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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뺑소니도 억울한데 안락사라니"…백구에게 생긴 기적

 

 

【코코타임즈】 "한 생명이 교통사고 뺑소니 당한 것도 억울한데 병원비 때문에 안락사라니… 꼭 살리고 싶었어요." 

 

강아지 2마리를 키우고 있는 이모씨는 최근 인스타그램을 보다가 우연히 뺑소니를 당한 백구 소식을 접했다. 안타까운 마음에 백구를 구하기로 했다. 여러 사람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덕분에 백구는 서울의 한 병원에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21일 처음 백구 소식을 전한 A씨에 따르면 지난 2일 오전 충북 음성군의 도로 한가운데 백구 한 마리가 쓰러져 있었다. 

 

가장 먼저 백구를 발견한 사람은 인근에서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B씨였다. 그는 바쁜 출근길 발걸음을 멈추고 백구를 갓길로 옮겼다. 그리고 버려진 현수막으로 백구를 감쌌다. 다른 사람들도 가던 길을 멈추고 2차 사고 방지를 위해 백구의 곁을 지켰다.

 

구조자 "2차 사고 날 수 있는데 도로에 방치돼"


이를 본 A씨가 지자체 보호소와 연계한 동물병원으로 백구를 이송했다. 백구의 주인을 찾으려 했지만 백구에게는 이름표도, 내장칩도 없었다.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도 등록돼 있지 않았다. 떠돌이개로 추정됐다. 

 

 

백구의 상태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앞다리와 뒷다리가 모두 골절된 상태였다. 이내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혔다. 병원비였다. 치료비가 1000만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백구 발견자에게 병원비를 내라고 하기도, 병원 측이 부담하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골절된 상태로 놔두면 백구는 계속 고통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조심스럽게 안락사 얘기가 오갔다. 지자체 보호소에서는 동물보호법상 공고기간인 10일까지만 보호해주는 경우가 많다. 백구는 10일 동안 고통을 느끼다 죽음을 맞을 수도 있었다. 

 

때마침 A씨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이 같은 소식을 접한 이씨는 자신이 백구를 끝까지 책임져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동물보호단체인 '엔젤프로젝트'에 연락해서 서울에 있는 '헬프유기동물의료센터'를 소개 받았다. 엔젤프로젝트는 병원 소개 뿐 아니라 병원비 모금도 돕기로 했다. 

 

이씨는 A씨에게 음성에서 서울까지 백구를 옮겨줄 수 있는지 물었다. A씨는 흔쾌히 백구를 병원에 데려다줬다. 이후 이씨는 병원에 가서 백구의 상태를 확인한 뒤 수의사와 상의해 앞다리 수술을 먼저 하기로 했다. 

 

며칠 뒤 진행한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주저앉아 전혀 움직이지 못했던 백구는 조금씩 걷기 시작했다. 모두 기적이라고 말했다. 수의사는 백구의 재활 치료를 하며 경과를 지켜본 뒤 뒷다리 수술을 하기로 했다.

 

여러 사람 도움으로 골절된 다리 치료 중인 백구


이씨는 백구를 구조하고 10일이 지난 뒤 동물등록을 했다. 필승이라는 이름도 지어줬다. 매일같이 병문안도 갔다. 사람을 두려워하는 백구와 교감하기 위해서였다. 혹시나 병원에서 불편해 할 수도 있어서 밥을 주고 잠깐씩 있다가 왔다. 

 

 

이씨는 백구를 차로 치고 그냥 간 운전자도 찾고 있다. 운전자가 예상하지 못한 상황으로 사고가 발생할 수는 있지만 현장을 방치한 책임이 있어서다. 자칫 2차 사고가 발생해 다른 사람이 다칠 수도 있었다. 

 

조찬형 법무법인 청음 변호사에 따르면 현행법상 주인이 있는 동물을 차로 그냥 치고 갔다면 운전자에게는 재물손괴죄 등을 물을 수 있다. 다만 야생동물이나 유기동물이라면 형사상 책임을 묻기 어려울 수 있다. 

 

조 변호사는 "법률로 지정된 천연기념물이 아니어서 형사상 처벌을 받지 않는다고 해도 운전자는 사고 현장을 그냥 벗어나지 말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도리"라며 "그래야 추가 교통사고 발생을 방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이 늘어난 덕분일까. 경찰에서도 적극적으로 사고를 낸 운전자를 찾기로 약속했다. 사건을 담당한 음성경찰서 교통조사팀은 현장 폐쇄회로(CC)TV 확보 후 가해차량을 찾고 있다. 

 

백구를 보호 중인 이씨는 "움직이지 못하는 필승이를 도로에 계속 방치했다면 분명 2차 사고로 이어졌을 것"이라며 "담당 경찰관 분들이 가해차량을 찾아준다고 해서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또 "혼자였다면 필승이를 살리지 못했을 텐데 많은 분들이 함께 해주셔서 기적이 일어났다"며 "구조란 단순히 살리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책임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필승이가 완전히 회복할 때까지 돌봐주면서 더 좋은 입양처도 찾아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안락사 직전까지 간 필승이가 살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준 덕분에 오히려 제가 위안을 받고 있다"며 "요즘 코로나 등 여러 환경으로 인해 힘들어하는 분들이 많은데 필승이를 보면서 위기를 잘 극복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기적을 보여준 백구 필승이의 소식은 인스타그램 @iboyeon36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ews1-10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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