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도와 농림부 역시 곧장 조사에 들어갔다. 제주도는 관리 미흡을 사과하는 한편 “사료를 전량 회수하겠다”고 밝혔다. 또 29일엔 해당 업체를 경찰에 고발했다.
반려인들도 충격에 빠졌고, 21일엔 “유기견으로 동물 사료를 만든 제주 유기 동물보호센터와 해당 사료업체를 강력 처벌해주세요!”란 청와대 국민청원도 올라왔다.
청원인은 “가뜩이나 버려진 것도 안쓰러운데 동물을 보호해 마땅한 보호센터가 유기견을 안락사 시키고, 그 사체를 분쇄해 고온·고압으로 태운 분말을 사료업체에 전달했다”며 해당 업체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엄벌, 그리고 다른 지역에서도 그런 사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달라고 요구했다. 30일 현재, 이 청원은 열흘 만에 총 1만여명 참여한 상태.
그렇다면 이번 사안은 우리에게 어떤 과제를 던져주었을까? 이번 국감에서 제주도 유기견 보호센터와 일부 사료업체 간 유착, 제도의 허점, 지자체의 관리 부실 등 구조적인 문제를 드러낸 윤준호 의원을 29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만났다.
그는 “유기 동물 사체가 다른 곳으로 흘러가지 못하도록 아예 ‘의료폐기물’로만 처리하도록 하는 법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비용 문제 때문에 지자체 예산 여력을 감안해야 하지만, 농림부나 환경부에서도 ‘가능하다’는 의견을 받았다”고 법제화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그는 또 여야 국회의원 58명이 참여하는 의원연구단체 ‘동물복지국회포럼’의 연구책임의원도 맡고 있다. 입법과 예산, 올바른 반려문화 확산을 위해 국회가 관련 부처, 동물보호단체, 미디어 등과 소통하고 협력하는 ‘민관 협치 거버넌스’의 핵심 채널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 어떻게 제주도 동물보호센터 유기견 문제가 있다는 걸 처음 알게 됐죠?
“처음엔 이렇게까지 심각한 줄 몰랐죠. 처음에 단순 폐기물 처리 문제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제주도 직영 동물보호센터에서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자연사하거나 안락사한 유기견 3,829마리의 사체를 랜더링 업체 두 곳에 맡겨 처리했다는 자료를 받고, 이 업체들과 전화 통화를 해서 ‘렌더링 처리 후 동물 사료로 만들었다'는 답변을 들은 게 시작이었습니다.”
- 동물 사체를 사료로 만드는 것은 ‘사료관리법' 위반입니다.
“맞습니다. 명백한 불법입니다. 하지만 렌더링 업체들이 단순히 ‘폐기물 업체’로만 등록돼있을 경우, 누가 처벌 대상이 되는지 애매해집니다. 그런데 농림축산식품부를 통해 이 렌더링 업체들이 ‘단미사료(사료 원료) 제조업체’로 동시에 등록돼있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따라서 명확히 처벌 대상이 된다는 점도 확인했습니다. 그래서 국정감사를 통해 문제 제기를 할 수 있었죠.“
- 앞으로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제주도청이 두 업체를 조사한 결과, 유기견 사체를 사료뿐만 아니라 비료로도 만든 사실이 적발됐습니다. '사료관리법'과 '비료관리법'을 동시에 위반한 것입니다. 현재 행정처분 절차에 돌입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행법상 동물보호시설에서 발생하는 유기 동물 사체는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처리하도록 돼있죠. 일반폐기물이나 생활폐기물로 간주해 종량제 봉투에 담아 길거리에 내다 버릴 수도 있다는 얘깁니다. 그렇다면 이번 제주도 사건 같은 일이 또 일어난다 하더라도, 걸러낼 수 있는 장치가 없습니다.
그래서 유기 동물 사체는 반드시 ‘의료폐기물’로 처리하도록 하는 법안을 검토하고 있어요. 일반/생활폐기물로 처리하는 것보단 비용이 비싸기 때문에 지자체 예산 여력을 감안해야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만, 농림부나 환경부에서도 가능하다는 의견이라, 법 개정을 추진하려고 합니다.”
- 정부, 즉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지난 2014년 ‘제1차 동물복지 5개년 계획’(2015~2019년)을 냈었습니다. 2019년, 올해가 그 마무리하는 해입니다.
“동물복지 5개년 계획 수립 이후 가장 큰 성과는 농림축산식품부에 동물복지정책팀이 신설된 것입니다. 그간 동물 관련 의제를 정부조차도 소홀하게 다뤄왔는데, 전담팀이 신설되면서 반려동물, 농장동물, 실험동물 등 동물 관련 실태 파악과 정책 수립에 탄력을 받게 됐습니다. 내년부터는 정식 ‘과(課)’로 확대해 운영하도록 정부 예산안에 최종 반영됐죠."
- 그래도 아직 미비한 것들이 많을 텐데...
"그렇죠. 아직은 초기 단계에 불과합니다. 동물복지 5개년 계획에서 목표로 삼았던 것들 중 미완의 과제들이 많고, 또 새로운 과제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습니다.
일례로, 반려동물등록제 시행으로 등록동물이 늘어나고 있지만, 해마다 유기 동물도 급격히 늘어나고 있지 않나요? 지난해에는 12만 마리를 넘어섰습니다. 동물보호센터에서 안락사하는 비율 역시 아직 20.2% 수준이거든요. 동물보호센터들이 포화상태에 놓여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해결책을 마련하는 게 시급합니다.
반려동물 소유주의 인식 개선과 보호시설 수용량 개선 대책이 함께 가야 하는 상황입니다.”
- 정부가 내년부터 ‘제2차 동물복지 5개년 계획’(2020~2014년)에 들어가는데….
“지난 6월 농림부가 2020년부터 시행할 ‘동물복지 5개년 계획’(2차) 수립 방향을 발표했죠. 반려동물 소유자 인식 개선에 방점을 두고 있고, 농장동물과 관련해서는 비윤리적인 축산·도축 관행을 개선하고 ‘동물복지축산물’ 인증 서비스 개선도 신경을 쓰고 있더라고요.
제가 가장 기대하는 부분은 ‘실험동물’ 복지에 관한 것입니다. 올해 초, 서울대 이병천 교수 연구팀의 동물실험이 논란이 됐죠? 검역탐지견 세 마리를 실험에 투입했고, 그중 ‘메이’라는 강아지가 폐사했습니다.
이 사건은 여러 가지 문제를 제기하게 만들었습니다. 실험동물을 어디서 공급받느냐, 동물실험 중 적절한 수의학적 조치가 이뤄지고 있느냐, 동물실험윤리위원회가 제 역할을 하고 있느냐 등. 새로운 5개년 계획에는 이런 미비점들에 대한 개선 방안이 담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 국회에서 유일한 동물 관련 의원 모임인 ‘동물복지국회포럼’을 이끄는 연구책임의원이시죠?
“동물복지국회포럼은 2015년에 창립되어 올해 1월, 국회의원연구 단체로 정식 등록됐습니다. 그간 여러 차례 토론회를 개최하며 국회, 농림부, 동물단체들이 동물복지의 현주소를 확인하고 개선 방안을 함께 모색하며 활동해왔죠. 입법과 행정, 그리고 민간이 공동으로 논의하는 장을 마련해 거버넌스의 축소판 역할을 해온 것입니다.
포럼에 소속된 의원님들께선 입법활동도 활발히 펼치시고 계시죠. 공동대표 박홍근 의원님은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한정애 의원님은 검역탐지견과 같은 사역 동물의 관리에 관한 사항을 정부 ‘동물복지 5개년 계획’에 포함시키도록 했죠.
그리고 동물복지국회포럼은 최근 ‘동물복지대상(大賞)’을 제정했습니다. 동물권 향상과 조화로운 공존에 기여한 개인과 단체를 공모해 상을 수여합니다. 공공기관과 지자체, 기업, 단체와 개인, 정책과 학술, 언론 및 출판 부문으로 나누어 후보를 선정하고, 시상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동물복지 향상은 제도의 개선만으로는 불가능하니까요.
동물복지가 전 국민의 의식 속에 쉽고, 즐겁게, 그리고 자연스럽게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보려 합니다.”
- 부산 의원이신데, 부산 쪽 반려산업이나 반려문화 쪽은 어떻게 가야 한다 보시는지...
“동물등록제 현황을 보면, 우리나라 반려동물은 경기도, 서울에 이어 부산이 세 번째(10만 6천 마리)로 많습니다. 그만큼 펫산업 발전 가능성이 큰 곳이고, 펫문화가 선진적으로 자리 잡아야 할 곳이죠.
최근 반가운 소식도 들리더군요. 부산경상대학교엔 ‘반려동물보건과’가, 부산여자대학교엔 ‘반려동물과’가 신설되어 내년부터 신입생들이 들어온다는 겁니다.
반려동물 산업은 지난 7월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10대 유망분야’에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2027년에는 반려동물 산업이 무려 6조 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죠. 제 생각에는 그 이상이 될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부산의 미래 산업으로 자리 잡고 일자리 창출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윤준호 의원은 "강아지 고양이를 유독 좋아하시던 선친, 그리고 저 스스로 윤회설 믿는 불교 신자라는 점 덕분에 국회 들어오자마자 한달음에 동물복지국회포럼에 들어갔다"면서 "상임위까지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를 맡게 되며 '사람과 동물의 성숙한 공존이 곧 아름다운 사회'라는 새로운 비전을 갖게 된 만큼 의정활동 내내 이를 '나의 이정표'로 가져가 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