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타임즈】 개의 습격을 받아 사람이 죽거나 중태에 빠지는 대형 사고가 최근 잇따라 발생하면서 '도그 포비아'(Dog phobia), 즉 개 공포증이 확산되고 있다.
그런데 개에 물리며 받은 피해에 대해 현행 법률들간 형평이 맞지 않는 대목이 눈에 띈다.
잇따른 개 물림 사고로 확산되는 '도그 포비아'
현행 동물보호법은 동물을 학대해 개를 죽게 하면 견주에게 3년 이하 징역(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했다.
반면, 맹견이 사람을 물어 죽게 하면 견주에게 2년 이하의 징역(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최대 형량이 1년 차이가 나는 것.
외출 시 맹견에게 목줄과 입마개를 하지 않거나 기르는 곳에서 벗어나게 하는 등 관리 소홀로 사람을 사망하게 한 견주도 이 법의 적용을 받는다.
하지만 이번 그레이하운드 혼종 사냥개 6마리 습격을 받은 모녀가 중태에 빠진 이번 사건처럼 맹견이 아닌 경우엔 이 조항 적용도 어렵다. 동물보호법을 바로 적용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현행 동물보호법상 정부가 지정한 맹견은 △도사견 △아메리칸핏불테리어 △아메리칸스태퍼드셔테리어 △스태퍼드셔불테리어 △로트와일러 등 5종과 그 혼종(mix견)들로 한정된다.
사람이 개 죽이면 징역 3년, 개가 사람 죽이면 금고 2년
그 외의 개가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할 경우 현행 형법은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 2년 이하의 금고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징역보다 형벌이 훨씬 가벼워지는 것.
그나마 ‘중과실치사’를 적용하면 형량이 그보다 조금 더 올라갈 수 있으나, 본질적인 차이는 없다. 즉 동물을 죽게 하면 ‘징역 3년’, 사람을 죽게 하면 ‘금고 2년’이라는 이상한 결과가 나오는 셈이다.
이번 사고에서도 경찰은 물림 사고를 낸 사냥개 6마리의 견주에 대해 관리 소홀로 인한 중과실치상 및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현행 법률로 동물은 아직 '물건'에 해당하는 만큼 키우던 동물이 사람을 다치게 하면 이는 '과실'이고, 과실로 인해 사람의 신체를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해질 뿐이다.
또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했더라도 2년 이하의 금고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게 된다. 징역과 달리 금고는 노역을 하지 않는다. 처벌이 상대적으로 가볍다.
개 물림 사고 매년 2천건 넘어... 개물림 사고, 처벌 수위 높여야
소방청에 따르면 2016년부터 5년간 병원에 이송된 개 물림 사고는 모두 1만1천152건. 매년 2천200건이 넘고, 하루 평균 6건이 넘는 셈이다.
그런데, 이 때 개 물림 사고의 대부분은 맹견이 아니다. 이 때문에 개에 대한 관리 소홀로 사람을 죽게 하거나 중상을 입힌 경우에 보다 강력하게 처벌하려면 관련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반려견 자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도그 포비아'가 늘어나는 것은 개 물림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
그리고 그 밑바탕엔 "내 개는 물지 않아요", 또는 "내 개는 절대 그럴 일이 없어" 같은 보호자들의 안이한 태도나 맹목적인 믿음이 자리 잡고 있다.
보호자가 반려견에게 입마개와 목줄을 제대로 착용시키고, 혹시 모를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기만 해도 개물림 사고의 상당 부분 예방할 수 있다고 동물행동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이에 동물보호법을 개정해 맹견 뿐 아니라 모든 개가 목줄과 입마개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물림 사고가 발생하면 견주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은 그래서다. 개에게도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실은 견주의 책임이 더 크다는 것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맹견의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얘기도, 음주사고의 경우처럼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영국에선 개 물림 사고 최대 17년 징역... 우린 아직 법망 허술
영국에서는 개에게 물려 사람이 죽으면 사고 원인을 철저히 조사한 뒤 가해 견주에게 최대 17년 징역형에 처한다. 개에게 물려 사람이 부상을 입었을 경우에도 가해 견주에게 최대 5년 징역형에 처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미국도 주마다 차이가 있지만, 처벌 수위는 낮지 않다. 심지어 인명 사고를 낸 개는 안락사 시키기도 한다.
한편, 이런 논의는 개의 주인이 있는 경우라면 그나마 다행이다. 책임 소재가 분명해 처벌이 보다 용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기견에 의한 물림 사고는 주인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처벌도 힘들고 보상도 받기 어렵다.
최근 경기도 남양주의 개농장에서 풀어놓고 키우던 사모예드 혼종의 개가 50대 여성을 물어 죽인 사고에서 개농장주가 자신은 견주가 아니라고 끝내 발뺌을 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최근 개 물림 사고는 계속 빈발하고 있으나, 법망은 아직 허술하기 짝이 없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