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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칼럼】우리 펫산업, 이미 6조원 넘어섰다?

 

 

【코코타임즈】 펫산업은 우리나라 대표적 성장산업의 하나다. 도시 주요 상권마다 동물병원, 펫숍, 펫카페들이 몇 개씩이다. 반려인구가 늘면서 반려견 놀이터부터 펫테마파크, 펫장례식장 등 기반시설들도 빠르고 늘고 있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엔 그런 경향이 더 빨라졌다. 온라인쇼핑몰부터 할인매장과 백화점, 심지어 동네 편의점 등까지 반려견 사료나 용품코너들이 넘쳐난다. 전체적인 불황 속에서도 펫산업은 거뜬하다. “펫산업은 경기변동에 비(非)탄력적”이란 얘기가 실감 난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 펫산업은 어느 정도나 커졌을까? 아쉽게도 아직 모른다. 추정치만 있을 뿐. 공급 측면에서도, 수요 측면에서도 정확한 통계가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국농촌경제연구원과 국민은행 KB경영연구소 등은 우리나라 펫산업 규모를 2009년 9천억원에서 2015년 1조9천억원, 2020년 3조4천억원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봤다. 그런 추세로 2021년 3조8천억원을 거쳐 2027년 전후엔 6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었다.

 

그동안 '반려동물 680만, 반려인구 1천500만' 추산


하지만 이는 실제보다 부풀려져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우리는 반려동물 가구수와 반려인구, 반려동물 수를 너무 크게 추정해왔기 때문이다. 

 

 

이들이 근거로 삼은 것은 지난 2015년부터 농림축산식품부가 거의 매년 조사해온 ‘동물보호 국민의식조사’. 2020년 조사까지 여기서 우리나라 반려가구 수와 키우는 반려동물 수를 추정했다. 

 

이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가구 중에서 반려동물 키우는 가구는 25~27%. 이들이 키우는 강아지는 602만 마리, 고양이 258만 마리에 이른다. 

 

그동안 언론 기사와 각종 보고서 등이 거론해 온 “전국 반려동물 680만 마리, 반려인구 1천500만명”이란 얘기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그러나 이들은 ‘공식통계’가 아니다. 통계법에 따라 국가가 ‘공인’(公認)한 공식통계도 아닐 뿐더러 현실과도 차이가 너무 많았다. 

 

오히려 지난해 통계청이 낸 게 진실에 가깝다. 통계청은 지난해 정기 인구조사를 하며 반려동물도 조사 항목에 포함시켰다. 역사상 처음으로 전국 반려가구들을 전수조사했던 것.

 

실제로는 '반려동물 400만, 반려인구 730만'... 추정치의 절반도 안돼


이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2천148만5천 가구 중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는 312만9천가구. 전체의 15.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어촌이나 도시 단독주택 마당개까지 다 포함한 것이다. 최대치라는 얘기다. 

 

 

여러 마리 기르는 집들도 많아 가구당 강아지는 1.19마리, 고양이는 1.46마리를 키운다.  

 

그래서 강아지는 전체 반려가구의 77.4%(242만3천가구)에서 288만3천 마리를, 고양이는 22.9%(71만7천가구)에서 104만7천 마리를 키운다. 

 

강아지 고양이 모두를 합하면 393만 마리다. 그동안 거론해온 반려가구 25~27%, 반려동물 860만 마리에 비하면 절반에 불과하다. 일종의 착시(錯視)현상을 불러온 셈이다. 

 

집 안에서 키우는 강아지만으로 한정한다면 그 수치는 더 줄어든다. “마당개, 시골개 등을 제외하면 (집안에서 키우는) 순수 반려동물로 키우는 가구는 전체의 10%도 안 될 것"(한국펫산업소매협회 이기재 회장)이라는 추정이 현실에 더 가깝다는 얘기가 된다. 

 

통계청 통계를 더 들여다보면 반려인구도 1천500만명의 절반인 732만2천명에 그친다. 2020년 현재 가구당 평균 가구원수가 2.3명이기 때문. 

 

결국 반려가구, 반려동물 수, 반려인구 등 아주 기본적인 통계부터 다시 써야 한다는 얘기는 그래서 틀린 말이 아니다.

 

우리나라 펫산업은 3조일까, 6조일까?


그렇다면 전체 시장 규모를 한 번 가늠해보자. 하지만 이 대목에 이르면 다시 난감해진다.  

 

 

펫산업에 어떤 분야를 어떻게 포함 시킬지 명확하지 않은 데다 개별 업종들 매출액까지 두루 정확하지 않다 보니 전체 공급(supply) 측면의 규모는 가늠하기 어렵다. 실제로 관련 업계에서조차 제대로 된 추정치를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 

 

그 대안으로 해외에선 펫산업 규모를 수요(demand) 측면으로 추정한다.  

 

가장 핵심적인 정보라 할 P(마리당 지출액)와 Q(반려동물 수)를 곱해 보는 것. 전체 시장 규모(L)=마리당 지출액(P) x 동물 수(Q)다. 

 

이런 방식으로 해외에선 글로벌 펫케어 산업 규모를 "2020년 2천300억달러(약 270조원)에서 연평균 6.1%씩 성장해 2027년이면 3천500억달러(약 410조원)에 이를 것"(임희석, 미래에셋증권 '글로벌 인더스트리 리포트', 2021.10)으로 전망하고 있다. 

 

마침, 농식품부가 최근 발표한 '2021년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조사'(2022.01)에서 우리나라 반려동물 마리당 지출액(P)을 조사해 놓은 것이 있다. 

 

지역별·성별·연령별 비례표본으로 추출한 5천 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조사다. 요즘 쏟아져 나오고 있는 대선 여론조사가 겨우 1천 명 정도를 표본으로 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훨씬 정교하다. 

 

이에 따르면 반려동물 월평균 양육비는 강아지 마리당 14만9천700원, 고양이는 12만5천700원이다.  

 

그렇다면 가구당 월평균 강아지 양육비는 17만8천100원, 연간으로는 213만7천200원이 된다. 같은 방식으로 고양이 키우는 가구는 연평균 220만2천원을 쓰고 있다.

 

펫산업 지속성장 위해 기본 통계부터 정비해야


전국으로 확대하면 강아지 키우는 가구의 연간 총지출액은 5조1천784억원, 고양이 가구는 1조5천788억원.  

 

 

이를 합하면 2021년 전국 반려가구의 연간 지출액은 6조7천572억원에 이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과 KB경영연구소 등이 추정했던 2021년 3조7천694억원보다 3조원이나 많다. 

 

결국, 반려동물 키우는 가구수나 반려인구는 그동안 추정해온 규모의 절반 이하인데, 전체 시장 규모는 오히려 추정치보다 3조원 이상 많은 셈이다. 

 

펫산업은 이제 우리나라 중요 산업이다. 고용 유발효과도, 부가가치도 크다. MZ세대가 좋아하는 산업이란 점에서 미래 성장성 역시 높다. 

 

역사도 짧다고만 할 수 없다. 1988년 서울올림픽 전후부터로 본다면 30년, 2000년 밀레니엄부터로 본다면 20년을 넘었다. 

 

그런데도 우린 시장 규모조차 정확히 모르는 깜깜이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주먹구구 추정치만으로는 정부 정책도, 개별 기업의 사업 계획도 오류로 이끈다. 기본 통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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