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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사와 함께

【일본통신】(23)치매견 간호하는 냥이 이야기

 

 

【코코타임즈】 치매에 걸리고 만 노령견. 그런데 평소 이 개를 좋아하던 고양이가 어딜 가나 따라다니고, 혹시 이상한 상황이 되면 득달같이 달려와 주인을 부른다. 치매에 걸린 암컷 개와 이를 간호하는 수컷 냥이. 

 

히로시마현에 살고 있는 하루씨는 독신일 때부터 이들을 키웠다. 시바견 암컷 '시노'는 유기견이었고, 수컷 고양이 '쿠우'는 병색이 완연한 길냥이였다. 

 

강아지 시노는 2011년 하루씨 회사 근처 도로에서 도망치고 있는 것을 발견해 보호하게 됐다. 당시 추정 나이가 이미 10세가 넘은 노령견. 

 

냥이 쿠우는 다음 해인 2012년 데려와 기르기 시작했다. 나이가 어린 아기냥이였지만, 다리 골절에 이빨이 모두 녹아 있었고 대장염 등 온갖 병을 다 갖고 있었다. 소변도 잘 가리지 못할 만큼 심각한 상태. 

 

그러나 하루씨가 정성을 다해 보살펴 건강을 회복했다. 처음 시노는 마당에서, 쿠우는 실내에서 길렀다. 어느날 마당에 있는 시노를 발견한 쿠우가 시노에게 관심을 보이는 게 예사롭지 않았다. 

 

그 후 하루씨가 결혼하면서 집을 옮긴다. 마당이 따로 없어 시노까지 실내 생활을 하게 되자 모두 한 지붕아래 모여 살게 된 것.

 

암컷 노령견을 짝사랑한 수컷 아기냥이


재밌는 것은 쿠우가 집안 어디든 시노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좋아했던 것. 일방적인 쿠우의 짝사랑(?)이었다. 게다가 '연상녀 & 연하남' 조합. 처음엔 조금 귀찮아하던 시노도 곧 친근하게 반응해 주었다.  

 

 

하지만 그 '행복했던' 순간도 잠시. 어느날부턴가 시노가 가구 틈새에 끼어들어가 있거나, 빙글빙글 원을 그리며 도는 등 이상 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다. 치매 초기 증세였다.  

 

그러자 냥이 쿠우는 그때부터 마치 시노를 간호하는 듯한 행동을 보였다고 한다. 병약해진 시노의 등이나 머리를 자신의 몸으로 받쳐주고 빙글빙글 돌 때는 옆에 딱 붙어 보호해 주는 것이었다. 

 

또 일정하지 않은 시노의 걸음걸이에 맞추려 애를 쓰거나, 시노가 이상한 행동을 할 때도 계속 지켜봐 주었다. 특히 시노가 곤란한 상황이 되면  2층으로 한달음에 뛰어 올라가 주인을 깨우기도 했다. 

 

시노의 치매 증세와 노화가 진행되며 냥이 쿠우의 '간호' 솜씨도 나날이 늘었다. 시노를 부축하듯 온 몸을 사용해 함께 걸어가고, 꼬리나 머리로 걷는 방향을 유도하기도 한다. 정말 사람이 하듯 간호하는 모습이 예사롭지 않았던 것. 

 

그러나 슬프게도 시노는 몇 년전 무지개다리를 건너갔다. 냥이 쿠우는 한동안 시무룩한 채 정신이 딴 데 가 있는 듯 보였다고 한다. 아무리 쓰다듬고 안아주어도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밥도 먹지 않았다. 

 

"처음엔 쿠우가 간호한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함께 행복한 듯이 꼭 붙어 잠자는 모습 등을 보며 힐링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때때로 시노의 밥을 빼앗아 먹기도 하는 귀염둥이였을 뿐. 

 

그런데 치매가 진행되면서 기력을 잃어가던 시노. 시노의 표정을 어두웠는데, 쿠우만 곁에 다가오면 표정이 금방 환하게 바뀌는 것이었다. 말할 수 없는 감동을 느꼈다. 그래서 매일 사진으로 남기기 시작했다."(하루씨)

 

인스타그램 스타에서 사진집 주인공까지


하루씨 사진들은 일본 인스타그램(바로가기)에서 곧장 화제가 됐다. 지난해 5월엔 사진집도 나왔다.  

 

 

제목부터가 <쿠우와 시노, 치매걸린 개 시노와 간호냥이 쿠우>.   

 

노령견만이 갖고 있는 귀여움과 간호냥이 쿠우의 사랑스러운 행동이 담긴 사진집은 발매 2주 만에 2쇄에 들어갔다. 독자들 반응은 다양했다. 

 

"동물들도 여러가지 풍부한 감정을 지니고 있음을 알게 됐다."  

 

"둘의 모습을 블로그를 통해 처음 보고 반해 사진집을 구입했는데, 감동으로 눈물이 흘러 책장을 넘길 수가 없었다."  

 

보통 개와 고양이는 만나면 서로 싸우는 사이로 잘 알려져 있다. 사람과는 가장 친근한 동물들이지만, 서로 너무 다른 습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어미잃은 새끼냥이를 보듬어 키우는 개도 많으니 참 신기한 사이다.  

 

하루씨는 지금 쿠우와 또 다른 6마리 냥이를 보살피며 행복하게 살고 있다. 그의 말썽꾸러기 냥이들을 보며 즐거워하는 이가 어느덧 7만7천명이 넘는다.  

 

한편, 이 둘의 에세이 사진집 <쿠우와 시노, 치매걸린 개 시노와 간호냥이 쿠우>가 올해 2월 우리나라에도 번역돼 나와있는 걸 뒤늦게 발견했다. <시노와 쿠우>(알파미디어)로 제목은 바뀌었다. 

 

출판사측은 "이들이 보여준 뜨거운 감동은 우리들에게 '세상에 작은 인연이란 없음'을 새삼 깨닫도록 해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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