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타임즈】 어떤 직업군에나 말 못 할 고충이 있다. 수의사도 마찬가지다.
놀랍게도 수의사 자살률은 다른 직업군에 비해 유난히 높다. 영미권의 수의사 자살률은 일반인 평균 자살률의 4배에 달한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경우는 어떨까?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총 1만 명의 수의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수의사 6명 중 1명이 자살을 고려한 적이 있다고 한다.
<Pet Industry News>는 6일(현지시간) “수의사들의 정신 질환과 자살은 오늘날의 수의학계에 불행한 현실이 됐다”라고 안타까운 현실을 지적했다.

수의사, 그리고 죽음
수의사의 자살률이 이토록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그 누구보다도 죽음과 밀접하기 때문이다.
동물이라고 해도 죽음은 결코 가볍지 않다.
한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가까운 친인척이 죽음을 맞이했을 때보다 반려동물의 죽음에서 더 큰 슬픔을 겪는다고 한다.
수의사는 의사와 마찬가지로 일반인에 비해 죽음을 접하는 경험이 매우 잦다. 이런 상황과 경험은 결국 부담과 스트레스, 더 나아가 죄책감으로까지 번지곤 한다.
수의사들은 이 외에도 다양한 스트레스에 노출된다. 보호자와의 커뮤니케이션 또한 그렇다. 한 예로, 호주의 수의사 마지 베일(Margie Bale)은 최근 호주 ’SBS TV’와의 인터뷰에서 보호자로부터 폭행을 당한 경험을 털어놨다.
그녀는 “술에 취한 보호자가 치킨 한 마리를 통째로 삼킨 반려견을 데리고 왔다"라며 “술에 취해 진료를 주저했지만, 숨을 잘 쉬지 못하는 강아지를 보고 수술을 급히 시작했다"라고 당시 기억을 떠올렸다.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베일 수의사에게 돌아온 것은 폭행과 모욕이었다. 약 200달러(한화 약 24만 원)의 수술비 청구서 때문이었다.
베일 수의사는 “반려동물의 목숨을 구한 후, 일부 보호자들은 때때로 치료비를 두고 수의사의 직업윤리에 의문을 제기하곤 한다"라며 “이는 수의사들을 크게 낙담하게 만든다"라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정신적 안정과 행복
때문에 수의사들은 스스로의 정신적 안정과 행복을 유지하고 증진시키는 데 관심을 둬야 할 필요가 있다.
<High Performance Veterinarians>의 나타샤 윌크스(Natasha Wilks) 수의사는 “단순히 정신 질환이 없는 것보다는, 정신건강 상황을 늘 돌아보고, 그 기준을 꾸준히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권고했다.
그녀는 이와 관련한 '5가지 중요한 요소'를 짚었다. 신체 활동, 건강한 영양식, 수면, 휴식, 그리고 휴일이다.
윌크스 수의사는 “정신 건강을 위해 가장 기본적인 것들”이라며 “애매하게보다는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재충전을 하는 것이 스트레스를 풀고, 능력을 회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보호자를 상대하는 것에 대한 조언도 전했다. 그는 ”무엇보다도 수의사들을 위한 체계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일부 보호자들은 상당히 위압적일 수 있기 때문에, 수의사와 직원들이 함께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계획과, 그것을 질서에 맞게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마지막으로는 “참지 말고 도움을 받으라”고 조언했다. 윌크스 수의사는 “발버둥을 쳐봐도 힘이 들 때가 있다"며 “그럴 때는 참지 말고, 소리를 내 주변에게 도움을 요청해 보는 것이 좋다"고 했다.
그는 이어 “수의사들은 그런 점에서 '무척 도전적인' 직업에 종사하고 있는 셈”이라며 “가족과 친구, 연인은 물론, 동료들과의 상담과 좋은 관계가 작은 도움이 될지 모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