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타임즈】 금융감독원장을 지냈던 김기식 소장(더미래연구소)이 1천500만 반려인들의 가장 큰 골칫거리인 동물병원 진료비 문제에 대한 해법의 하나를 내놓았다.
"반려동물 의료비가 사람 의료비보다 비싸고 가격도 천차만별"이라며 "동물병원 진료행위를 표준화하고, 거기다 표준수가를 정해야 한다"는 것. 이와 함께 "반려동물 보험을 활성화해야 보호자들 의료비 부담을 낮출 수 있다"고 했다.
김 소장은 4일 오전 KBS-제1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 "(반려인들에게) 뭐가 제일 불만이냐" 물어보면 거의 대부분 "동물병원 갔을 때 첫째는 너무 비싸고, 두번째는 똑같은 치료도 병원마다 두세배씩 가격이 달라서 수의사가 부르는 게 가격인 (지금 현실에 대한) 불만이 가장 크다"며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다음은 반려동물 진료비 주제로 한 대담 내용.(*대담 내용 일부는 요약했습니다- 편집자 주)
최경영 : 같은 수술이라도 사람한테 하는 수술보다 더 비싸다면서요?
김기식 : 훨씬 비싸죠. 예를 들면 사람은 건강보험이 커버해줍니다. 그래서 실제로는 저와 제 배우자 의료비보다 강아지 둘한테 들어가는 병원비가 훨씬 많습니다. 10배 이상 들어갑니다. 그러면 "반려동물도 보험 하면 되지 않냐"고 하실 텐데 이게 제대로 안 됩니다.
최경영 : 왜요?
김기식 : 보험을 하려면 보험요율을 계산해야 되잖아요. 무슨 이야기냐 하면 보험사 입장에서는 통계를 내야 하거든요. 강아지가 병에 걸릴 확률. 그 병에 걸렸을 때 어느 병원에 갔을 때 얼마가 든다 정해져 있어야 된단 말이에요. 수가가 정해져 있어야 되잖아요. 슬개골에 문제가 생겼을 때 수술하면 얼마의 비용이 들어갈 거다가 예측이 되어야 보험료를 얼마를 걷을지.
최경영 : 산정이 안 되는구나.
김기식 : 그렇죠. 보험료율을 계산하면. 건강보험료가 가능한 건 뭐냐 하면 어느 병원을 가더라도 종합병원을 가든 동네병원을 가든 자기가 내야 할 병원비가 다 정해져 있잖아요. 그래서 그걸 '수가'라고 하거든요. 그래서 사람 진료와 관련해서 '표준수가'라고 해서 각 질병마다 혹은 의료행위마다 이거는 얼마로 한다고 정해져 있어요.
그런데 동물병원은 그게 없어요. 그냥 수의사가 부르는 게 가격이에요. 그러다 보니 보험회사 입장에서는 가입되어 있는 동물 반려동물이 100만 마리인데 그중에서 어떤 하나의 병에 걸릴 확률이 1%라 하더라도 이 1만 마리에게 나갈 진료비가 얼마인지를 계산할 수가 없는 거죠. 병원마다 가격이 다 다르고.
최경영 : 그러면 계속 이 상황으로 놔둘 수밖에 없어요?
김기식 : 그래서 이제 반려동물 보험이 부분적으로는 있습니다. 그런데 커버리지, 그러니까 보험이 주는 범위가 굉장히 제한적이어서 실제로는 보험에 가입해도 별로 혜택을 못 보는 거죠. 그다음에 반려동물 보험을 회피하는 동물병원들도 많기 때문에 별로 혜택이 없는 거예요.
그러려면 이게 어떻게 되어야 하냐. 제일 중요한 건 뭐냐 하면 모든 동물병원 진료행위를 표준화하고 그거에 수가를 정해줘야 합니다. 그래야만 민간 반려동물 보험이 활성화될 수 있는 거죠.
최경영 :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리겠네요, 이게.
김기식 : 그렇지 않습니다. 원래 우리나라는 진료행위 표준수가제를 (이미) 시행을 해왔던 나라입니다
최경영 : 동물에 대해서도?
김기식 : 그래왔는데 1989년에 공정거래위원회가 "이것이 경쟁을 제한해서 소비자 후생에 불이익이 생긴다. 경쟁을 통해서 가격이 내려가는 것을 막는다"고 해서 폐지시켰습니다, 강제로.
1989년 공정위가 표준수가제 폐지하며 오히려 문제 더 커져
최경영 : 거의 미국식으로 바꿔버렸구나.
김기식 : 그런데 이게 얼마나 탁상머리 행정이냐 하면 그 표준수가제를 폐지하고 나니까 본인들이 기대했던 경쟁을 통한 가격이나 효과가 난 게 아니고 오히려 가격 상승 효과가 어마어마하게 이루어졌어요.
최경영 : 그렇겠네.
김기식 : 지금 전국에 수의사가 6천 명이거든요. 반려인은 1천500만 명. 지금은 동물병원 수익성이 웬만한 사람 치료하는 병원보다 훨씬 좋습니다. 왜냐하면 한정된 수의사.
최경영 : 수의과대학도 얼마 없잖아요, 지금 한국에.
김기식 : 한정된 6천 명밖에 안 되는 수의사들이 그렇게 급격히 늘어나지 않거든요. 수의대가 의대보다도 훨씬 적기 때문에. 그런데 반려동물은 폭발적으로 증가했거든요. 그러니까 1천500만 반려인을 6천 수의사가 상대하고 있는 거예요. 그런데 가격도 내 마음이야.
최경영 : 부르는 게 값일 수밖에 없네.
김기식 : 그렇죠. 동네에 이용할 수 있는 동물병원이 몇 개 없거든요. (그런데) 이게 거의 자식 같거든요. 애가 만약에 토하고 안 좋으면 진짜 갓난아기 들춰 업고 가듯 반려동물을 새벽에도 들춰 업고 뛰거든요.
최경영 : 이거 뭔가 방법이 있어야겠는데요.
김기식 : 방법이 있습니다. 원래 있었던 진료의 표준화, 표준수가제를 도입만 하면 보험회사들이 1천500만 고객을 상대로 펫보험을 적극적으로 영업하겠죠. 그러니까 민간시장에 의해 알아서 이루어집니다. 정부가 그것만 하면 됩니다. 원래 있었던 진료표준화와 표준수가제로 부활시키면 됩니다.
동물병원 진료비 문제, 동물 유기의 핵심 원인... 동물 복지 위해서도 필요
최경영 : 이런 거 대통령 선거 공약으로 나와도 괜찮겠다. 그렇죠? 저도 반려인입니다만 진료 표준화와 표준수가제에 대해서 목소리 크게 내주시면 이번 대선 때 아마 대통령 되고 싶은 후보는 반드시 그거를 공약으로 채택하고, 다음 정부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해서 정말 우리 반려인들의 진료비 부담을 학 떨어뜨리고. 그리고 진료비 부담 때문에 아픈 강아지들을 유기합니다. 유기견이 발생되는 가장 많은 경로가 뭐냐 하면.
김기식 : 돈이 없어서.
최경영 : 고양이나 강아지가 유기되는 가장 많은 이유가 질병입니다. 질병에 걸리면 돈 들어간다고 유기하거든요. 반려동물을 위해서도 이 반려동물 보험이 활성화되어야 비용 부담 때문에 애를 유기하는...
김기식 : '동물 인권'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군요.(* 여기서 '동물 인권'은 '동물권', 또는 '동물 복지'를 의미 하는 듯- 편집자 주)
최경영 : 그럼요.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