 등)에 대해 아주 나쁜 점수를 줬다. 

 

 

반려동물 관련용품 시장은 전체 21개 제품분류 중에서 최하위권. 고질적인 중고차시장(21위)과 어린이 교구•완구시장(20위)에 이어 19위다. 끝에서 세번째. 

 

그런데 나아질 기미가 없다. 조사가 시작된 2014년부터 매년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제품에 대한 '신뢰도'가 낮은 게 가장 큰 문제다.  

 

거래와 안전, 표시광고제도 등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저변에 짙게 깔려 있기 때문이다. "광고하는 것이랑 실제 제품이 너무 다르다", "사업자들이 관련 법류를 잘 지키지 않는다", "현행 법규와 제도들도 변화하는 시대 흐름을 쫓아가지 못한다"는 얘기다. 

 

소비자들은 동물병원 서비스도 대해서도 "불만족"이라 평가했다. 2020년 같은 조사에서 우리나라 대표 서비스 21개 종목 중 11위를 기록했다. 2019년에도 31개 시장에서 17위에 불과했다.  

 

반려동물 용품 쪽보다는 낫지만, 그래도 평균 이하. 말 많은 펜션·콘도시장이나 주택수리·인테리어시장과 비슷한 수준인 것이다.  

 

 

이에 대해 이금노 위원은 "반려동물과 사람을 동일시하는 펫휴머니제이션(pet-humanization) 경향이 강해지면서 강아지 고양이도 사람과 비슷한 소비 경향이 생긴다"면서 "보호자들도 이전엔 자신들 판단으로 제품을 선택했다면, 지금은 반려동물이 좋아할지, 아이 효용을 더 크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했다. 

 

특히 제품에 대한 불만을 강하게 어필하는 연령대가 20~40대 중심이다 보니, 반려동물 제품과 서비스에 대해서도 '합리성'과 '공정성'을 크게 보는 경향도 있다. 

 

이 위원은 "이제 반려동물이 보호자와 함께 또 하나의 '소비주체'로 떠오르는 양상"이라 짚고, "반려동물 용품과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기대 수준이 빠르게 높아가는 만큼 새롭게 등장하는 이슈들에 대해 품질 기준을 명확히 하는 등 시장 감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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