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타임즈】 그렇다. 당신이 10만원짜리 잡종견보다 200만, 300만원짜리 품종견을 더 선호하는 건 당연하다. 마치 평범한 퍼블릭카보다 날렵한 스포츠카를 갖고 싶어하는 것처럼.
이번에 다른 질문 하나. 만일 품종견과 근친교배로 태어난 개, 두 마리가 있다 할 때 당신은 어느 개를 고를 것인가? 이번 역시 품종견? 그렇다. 최소한 '근친교배'는 아니지 않은가?
그런데, 문제는 그 둘이 완전히 같은 말이라는 사실이다. 품종견은 같은 유전자를 가진 가족 간의 반복적인 교배를 통해 탄생했기 때문.
우리 주변에서 많이 키우는 말티즈, 요키, 치와와 같은 토이(toy) 품종은 흔히 뇌에 물이 차는 '수두증'(水頭症, Hydrocephalus) 또는 '뇌수종'(腦水腫)에 걸릴 확률이 높다. 뇌척수액이 너무 많아 뇌에 압력을 가하면서 여러 가지 고질적 증세들이 나타나는 중증 질환이다.
치료가 어렵고 평생 고통이 따라다니기에 어릴 때 안락사 시키는 경우가 많다. 잇따른 교배 과정에서 강아지 두개골은 작게 줄어들었지만 뇌의 크기는 바뀌지 않아서 문제가 생기는 것.
요즘 자주 볼 수 있는 퍼그나 프렌치 불독 등 코 짧고 얼굴 납작한 '단두종'(短頭種) 강아지들도 고질적인 유전병을 갖고 태어난다. 이들 역시 수의사의 지속적인 치료가 없이 자연 상태로 놔둔다면 몇 세대 안에 사라질 운명이다.
고양이 품종묘들 문제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 점에서 진정한 '동물의 건강'과 끝 모를 '사람의 욕망' 사이에서 우리가 진짜 알아야 할 것이 무엇인가를 다룬 책이 나왔다.
영국 BBC 인기 프로그램 〈Vets in Practice>(동물병원의 수의사들)에서 동물 복지에 대해 개성 있고 강한 목소리를 내던, 서머셋지역 시골병원 수의사 엠마 밀른(Emma Milne)<사진>이 지난 2018년 낸 책이 원작이다.
<Picking a Pedigree: How to Choose a Healthy Puppy or Kitten>. 우리 말로 '혈통 고르기: 건강한 강아지 고양이 선택하는 법'쯤 된다.
국내에 품종견 품종묘 문제를 거의 처음 드러낸 책
이 책을 동물복지에 관심이 많은 우리나라 수의사 최태규 양효진과 출판사 '책공장더불어'가 이번에 국내에 번역 출판했다. 제목도 <순종 개, 품종 고양이가 좋아요?>다.
사실 이 책은 품종견, 품종묘 문제의 심각성을 국내에선 거의 처음으로 본격 제기하고 있다.
학대에 가까운 방법으로 품종을 생산하고 거래하는 반려동물 산업, 동물에게 기형과 결함을 요구하는 품종 표준서를 만들어놓고 혈통서를 파는 동물단체들, 질병의 근본 원인엔 침묵한 채 매출과 치료에만 몰두하는 수의계, 품종 문제를 알지 못해 질병을 당연하게 여기는 보호자들 모두에게 근본적인 변화를 촉구하기 위한 것.
이들은 또 점증하고 있는 우리나라 유기견 유기묘 문제의 본질도 지적한다.
"개를 선택하기 전에 먼저 살펴야 하는 것은 바로 자신이다. 동물 유기, 특히 유기견이 발생하는 주요 원인은 잘못된 선택을 한 인간이다. 특정 품종의 나쁜 건강 상태와 그에 따른 예상치 못한 비용에 놀라서 버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책 153p)
이 책의 부제가 “수의사가 알려주는 품종 개 고양이의 비극”인 이유 중의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