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타임즈】 "동물병원을 찾아오는 보호자들은 수의사를 '의료인'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정부도, 법률도 우리 수의사를 의료인이라 보지 않는다."
대한수의사회 허주형 회장은 "우리나라에서 동물의료는 (법률상으론)공공서비스가 아니다. 일반 영업점이나 다름 없다. 부가세도 내고 있고…"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한국동물보건의료정책연구원과 농림축산검역본부가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개최한 '2022 제1차 한국동물의료정책포럼'에서 "수의학은 사회 안전망의 하나"라면서 "앞으로 '동물의료기본법'을 제정해 우리나라 동물복지와 동물의료체계를 새로이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장기적으로는)동물의료가 경제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를 떠나 다른 부처로 업무가 이관되어야 한다"면서 대한수의사회 역사상 최초의 직선제 회장으로서 '한국 수의계 미래 발전전략'을 이렇게 제시했다.
현재 우리 동물의료가 '공공서비스'가 아니라는 점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동물의료표준화 작업 과정에서도 나타난다. 정부나 정치권의 요구에 비해 수의계 내부의 호응도가 낮은 이유이기도 하다.
2022 제1차 한국동물보건의료정책포럼, 동물보건의료 발전전략과 가축방역 개선방향 점검
대한수의사회 우연철 사무총장은 '동물진료표준화 추진방향과 진료권 확보'를 통해 "우리나라 수의계는 임상에 있어 표준진료지침을 만든 적도, 만들기 위한 시도도 없었다"고 했다.
정부가 '국민건강보험'이란 국가적 인프라를 운영하기 위해 오랫동안 예산을 많이 들여 사람 의료계의 표준화 구조를 구축해온 것과는 완전히 여건이 다르다는 것.
그러면서 "정부는 (그런 여건은 무시하고)수의사들에 페널티를 부과한다며 의무를 지우고, 또 법으로 강제를 하려고만 한다"고 힐난했다. 정부나 정치권이 계속 제기해온 표준수가제, 진료비 공시제나 고지제 등에 대한 피해의식 때문.
하지만 수의계도 진료용어와 진료항목 표준화 문제에 대해선 타협적인 입장을 보였다.
우 사무총장은 표준 진료지침으로 활용할 수 있는 프로토콜을 만드는 방향을 제시했다. 사람 의료계 CPG(Clinical Practice Guideline, 임상진료지침)와 비슷한 개념이다.
"상대적으로 자주 발생하는 100가지 정도의 다빈도 진료항목(질환 또는 진료항목)을 추출하고, 각 질환별로 독립적인 프로토콜과 그 근거를 개발하자. 이들에 대해 전문학회 및 임상계의 검증과 인증 과정을 거치고, 용어에 대한 코드를 만들어 표준화해야 한다."
하지만 그는 "그렇게 만든 프로토콜을 임상적으로 적용해야 하지만, 현재는 임상 현장에 반드시 적용하라고 강제할 수단이 없는 것이 현실"이라 했다.
김용백 서울대 수의대 교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한국동물의료정책포럼엔 그 외에도 농림축산검역본부이 동물방역 정책에 대해 설명했다.
이명헌 동물질병관리부장이 '동물방역 최근 이슈와 대응전략'을, 최정록 동식물위생부장이 '국가재난형 가축질병 R&D 추진 현황 및 방향'을 주제 발표했다.
이어 한국동물보건의료정책포럼 김재홍 상임대표(한국동물보건의료정책연구원장)은 "포럼 명칭을 '수의정책포럼'에서 최근 새로 바꾸면서 참가자도 기존 수의계를 뛰어넘어 범(汎)동물보건의료계까지 문호를 개방한다”고 밝혔다. "특히 제약, 바이오업계와 펫사료 및 용품업계의 참여를 적극 요청한다"고도 했다.
한편, 격월로 진행하는 정책포럼은 11월부턴 매 홀수달 마지막 금요일 오전 7시 조찬 모임 형태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