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타임즈】 반려동물에도 ‘공공’ 동물병원이 생겨난다. 사람의료 ‘보건소’와 비슷한 형태다. 동물병원이 별로 없는 농어촌에서 지자체가 예산을 들여 유기동물과 취약계층 반려동물 진료를 지원해주는 시설.
일단은 ‘비(非)영리’로 한정하고 있으나, 향후 일반 반려동물들도 돈 받고 진료하는 형태까지 확장할 것인지 주목된다.
담양군, '동물 공공진료소' 처음 문 열어..."취약계층 지원"
전남 담양군은 20일 반려유기동물 공공진료소를 개소했다. 진료실에 수술실, 입원실을 갖췄다. 단순한 혈액검사는 물론 엑스레이, 초음파, 수술도 가능하다.
유기동물치유센터에 들어온 동물들의 진료 및 질병 예방, 중성화 수술, 내장형 칩 동물등록과 입양 상담까지 원스톱으로 진행하는 형태다. 여기까진 다른 유기동물보호센터 동물병원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담양 진료소는 관내 취약계층의 반려동물 진료도 함께 본다. 장애인, 기초생활수급자, 65세 이상 독거노인이 키우는 반려동물의 진료 및 예방 접종도 해주겠다는 것.
심지어 일반 동물병원들처럼 한쪽엔 미용실을 마련, 반려견 미용도 할 수 있게 했다.
이 부분이 특별하다. 지금의 사람 쪽 ‘보건소’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유기동물 외에 일반 반려동물들까지로 진료 범위를 넓힌 것.
이처럼 반려동물에 보건소 개념을 넣어 직접 운영하겠다는 것은 담양군이 처음이다. 일반 동물병원들이 대도시로만 밀집되고 있는 상황에서 농어촌 반려인들의 불편을 덜어주자는 차원.
최형식 군수도 이날 "이번 공공진료소 개설을 계기로 생명존중과 동물복지를 실현하고 성숙한 반려동물 문화 정착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와 관련,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동물 보건소 설치를 공약으로 내거는 후보들이 나오고 있다. 꼭 농어촌에서 만이 아니다. 대도시나 지방 소도시 지자체 단위에서도 나올 수 있다.
"돈 먹는 하마"에 비(非)반려인과의 '이익 충돌' 가능성도
물론 지금은 담양군 동물 진료소도 ‘비영리’다. 관내 취약계층 반려동물에 대해서만 진료비를 지자체 예산으로 지원해주는 형태. 물론 전체 진료비의 일부만 내는, '자부담'이 일부 있을 순 있다.
하지만 지속 가능성의 문제가 바로 제기된다.
최소 2억원을 넘는 병원 시설비에다 수의사와 동물보건사 등 필수 인력 인건비, 약품과 소모품 등 운영비까지 연간 수억 원이 들어가는 동물병원을 지속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다. 가뜩이나 재원이 부족한 농어촌 지자체들에서 자칫 “세금 먹는” 하마가 될 수도 있기 때문.
대한수의사회 등 수의계가 공공 동물병원 개설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도 관망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이유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 공약으로는 솔깃하나, '현실성'은 떨어진다"는 얘기도 그래서 나온다.
적지 않은 예산이 매년 고정적으로 들어간다면 '예산 낭비' 소지가 없지 않다. 특히 다른 비(非)반려인들은 이에 반대하는, ‘이익 충돌’이 벌어질 수도 있다.
이병렬 한국동물병원협회장<사진>은 21일 “이미 대도시 일부 지자체가 ‘협동조합’ 형태로 동물병원을 운영하고 있으나 수의사 채용부터 운영난까지 어려움이 많은 것으로 안다”면서 “취약계층 반려동물은 상생카드와 같이 ‘쿠폰’을 발행, 기존의 인근 동물병원들에서 저렴하게 진료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 했다.
실제로 경기도 과천시 등 여러 지자체들이 관내 '지정 동물병원'들과 제휴해 취약계층의 반려동물에 대해선 백신 접종, 중성화 수술비, 기본 검진비, 수술을 포함한 치료비 등을 일정액 이내에서 지원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이 회장은 더 나아가 "각각 별개로 운영되는 지자체 지원예산과 정부 지원예산을 합해 '반려동물 기초의료 지원제도'를 종합적으로 검토해볼 시점"이라고도 했다.
현재 국가 및 지자체가 운영하는 동물병원은 개인 수의사가 할 수 없는 공익 및 비영리적인 목적의 연구 등으로 한정하고 있다. 정부는 군견교육대나 국립축산과학원 등에, 지자체는 유기동물보호센터나 동물원, 야생동물치료센터 등에 동물병원을 개설해 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