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타임즈】 고양이에 생기는 '주사부위육종'(FISS, Feline injection site sarcoma)은 주사로 생기는 부작용의 하나다. 주사를 놓는 고양이 등쪽, 특히 어깨뼈 부위에서 잘 발견된다. 발병률은 낮다. 초기엔 통증도 별로 없다. 하지만 뼈나 혈관, 다른 부위로 전이가 잘 되고, 한 번 생기면 고양이 생명에 치명타를 입힌다. 고양이 집사들도 꼭 알고 있어야 하는 질병인 셈이다. 이 문제를 남예림 과장(해마루2차동물병원 수의내과)에게 물었다. <
편집자 주>
수의계에선 언제부터 FISS를 주목하게 됐는가?
다른 질환들에 비해 비교적 최근에 알려졌다. 1991년, 미국의 헨드릭(M J Hendrick) 박사가 고양이의 연부조직육종(soft tissue sarcoma)과 백신 접종에 대한 연관성을 처음 제기했다.
왜 생기는가?
주사 부위에 생긴 혹이나 염증으로 인해 세포에 변이가 생기면서 종양이 된다. 주로 광견병 백신, 고양이 백혈병 백신과의 관련성 때문에 처음엔 ‘백신 섬유육종’(vaccine-associated fibrosarcoma)이라 불렸다. 하지만 백신 아닌 다른 원인으로도 생길 수 있다는 보고가 잇따랐다. 장기 지속 항생제나 스테로이드 주사제, 또 수술할 때 남겨둔 비흡수성 봉합사가 피하층에 남아있으면서 염증을 유발하고 암으로 진행한 케이스도 나왔다. 동물 등록용 마이크로 칩으로 생기는 경우도 있었다. ‘고양이 주사부위 육종’(FISS)으로 이름이 바뀐 이유다.
그럼 고양이에겐 주사를 맞히지 말아야 하는 건가?
그렇게 되면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상황이 된다. 백신을 맞지 말아야 하는 게 아니라, 몸통보다 다리, 꼬리에 주사를 놓아야 한다는 얘기다. 게다가 FISS는 아주 드문 질병이다. 발병률도 “0.01%보다 낮다”는 정도로 추산하고 있을 뿐이다. 백신 접종 시기와 발병 시기가 크게 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어 연관관계를 밝히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고양이에 특히 잘 생겨…발병 후 6개월이면 피부 뚫고 나와
고양이에게만 생기는 건 왜 그런가?
꼭 그런 것은 아니다. 개, 토끼, 말, 페럿에서도 케이스가 보고된 적이 있다. 하지만 유독 고양이에서 발병 비율이 높다. 다만, 그 이유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사람에겐 생기지 않는가?
사람도 주사 맞은 부위에 작은 염증이 생길 수는 있다. 하지만 육종으로 나아가지는 않는다. 게다가 주사 놓는 위치가 다르다. 근육이나 혈관에 놓는다. 반면, 동물들은 피부와 근육 사이 피하 조직이 성기게 되어있어 이 부위에 주사를 놓는다. 동물병원에서 손가락으로 피부를 집어 올려서 주사 놓는 걸 많이 봤을 것이다. 고양이들이 특히 약물에 과도한 면역반응을 보이기 때문에 염증이 종양세포로 변이되는 것이 아닐까 추측하고 있다.
고양이 주로 보는 수의사들은 고민이 많겠다.
이전에 백신 주사는 대부분 고양이 등쪽에 접종했다. 하지만 FISS가 알려진 이후부턴 종아리 아래나 팔꿈치 아래에 놓는 걸 추천한다. 꼬리에 접종하라는 얘기도 같은 맥락이다. 종양이 발생했을 때 완전 절제가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지난 2020년, 미국동물병원협회(AAHA)도 그에 맞는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불완전 절제를 한 경우엔 거의 반드시 재발한다.
FISS
는 어떻게 진단하는가?
백신 접종 이후 피부 염증 반응으로 혹이 생기는 것은 비교적 흔하다. 이것을 바로 종양이라 단정짓지는 않는다. ‘3-2-1법칙’이란 게 있다. ①접종 후 3개월 뒤에도 여전히 혹이 남아 있다면 ②혹이 2cm 이상으로 커진다면 ③발견하고 한 달이 지난 후에도 작아지지 않고 커지고 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크기와 상관없이 조직 검사가 필요하다.
그냥 놔두면 어떻게 되나?
처음에는 종양이 있어도 거의 불편하지 않고, 암환자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이상 징후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암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커진다. 치료되지 않은 종양은 발병하고 거의 6개월 전후로 파열된다. 종양이 너무 커져서 덮고 있는 피부가 찢어지거나, 종양 안에서 괴사가 생겨 심한 염증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 때부터는 통증이 심해지기 때문에 진통제를 적극적으로 써야 한다.
그럴 땐 어떻게 치료하나?
첫째는 수술이다. FISS는 마치 문어와 같은 형태이다. 머리가 종양의 몸통이고, 몸통보다 긴 다리가 사방으로 뻗어 있다고 보면 된다. 그래서 수술할 땐 최대한 종양세포를 없애기 위해 종양 주변으로 최소 3-5cm 이상 범위를 잡아 넓게 절제해야 한다. 문제는 고양이는 몸집이 작기 때문에 이렇게 하면 주변 근육과 뼈를 절제해야 하는 대수술이 된다는 것이다. 수술도 고통스럽지만, 수술 후에도 편안한 일상으로 회복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2010
년대 들어 국내 수의계도 주목…수의사도, 집사도 알아야
그렇게 많이 잘라내야 한다면 보호자들도 주저할 텐데…
하지만 그것 때문에 적당히 절제하면 반드시 재발하게 된다. 재발되면 종양의 진행 속도 역시 더 빨라진다. 그래서 종양이 아직 작을 때 조기에 발견하고, 넓은 절제가 가능한 위치여야 완치 확률도 높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잘 하는 수의사라면 수술 범위를 최대한 넓게 설정해 잘라낸 이후엔 방사선 치료나 전류항암치료로 남아있는 종양세포를 공격하는 방법을 쓸 것이다. 수술 전에 방사선치료로 종양의 크기를 줄이고 난 뒤에 수술을 하기도 한다. 어떤 게 더 나을 지는 케이스에 따라 다르다.
방사선 치료는 부작용이 많지 않나?
국내에서도 방사선 치료 부작용을 줄이고, 타겟에 집중할 수 있는 ‘정위방사선치료’(stereotactic radiotherapy)가 도입되면서 종양치료 선택지가 넓어졌다. 다만, 매번 마취가 필요하고 수백만원 이상의 비용이 든다는 게 문제다. 병원 입장에서도 방사선 치료를 하자면 고가의 차폐시설을 갖춰야 하는게 장애물이다.
항암치료도 있지 않은가?
FISS과 관련, 최근 연구되는 분야가 바로 ‘전류’항암치료다. 혈관으로 주사항암제를 투여하고, 종양 부위에도 추가 투여한 다음, 짧고 강하게 전류를 흘려 항암제가 종양 세포의 세포막 내로 잘 들어가게끔 유도하는 방법이다. 그 과정에 통증이 있어 진정제와 마취제가 필요하지만, 짧고 얕은 진정마취로도 시술이 가능하다. 또 방사선치료보다 저렴하고, 전신마취에 대한 부담은 줄여준다는 점이 장점이다.
그렇다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도 있겠는데…
최근 논문에 따르면 불완전 절제수술을 받은 고양이 중 약 80%가 전류항암치료로 평균 생존기간이 2년 6개월 정도 늘어났다. 특히 74%는 재발 없이 잘 유지되었다.
남예림 수의사는
건국대 수의대를 나와 충남대 수의대에서 석사과정을 마쳤다. 중증 및 만성•복합질환을 주로 다루는 해마루2차동물병원에서 매년 200건 이상 초진, 누적 3천 케이스 이상의 내과 환자를 다룬다. 2017년부터는 한국고양이수의사회(KSFM) 이사로 여러 수의임상 컨퍼런스에서 다양한 고양이 질환을 강의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