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타임즈】 일본의 수의사들 중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수의전문의 자격을 취득해 활약하는 이들도 여럿 있다.
이런 수의사가 있는 동물병원은 홈페이지에 "전문진료" 또는 "전문의가 진료하는"이란 대목을 강조한다. 대부분 유명 동물병원으로 입소문이 나 있고, 진료 예약도 밀려있다. 보호자들이 믿고 찾기 때문이다.
11개 전문과목 갖춘 '동물종합병원'까지
도쿄 북쪽의 사이타마현(埼玉県) 가와구치시(川口市)에 있는 ‘동물종합병원’(どうぶつの総合病院, Dobutsuno Total Clinic). 홈페이지의 병원 이름 아래엔 ‘전문진료와 구급센터’라고 쓰여있다.
병원 소개글에는 "우리 병원의 진료는 반드시 주치의로부터의 예약이 필요합니다. 먼저 주치의와 상의하십시요. 보호자가 직접 진료 예약은 할 수 없습니다"라고 나와 있다. 이곳이 동네의 개인병원들로부터 진료 의뢰(referrence)를 받아 중증질환, 희귀질환 등을 주로 치료하는 '1~2차 연계 진료기관'라는 얘기다.
또 "국제적인 공적 학술, 학회에서 인정받은 전문의 자격을 보유한 여러 수의사가 진료하고 있습니다"라는 소개도 빠뜨리지 않는다.
이곳 '종합동물병원'은 사람 병원처럼 내과 외과 신경과 행동진료과 병리과 화상진단과 등 모두 11개 과로 나눠져 있다. 여기에 25명 정도의 수의사가 일한다. 그 중 미국수의전문의 6명, 아시아수의전문의 3명이 있다.
예를 들어 내과 담당의 사토 마사히코(佐藤雅彦)씨는 "수의학 박사, 미국 수의내과전문의(소동물내과),아시아 수의내과전문의(내과)"라고 소개<사진>돼 있다. 이 분같은 경우는 미국 전문의 자격도, 아시아 전문의 자격도 땄다는 얘기다.
미국의 수의전문의 제도, 벌써 70년이 넘었다
미국 수의사전문의제도는 미국수의사회(AVMA, American Veterinary Medical Association) 산하에 있는 미국 수의전문의위원회(ABVS, American Board of Veterinary Specialists)가 관리한다.
여기엔 미국수의사회(AVMA)가 인정한 22개 전문의 조직이 있다. 현재 약 1만1천명 정도 수의사가 전문의로 등록돼있다. 22개 전문의 조직은 다시 또 40개의 세부 전문분야로 나눠져 있다.
내과 담당인 사토씨가 취득한 미국수의내과학전문의 자격은 22개 전문의 조직 중 하나인 '미국수의내과학회'(ACVIM,American College of Veterinary Internal Medicine)로부터 취득한 것.
미국수의내과학회는 1972년 설립돼 소동물 일반내과, 종양내과, 심장병과, 신경과 등 4개 분야 전문의를 배출해왔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최초로 만들어진 전문의 조직은 미국수의병리학회(ACVP, American College of Veterinary Pathologist). 1950년부터 시작됐으니, 벌써 70년이 넘었다.
또 이곳, '동물종합병원'의 외과 담당 아사카와 마코토(浅川誠)씨는 미국 수의마취통증관리전문의다.
미국수의마취통증관리학회(ACVAA, American College of Veterinary Anesthesia and Analgesia)로부터 라이선스를 받았다. 1975년 창립 이후 지금까지 전 세계에 약 350명의 전문의를 배출했다.
전문의 자격 지망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과목은 '수의안과'
오사카부(大阪府) 도요나카시(豊中市)에 있는 ‘동물안과전문클리닉’(動物眼科専門クリニック) 츠지타 히로키(辻田裕規) 원장은 미국 수의전문의 자격을 갖고 있다.
츠지타씨는 미국 수의안과전문의 외에 일본 비교안과학회 인증의 수의안과전문의도 취득했다.
미국수의안과전문의 자격은 미국수의안과학회(ACVO,American College of Veterinary Ophthalmologists)에서 수여한다. 전 세계에서 미국 수의전문의를 꿈꾸는 수의사들에게 안과 분야는 가장 인기 많고 경쟁율도 높다고 한다.
이 병원 홈페이지엔 ACVO 전문의 프로그램에 대한 설명과 함께 츠지타 수의사를 일본 유일의 미국수의안과전문의(DACVO)라고 소개한다.
이 전문의 프로그램을 수료한 일본인은 전세계에 3명 뿐인데, 그 중 일본 국내에서 임상을 하고 있는 수의사는 츠지타씨 한 명 뿐이라는 것. 나머지 2명은 미국 등 해외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얘기다.
츠지타씨는 일본의 한 동물병원에서 6년간 현장 임상을 하다 미국으로 넘어가 ACVO의 전문의 육성 프로그램을 지원했다. 이 프로그램부터가 문턱이 높다. 50:1, 60:1의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한다. 합격하는 게 연간 10명 미만.
그는 다행히 육성 프로그램에 합격한 후, ACVO가 인정한 대학병원에서 선배 전문의 지도 아래 최첨단의 안과 수술 및 안과학에 대한 훈련을 받았다. 그렇게 연구원과 레지던트(전공의) 등을 거쳐 미국수의안과전문의를 취득했다.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유력 학회에서 수차례에 걸쳐 수준급 논문을 발표해야 하는 것도 필수다. 이 모든 과정을 무사히 마친 끝에야 전문의 자격을 받는 것.
이처럼 미국 수의전문의를 취득하는 일은 어느 과목이나 매우 어려운 일이다. 자료를 찾다 보니, 지난해 7월 한국인 최초의 미국수의안과전문의(DACVO)가 탄생한 것도 알게 됐다. 미국 퍼듀대 박신애 교수(Dr. Shin Ae Park)<사진>다.
건국대 수의대를 나와 서울대 수의학 박사를 딴 후 미국 UC데이비스 연구원과 미시간주립대 전공의 과정을 거쳐 전문의가 됐다.
일본엔 아시아수의전문의 2명이 함께 만든 '전문병원'도
도쿄 코토쿠(東京 江東区)에 있는 ‘개와 고양이 피부과’(Dermatology Services for Dog&Cats). '아시아수의피부과전문의' 2명이 함께 진료를 본다. 여기 또한 주변의 동네 병원에서 의뢰를 받은 동물 환자들을 집중적으로 진료하는 2차 병원.
일본도 우리나라와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은데, 한 병원에 국제 전문의가 두 명이나 있다는 것은 아주 극단적인 '전문병원'이라는 얘기가 된다.
아시아수의피부과전문의는 아시아수의피부과전문의협회(AiCVD; Asian College of Veterinary Dermatology)에서 그 자격을 준다. AiCVD는 2018년 세계수의피부과협회에 정식 전문의 단체로 등록되기도 했다.
동물 피부과의 일본 국내 자격은 '인정의' 밖에 없기 때문에 ‘전문의’ 호칭은 이처럼 국제 자격을 가진 수의사만이 쓸 수가 있다.
이처럼 일본 수의전문의 중에는 아시아전문의도 여럿 있다. 이 자격은 2년에 한 번씩 열리는 '아시아수의전문의학회 '(AMAMS; Asian Meeting of Animal Medical Specialties)에서 수여하고 있다.
미국, 유럽과 달리 아시아엔 아직 전문의 제도가 미비한 탓에 그 대안으로 생겨난 것이 바로 아시아수의전문의 자격. 현재 내과, 피부과, 안과 등 일부 전문과목별로 전문의를 배출하고 있다.
특히 내과쪽은 벌써 심장학, 신경학, 종양학, 소동물내과 등 4개 세부과목으로까지 나눠 전문의 심사를 나누는 등 진화하고 있다. 반면, 아시아수의외과학회는 전문의 대신 '인정의' 제도를 운영하는 등 전문과목별로 사정이 조금씩 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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