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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칼럼】좋은 수의사, 좋은 동물병원 찾기

 

 

【코코타임즈】 “세상에서 최고 명의(名醫)는 수의사다. 강아지 고양이에 어디 아프냐고 물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바로 (병을) 알아낼 테니.”  

 

“The best doctor in the world is the veterinarian. He can’t ask his patients what is the matter-he’s got to just know.”-Will Rogers(1879~1935) 

 

맞는 얘기고, 또 재밌는 얘기다. 

 

하지만 모든 수의사가 ‘명의’는 아니다. 척 보기만 해선 “어디가, 진짜 아픈지” 바로 알아낼 수는 없으니. 

 

오히려 ‘탐정’에 가깝다. 손으로 만져보고, 청진기로 들어보기도 하지만, 혈액검사 등 각종 검사도 필수다. 베일에 가려진 범인을 찾아내듯 여러 단서를 하나하나 꼼꼼하게 살피며 병을 찾아낸다. 

 

전쟁터 ‘군인’일 때도 있다. 긴장하면 무작정 물고 할퀴고 도망가는 게 이쪽 아이들. 언제 어디서 총알이 날아올지 모른다. 초보 수의사들일수록 손에, 팔에, 얼굴에 상처를 달고 사는 것은 그 때문. 

 

그래서 겉보기로 판단하면 오산이다. 하얀 가운 입고, 보호자와 웃으며 만나는 이면(裏面)엔 ‘녀석들’과의 또 다른 세계가 있다.  

 

그래도 사랑으로 감싸야 하는 환자들. “할 수 있는 만큼은 다했다”싶을 만큼 애를 썼어도, 무지개다리 건너가는 걸 막지 못할 때도 있다. 보호자에 민망한 것은 둘째고, 자신의 무능력에 며칠씩 자괴감에 허우적댈 때도 많다. 그래서 스트레스 많이 받은 ‘극한직업’이기도 하다. 

 

그래도 수의사는 최근 가장 주목 받는 직업군의 하나다. 돈도 많이 번다 한다. 반려동물 인구가 많아지고, 사랑하는 아이들 병을 고쳐주니 ‘선생님’으로 우러러본다. 

 

 

동물병원 무한경쟁 시대... 보호자들 기대와 니즈는


수의사는 전국 10개 수의대에서 매년 500명 이상이 졸업한다. 예과 2년에 본과 4년, 모두 6년 공부한 후 면허시험에 합격하면, 그 절반 이상이 동물병원으로 진출한다.  

 

 

하지만 이들 앞에 놓인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반려동물 보는 동물병원만 전국에 3천 600개가 넘고, 여기 수의사만 6천 700명(2020년 3월 현재)이 넘는다. 일각에선 "우리나라 시장 상황에 비춰 수의사가 너무 많다"는 얘기도 나온다.  

 

게다가 동물병원들이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대도시엔 골목 하나 사이에 두고 동물병원이 마주 보는 곳도 많아졌다. 무한경쟁 시대에 돌입한 것. 

 

그것보다 이들을 더 괴롭히는 건 보호자들 ‘기대’와 '니즈'(needs)가 더 빠른 속도로 높고, 다양해져 간다는 것. 

 

“잘 하신다 얘기 듣고 왔다. (다른 아이는 몰라도) 내 아이만은 빨리, 잘 낫게 해달라”는 얘기를 하루에도 몇 번씩 듣는다. 여간 부담스럽지 않다. 

 

심지어 암이나 심장병, 면역질환, 알츠하이머까지도 빨리 낫게 해달라 한다. 사람 의료에서도 아직 어려워하는 병들인데도. 

 

병에 대한 지식이 전문가 뺨치는 보호자도 많다. 의사 약사 간호사 등 전문 의료인들도 강아지 고양이가 아프다며 동물병원을 찾아온다. 

 

기대 수준이 높다 보니, 차도가 없으면 단골병원도 바로 바꾼다.  

 

의료사고 몇 번이면 보호자들로부터 철저히 외면 당한다. “불친절하다”, “과잉진료하더라”, “돈벌이에 눈이 멀었다”, “동물을 사랑하지 않는 것 같다”는 소문만 돌아도 직격탄이 날아온다.

 

동물병원 선택 기준 1위는 단연 '수의사의 역량과 실력'


그렇다면 어떤 동물병원을 찾아야 할까? 

 

 

너무 뻔한 얘기지만, 친절하게 잘 설명해주는 의사가 일단 좋다. 병원 위생 상태나 진단 장비도 중요하다. 자주 찾아야 하는, 동네 단골병원일수록 더 중요한 덕목이다. 

 

<코코타임즈>가 지난해, 시장조사 전문업체 '오픈서베이'(open survey)를 통해 수도권에 거주하는 20~59세 반려인 200명에 물어본 적이 있다. 

 

이들의 절반 이상은 한 번 이상 동물병원을 바꿔본 경험이 있었다. 이사를 했거나, 병원이 불친절했거나 하는 이유도 있지만, 진료비 문제가 컸다. 예상보다 너무 많이 나왔거나 과잉진료를 했다는 의혹 때문. 

 

그렇다면 이들이 새 동물병원을 선택할 때는 어떤 기준으로 골랐을까? 

 

‘수의사 역량과 실력’(57%)을 첫손에 꼽았다. 병원이 가까우냐(49%), 진료비가 비싸냐(34%)는 그다음이었다. 이전에 나온 다른 조사에서도 비슷했다. 

 

그래서 '수의사의 역량과 실력'을 답한 이들에 한 번 더 물어봤다. 그랬더니 얼마나 오래 진료를 해왔느냐(86%)를 가장 크게 쳤다. 1, 2년 차 주니어 수의사에 아이 생명 맡기고 싶지 않은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또 수의사 전문성(83%)도 그만큼 중요하게 봤다. 어떤 질환을 많이 보고, 또 잘 고쳐왔느냐는 것. 얼마나 친절하게, 잘 설명 해주냐(68%)보다 훨씬 더 중요하게 봤다. 

 

하지만 수의사 역량과 실력도 진료 받아보기 전엔 미리 가늠하기 어렵다. 큰 병원이라고, 브랜드 있는 병원이라고 병도 잘 고치는 병원이랄 수는 없으니까. 지금, 여기, 내가 만나고 있는 수의사가 ‘실력파’인지 아닌지도 알 수 없다. 헛된 정보들이 세상엔 얼마나 많은가. 

 

우리나라 수의(獸醫) 분야에 '전문의'(專門醫) 제도가 아직 없는 것도 한 이유다. 전문의 제도가 없으니, 1차~2차~3차 진료체계도 아직 없다. 00전문병원, 00종합병원, 002차병원 등도 엄격히 얘기하면 병원측의 ‘자의적’ 표현이란 얘기다. 

 

 

"전문의 필요하다"...하지만 공식 제도 아직 없고, 국제 기준 맞추기도


많은 수의사들도 "전문의가 필요하다" 인정한다. 수의계 내부 논의도 무성하다. 기본 계획을 세워 놓은 파트도 이미 있다. 

 

 

하지만 제대로 진행되진 않는다. '의지'의 문제가 아니란 얘기다. 정부가 제도를 만들고 공인을 해줘야 하는데, 아직 제도조차 만들지 못했다.  

 

현장 여건도 부족하다. 전문의 앞 단계인 인턴, 레지던트 과정부터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상 케이스 확보하는 것부터 시설 수준도, 교육 수준도 국제 기준과는 차이가 많다. 

 

다만, 대안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일본 한국 홍콩 대만 중국 인도 아세안 등의 수의사들이 전문과목별 아시아수의학회를 꾸리고 있다. 여기서 전문의를 일부 배출해왔다. 미국이나 유럽 제도를 원용한 전문의 자격 제도를 운영해온 것. 

 

우리나라에도 그렇게 전문의 자격을 받은 이들이 꽤 있다. 내과 피부과 안과 등 3분야에 걸쳐 모두 25명. 대학 교수가 14명, 일선 병원에 11명.  

 

이들은 미국이나 유럽 전문의 학회에도 동등한 자격으로 참여하고 발표한다. 아시아권 수의사들도 두루 인정하는 국가대표 '동물 전문의'들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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