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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대 흉내 내는 '동물보건사' 대학들... “우리도 대학병원”

 

 

【코코타임즈】 지난 8월 30일. 충남 천안 연암대는 "국내 전문대학 최초로 '동물의료센터'를 개소한다"고 발표했다.  

 

"동물보건의료센터와 동물재활의료센터를 설립하고, '동물보건사' 양성 교육기관으로서 인적‧물적 인프라를 완비했다"(육근열 총장)는 홍보도 했다. 

 

수의사 면허를 지닌 교수들이 여기서 학생들에 실습 현장교육을 해준다는 얘기다. 마치 수의과대학이 부설 동물병원에서 진료를 하며 학생들 실습도 겸하고 있는 모양새. 

 

명칭부터 그런 이미지를 떠올리기 충분했다. 수의과대학 부설병원들에 '동물의료센터'란 이름을 가진 곳이 2곳이나 있다. 조금 규모가 큰 동물병원들에 ’동물메디컬(의료)센터‘란 이름 붙인 곳도 많다. 

 

"이상하다"는 소문이 퍼지며 대한수의사회가 발칵 뒤집어졌다. 다음날, 대한수의사회는 정부와 이를 검토해본 후 "수의사법 위반"이라며 "의법 조치하는 등 엄정 대응하겠다"고 연암대에 통보했다. 

 

깜짝 놀란 건 연암대. 당장 "우린 수의사법상 동물병원이 아니다"고 해명하더니 즉각 '동물보건실습센터'<사진>로 명칭을 바꿨다. 다른 내부 시설에도 '의료'란 명칭은 싹 뺐다.

 

'동물병원' '동물메디컬센터'로 개설해 진료까지 해온 곳도 여럿


그렇게 일단락 되는 듯했다.  

 

 

하지만 정작 대한수의사회를 더 놀라게 한 것은 '동물병원'이란 명칭까지 쓰며 버젓이 진료를 해온 곳이 이미 여럿 있었다는 사실. 

 

대표적인 게 경기도 S대학 P동물메디컬센터, 대전 W대학 S동물병원, 서울 H직업전문학교 등. 

 

 

 

국가자격 '동물보건사'를 염두에 두고 동물보건 과정을 개설한 대학들이 전국에 많아지며 생긴 현상이다. 수의사 면허를 가진 교수들까지 채용하다 보니, 학생 실습용 시설로도 쓰고 학교 수익사업으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란 계산이 나온 것. 

 

교수가 원장을 겸하거나, 학교 소유 건물 안에 버젓이 병원을 차린 곳들도 있다. 학교 캠퍼스와 떨어진 도심에 병원을 세우기도 한다. 

 

그런데 다들 병원 이름에 학교 이름이 묻어있다. '학교기업'이어서 소속 대학 학생들에게 병원비 할인을 해주기도 한다. 

 

"대학병원 수준의 내·외과 진료가 가능하다"며 "수술 후 상급 종합병원으로 이동하지 않고도 재활치료가 가능하다"고 표방하는 곳도 있다. 수의과대학 부설 동물병원과 다르지 않다는 얘기다.

 

수의사법, 동물병원 개설 조건 까다로워... 자칫 '사무장병원'으로 낙인 찍을 수도


그러나 현행 수의사법은 면허를 가진 수의사가 직접 병원을 개설하는 경우 외에는 동물병원 개설 자격에 엄격한 제한을 두고 있다. ▲국가나 지자체 ▲동물진료법인 ▲수의학 전공대학 ▲비영리법인만 가능하다. 

 

 

여기서 '비영리법인'은 민법이나 특별법에 따라 설립된 법인만으로 한정한다. 결국 일반 학교법인이 자신의 자본으로 동물병원을 개설하는 건 '사무장병원'을 세우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얘기가 된다. 

 

일반 수의사가 "학교 건물의 공간 일부만 임대해 별도로 차린 병원"이라 항변할 수도 있다. 그래도 이런 경우, 명칭에 혼동을 주어 표시광고법 등 관련법 위반으로 볼 소지가 생긴다. 

 

대한수의사회에 따르면 "학교 건물에 임대를 한 경우도 '대학 부속 동물병원'으로 오인할 내용이 있다면 표시광고법에 위반될 수 있다"는 정부 유권 해석도 나와 있다.

 

정부도 일말의 책임 있어... 수의사법 시행령 개정안에 관련규정 넣었다 나중에 삭제


물론 이들 대학들도 할 말이 없진 않다. 

 

 

지난 3월 정부가 예고한 수의사법 시행령 개정안에 "동물보건사 양성기관에서 수의사인 지도교수가 학생 실습교육을 하기 위하여 행하는 진료행위"를 허용하려는 내용이 포함된 적이 있기 때문. 

 

하지만 입법예고 기간이 끝난 8월에 공포된 개정 수의사법 시행령엔 막상 이 조항이 사라졌다. 농식품부 방역정책과 관계자는 "(해당 내용은) 상위법, 즉 수의사법에 관련 조항이 없어 제외됐다"고만 설명했다. 

 

지난 2019년 수의사법에 '동물보건사' 제도를 신설할 때, 관련 근거를 만들지 놓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결국 일부 대학들이 동물병원을 개설하려는 빌미를 정부가 일부 제공했다는 지적도 가능하다. 

 

해당 학교들에서 "향후 수의사법을 추가 개정하며 정부가 이 조항을 추가한다면 동물병원이 가능하지 않느냐"는 기대를 하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대한수의사회, "불법 행위가 있는 경우 엄정 대응하겠다"


그래도 남는 문제는 대한수의사회가 '동물보건사' 대학들의 이런 케이스를 계속 방치만 하고 있긴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  

 

 

인근에 개설한 다른 동물병원 원장들의 불만도 불만이지만, 수의과대학 신설을 강력 반대해온 그간의 입장과도 배치될 수 있기 때문. 

 

이에 대한수의사회는 25일, 2021년 제2차 이사회에서 "수의학과가 없는 대학 등은 동물병원을 개설할 수 없다"는 수의사법 관련규정을 다시 상기시키며 "(동물보건사 과정을 개설한 대학들에) 관련 불법 행위가 있는 경우 의법 조치 등 엄정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편, 현행 수의사법에 따르면 '사무장병원' 등으로 적발된 경우 병원은 영업정지 또는 5천만원 이하의 과징금(제33조) 처분이 내려진다. 

 

또 동물병원을 개설한 소유자에겐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39조)이다. 징역과 벌금을 함께 때릴 수도 있다. 결코 가볍지 않은 조항이다. 

 

여기서 사무장병원에서 동물진료업을 한 수의사도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41조)가 부과된다. 양쪽을 다 벌하는 '쌍벌 규정'이기 때문. 경우에 따라선 면허를 취소하거나 면허효력을 정지시키는 경우까지 생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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