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 위작’ 논란을 취재하면서 정작 화가 본인은 "내 작품이 아니다"라고 하는데 그림 감정사들은 "그 작품은 천경자 것이 맞다"고 주장하는 상황이 무척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 사건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그린 것이 <미묘도>입니다.
아름다운 고양이(美猫)를 소재로 미묘(微妙)한 실제 상황을 풍자한 것이죠. 기자로서의 경험에서 나온 표현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림을 통해 관람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예술이라고 어려울 필요는 없어요. 각자 그림을 보고 느끼는 진실한 감상이면 충분하지 않을까요? 제 그림 중 <묘한 몬드리안>이라는 작품이 있어요. 몬드리안의 그림을 보면서 농담삼아 "저 정도는 나도 그릴 수 있겠다" 하시는 분들 많잖아요. 작품 뒤에 숨은 당시의 시대상, 작가의 노력을 모르고 하시는 말씀이겠지만 문득 "그렇게 쉽다면 나도 한 번 몬드리안 스타일로 그려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일종의 '풍자'라는 점을 알아보는 분도 있을 테고, 아닌 분도 있겠죠. 미술에 정답이란 건 없으니 보이는 대로 느끼시면 될 것 같아요.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다면? 지극히 개인적인 추억을 담은 그림도 있어요. 무지개다리를 건넌 '재즈'를 생각하며, 구슬을 꿰어 한 땀 한 땀 붙여서 탄생한 것이 <비쥬 재즈>란 작품이에요. 김환기 화백은 고향이 그리울 때마다 점을 찍으셨다는데 저는 고양이에 대한 그리움을 점으로 표현한 거죠. 점이라고 다 같은 점이 아니에요.
-앞으로의 계획은? 제 그림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 덕분에 감사하게도 '작가'라는 이름을 얻게 됐어요. 아직은 그렇게 불리는 것이 어색하지만, 제 작품을 보며 느낀 감상을 나눠주는 분들을 만나면 참 고맙더라고요. 고양이와 그림을 만나고, 뜻밖에도 지쳐 있던 마음에 큰 위안을 받았어요. 작가로서 목표라고 하면 너무 거창할 것 같지만, 그저 마음에 울림을 선사하는 그림을 꾸준히 그려나가고 싶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