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타임즈】 정부가 동물병원 진료비 사전 고지를 골자로 한 수의사법 일부 개정안을 11일 국무회의에서 확정하자 대한수의사회(KVMA)은 12일, "정부가 동물병원 규제에만 몰두한다"고 즉각 비난의 화살을 쏘았다.
농식품부가 동물병원 등 동물 의료를 둘러싸고 점차 높아가고 있는 "보호자들 민원에 대한 책임을 동물병원에만 전가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어 KVMA(회장 허주형)는 "정부는 동물진료 표준화 등 먼저 선행해야 할 과제들부터 해결하는 등 동물의료 발전을 위한 의무부터 다할 것"을 공식 촉구하고, "만일 더 이상 책임과 의무는 방기하면서 동물병원과 수의사들에게만 책임을 전가한다면 2만1천여 수의사는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이번에 확정된 정부안은 동물병원에서의 중대 진료 시 보호자에게 먼저 설명하고 동의를 구해야 한다, 또 주요 진료항목에 대한 비용을 미리 고지해야 한다는 등의 조항들을 담고 있다.
KVMA는 이에 대해 "관련 내용들은 대부분 지난 20대 국회에서부터 수의료계로부터 '중장기 계획을 통해 기반 마련부터 할 것'을 요구 받았던 사항들"이라 지적하고 "정부가 그동안 어떠한 준비도 하지 않았으면서 법 개정만 다시 추진하는 것이 올바른 행정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힐난했다.
이어 "정부가 이번에 국무회의에서 통과시킨 수의사법 일부 개정법률안은 의료법과 유사해 일견 타당해 보일 수는 있으나, 농식품부는 가장 중요한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면서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사람 의료와 그렇지 않은 동물의료 사이의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진료 항목 표준화"에서 이젠 '진료 분류체계'만 표준화하겠다?
즉, 사람 의료에선 국가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 의료행위를 표준화하고 세부적으로 분류하여 의료계에 통용되는 기준을 제시하는 반면, 동물의료 분야는 전혀 다르지 않느냐는 것이다. 심지어 "정부는 동물의료를 '사치재'로 보고 반려동물 진료비에 10% 부가가치세(VAT)까지 부과한다"고도 했다.
특히 이번 개정안에는 '진료 표준화'에 대한 정부 입장이 더욱 모호하게 바뀌었다고 KVMA는 지적했다. "당초 입법 예고된 개정안에는 '진료항목 등의 표준화'에 대한 조항이 명확히 있었으나, 국무회의를 통과한 개정안에는 '동물 진료의 분류체계 표준화'라는 다소 불분명한 개념으로 수정되어 정부의 역할이 모호해졌다"는 것.
KVMA는 이와 함께 "정부는 동물의료에 대한 태도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세계동물보건기구(OIE)는 동물의료를 포함한 수의 서비스를 '사회적 공공재'로 규정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정부가 동물의료체계에 개입하면서도 이에 걸맞은 공적인 지원은 전혀 하지 않고 있다는 현실도 지적했다.
한 예로 "코로나19 위기 속에 동물병원에서 사용할 마스크, 알코올이 부족할 때 정부는 의료기관과 달리 어떠한 지원도 해주지 않았다"고 했다.
동물 보호자들을 위해서는 동물의료의 공공성을 이야기하는 정부가 정작 지원이 필요한 순간에는 '서비스업'이라며 나 몰라라 했다는 얘기다.
KVMA는 그러면서 "진정 반려동물과 그 가족들을 생각한다면 그에 걸맞은 동물의료 담당 조직과 전문성부터 갖추고, 사람의 의료 환경에 준하는 기반부터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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