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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통신】(35)사랑하는 펫과의 이별... 수목장하는 사람들

 

【코코타임즈】 도쿄에 사는 하라(62)씨는 오랫동안 한 가족으로 지냈던 반려견을 1년 전 하늘나라로 떠나보냈다. 화장(火葬) 장례를 한 뒤 남은 뼈를 유골 항아리에 담아와 거실 한 켠 선반 위에 놓아두었다. 그 옆엔 아이의 생전 사진이 함께 놓였다.

귀가할 때 마다 가장 먼저 들르는 곳이 바로 선반 앞. 현관문 앞에서 꼬리 치며 자기를 반겨주던 아이가 이젠 더 이상 자기 곁에 있지 않다는 게 가슴이 미어졌기 때문이다.

반려견을 잃은 뒤, 그렇게 불현듯 찾아온 펫로스증후군(pet loss syndrome). 시간이 지나고 조금 마음이 무덤덤해지나싶다가도 어느 한 순간, 병원에서 고통스러워하던 아이 모습이 자꾸 떠올랐다.

그러던 중 인터넷에서 '하나오리'(はなおり)라는 화분을 발견했다. 자그마했지만, 단아하고 예뻤다. "펫의 수목장을 집에서... 언제나 곁을 지켜주듯 보살필 수 있어요"라는 문구도 눈에 들어왔다. 일종의 '유골 항아리'였던 것.

"디자인이 심플하고 산뜻했어요. 유골함 같지 않아, 바라보는 내 마음이 한결 편안했죠. 집 안 분위기를 흐트러뜨리지 않는 디자인이 집 안 어디에 두어도 좋을 듯 했어요."

 

 

 

 

 

 

 

단아하고 예쁜 화분으로 화분장도, 수목장도


하나오리는 450ml 정도의 용량에  '초산 셀룰로스'라는 친환경 소재로 만들었다. 면과 식초로 만들어진 천연 소재. 몇 년 지나면 흙으로 완전히 분해된다.

꽃나무 화분 안에 유골을 묻는 화분장(花盆葬)도, 큰 나무 밑둥 쪽에 유골을 묻는 수목장(樹木葬)도 모두 가능한 형태. 

먼저, 하나오리 윗부분의 오목한 곳에 '추모석'(memorial stone)을 올려두거나, 유골분을 항아리 속에 담는다. 그렇게 한동안은 집안에서 추모하며 지낸다.

그러다 어느 정도 마음의 정리가 되면 추모석도 항아리 안으로 옮긴다. 그 자리엔 화분과 동봉해 온 배양토와 꽃씨(패랭이 꽃)를 올린다.

싹이 나 2~4주 정도 기르다 배양토가 분해되기 시작하면 항아리 통째로 정원에 옮겨 심는다. 아이의 유골에서 꽃이 자라난 만큼 그 꽃이 정원에서 계속 피고 지고 생명을 이어가게 한다는 의미다.

그 동안 하나오리도 서서히 흙으로, 자연으로 돌아간다. 패랭이의 꽃말 '순결한 사랑'과 '희생'을 남기고...

 

 

 

 

 

 

 

 


보통 일반적인 화분장은 자연 분해되는 유골함에 유골을 담아 화분 흙 속에 넣고 알맞은 식물을 심는다. 유골함 대신 추모석을 넣기도 하고, 유골분을 흙에 바로 섞어 화분에 담기도 한다.

이때 자연 분해되는 유골함 대신 유리병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는데 간혹 습기가 차면 유골이 손상될 수도 있어 밀폐에 신경 써야 한다. 

또 유골분 그대로 흙과 섞어넣으면 벌레가 생기거나 냄새가 날 수도 있다. 유골분은 시간이 지나면 산화, 부패 되는 성질이 있어서다.

꽃 이외에도 화분장 하기에 좋은 나무로는 고무나무, 벚나무, 야생 철쭉, 백일홍 등이 추천된다.

 

 

지난 2000년 전후부터 등장... 지금은 자신과 합장(合葬)해달라는 이도 많아


일본에서 수목장은 지난 2000년 전후 등장했다. 묘비 등을 쓰지 않고 나무나 꽃을 표식으로 해, 자연 친화적인 방법으로 널리 이용되고 있다.

몇 년 전부터는 수목장 합장(合葬)을 원하는 이들도 많아졌다. 보호자가 먼저 죽는 경우, 홀로 남겨진 반려동물의 장례를 걱정해 아이 유골을 자신의 수목장 자리에 함께 묻어 달라는 것.

부부(夫婦)를 합장하던 개념이 반려동물에게까지 넓어지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도쿄 인근 어느 사찰이 소유한 수목장 묘지는 반 이상이 반려동물과 합장한 케이스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선 화원의 전문 원예사에게 반려동물 화분장을 맡기는 경우가 많다. 추모석을 가져가 동물 이미지와 잘 맞는 나무나 꽃을 심은 후 집에 데리고 오는 것.

반려동물 전용 수목장도 많아졌다. 펫 장례식장이 소유한 토지나 산에 자리를 만들어주기도 한다.

하지만 공동 관리되는 수목장은 집에서 거리가 먼 경우, 자주 가볼 수 없는 게 단점이다. 그럴 때 ‘하나오리’같은 방법도 좋을 것 같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이어서 마당이 없다면, 베란다에 커다란 화분을 이용해 묻어도 되니 말이다.

사랑하는 펫과의 이별... 반려인이라면 피해갈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미리 생각해 두는 일도 그리 나쁘진 않다. 그래야 좀 더 편안히, 맘에 드는 곳에 아이를 둘 수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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