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타임즈】 부산에도 대학병원급 동물종합병원이 들어선다. 동명대학교(남구 용당동) 자리에 경상국립대(총장 권순기) 동물병원을 유치하는 것.
부산-울산-양산-김해 등 '부산권'의 반려동물 보호자들을 난감하게 만들던 제2, 3차 진료기관 공백을 메꿀 퍼즐이 완성되는 셈이다.
동네마다 동물병원들이 계속 생기고, 응급진료와 전문클리닉을 갖춘 24시동물메디칼센터들도 군데군데 개원했지만, 암이나 만성질환 등을 치료할 대학병원급 진료기관이 없어 필요할 경우 멀리 서울(서울대병원 또는 건국대병원)까지 오가야 했기 때문.

부산 경남 울산을 통틀어 동물 대학병원은 진주에 있는 경상국립대 부속 동물의료원(GAMC, 병원장 유도현)이 유일하다.
그런데, 경상대가 동물의료원은 그대로 두고 부산에도 동물병원을 하나 더 만들겠다는 것.
경상대는 이를 위해 약 300억원을 들여 이르면 올해부터 병원 공사에 착공한다.
완공되면 당분간은 수의과대학(학장 고필옥) 임상교수들과 석박사급 진료 전문인력들이 부산과 진주를 오가는 '투트랙'(two track) 진료시스템으로 운영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8년엔 경남 부산대양산캠퍼스에 들어서기로
경상대 동물병원의 부산권 진출은 사실 갑작스런 얘기가 아니다.
지난 2018년 8월, 경남 양산의 부산대양산캠퍼스 부지에 (가칭)'양산 경상대학교 동물병원'을 신설한다는 계획이 발표됐었다.
당시 부산대 전호환 총장과 경상대 이상경 총장이 부산대 대학본부에서 ‘동남권 의생명 특화단지 교육 및 연구 활성화’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이같은 계획을 함께 내놓은 것.

하지만 2년이 지나 2020년, 결국 무산됐다. 부산대 차정인 신임 총장이 동물병원 유치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수의과대학까지 새로 만들려 하면서 파국을 맞게 된 것.
대한수의사회 등 수의사단체들이 일제히 부산대의 수의과대학 신설을 반대하고 나섰고, 경상대 등 전국 10개 수의과대학도 같은 입장이었기 때문.
하지만 전호환 전 부산대 총장이 임기를 마치고 올해 4월말 동명대 신임 총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국면이 바뀌게 된다.
지난 2018년 MOU 체결 과정에서 신뢰를 쌓은 경상대 이상경 전 총장 및 권순기 신임 총장 등과 동물병원 설립안을 되살릴 방법을 논의하면서 다시 급물살을 타기 시작한 것.
여기에 부산시도 동참했다. 부산에 펫산업 플랫폼을 만들려는 박형준 시장의 큰 그림이 있었기 때문.
전호환 동명대 총장이 지난 8월 학위수여식 축사에서 “학교에 동물병원을 유치하고 (반려동물) 관련학과를 신설하겠다”고 하고, 박형준 부산시장이 지난달 30일, 제18차 비상경제대책회의를 통해 “펫산업 육성플랫폼의 핵심 인프라 역할을 할 대학병원급 종합동물병원을 유치해 (시민들에게) 우수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결국 21일 MOU 체결은 지난 2018년 협상 주역들이 3년만에 재결합한 형태다.
위치가 경남 양산 부산대캠퍼스에서 부산 남구 동명대캠퍼스로, MOU 주체가 전호환-이상경에서 전호환-권순기로 바뀌었을 뿐.
경상국립대, 이번 협약 최대 수혜자?
어쩌면 경상대로선 더 좋은 결과라 할 수도 있다.
일단, 부산대의 수의과대학 신설 움직임을 막으면서도 동물병원 외연 확대라는 숙제를 풀 수 있게 된 셈이 됐다. 이번엔 부산시까지 지원군으로 나섰다.
게다가 병원 신설 자리가 동부산권이다. 해운대 광안리 등 반려동물 양육인구 밀집도가 높은 곳. 부산~울산고속도로와 부산외곽순환도로를 통해 울산~양산~김해~창원의 접근이 용이하다는 점에서 병원 수익 올리기엔 양산보다 훨씬 더 나을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 경남 진주의 경상대 동물의료원의 경우, 임상교수 9명이 내과 외과 산과 영상진단과를 운영하는 등 다른 대학병원들에 비해 소규모다. 진주라는 지역적 한계 때문에 연간 매출도 10억원선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경상대 차원에선 매년 수십억원대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수익모델 하나를 추가한 셈이다.

동명대로서도 대학병원 유치를 계기로 국가자격 '동물보건사'와 임상병리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동물관련학과를 신설하는 등 반려동물 관련 분야 투자에도 적극 나설 수 있게 됐다.
반려동물 전문인력을 양성하려는 대학이 있다면 적극 지원하겠다는 부산시 입장과도 통한다.
현재 부산에서 동물관련 학과를 두고 있는 대학은 신라대학교와 부산경상대, 부산여대 뿐이다.
지금은 허니문... 하지만 도사리고 있는 악재도
하지만 경상국립대와 동명대 사이에 허니문(honeymoon)만 계속 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동명대 역시 궁극적으로는 수의과대학 설립을 염두에 두고 있고, 부산시 역시 "지역대학이 수의학과 신설을 추진할 경우, 중앙부처 및 정치권과 공동 대응하며 이를 지원하겠다"(박형준 시장)는 복안을 갖고 있기 때문.
부산대 수의학과 신설에 대해 대한수의사회부터 전국 10개 수의과대학들이 일제히 반발한 것처럼, 언젠가 여기서도 또 한 차례 홍역이 재연될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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