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타임즈】 국내 시장은 원격의료가 아직은 요원한 시점이다. 현실적인 제약도 많다. 관련 법령이 아직 요지부동인데다, 국내 수의계의 반대도 거세다.
하지만 펫시장의 지속적인 확장 속에서 펫닥, 아지냥이, 인투펫, 왈, 꼬리, 코코벳 등 일부 헬스케어 플랫폼들이 반려동물 질병 정보 제공과 수의사 상담 서비스를 내걸고, 원격의료으로의 잠재력을 키워가고 있는 정도.
수의사 연결 플랫폼, 펫닥(petdoc)
펫닥의 핵심 기능은 수의사 실시간 채팅이다. 문자로 채팅을 할 수 있으며 진단을 돕기 위해 사진을 업로드할 수 있다. 다른 반려인들이 상담받았던 내용을 열람할 수도 있다.
상담하는 이가 실제 동물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수의사들이어서 앱을 통해 동물병원 진료를 예약할 수도 있다. 현재 다니고 있는 동물병원과 앱을 통해 상담이 가능하도록 하는 서비스도 있다.
부가 기능으로 '케어(care) 일지'가 있다. 체중이나 배변 상태 등을 기록하고 양치와 산책 등을 했는지 체크해 관리하는 기능. 게다가 블로그 형식으로 운영되는 '반려백과', 보호자 커뮤니티 '펫톡', 반려동물 용품 쇼핑 기능까지 상당히 복합적이다.
펫닥은 최근 병원찾기 서비스도 개시했다. 서울 일부 지역 병원은 앱으로도 예약이 가능하다. 지속적으로 전국의 지역수의사회들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있는 것은 향후 이 서비스를 전국으로 확산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반려인을 위한 종합백화점, 삼성카드 '아지냥이'
삼성카드가 출시한 '아지냥이'도 반려동물 원격의료를 위한 지원 서비스를 제공한다. 키우고 있는 반려동물의 정보를 등록하면 동물종, 품종별 특성 등 맞춤 정보를 받아볼 수 있다.
또한 챗봇 서비스를 통해 건강이나 양육, 행동과 관련해서 빠른 답변을 받아볼 수도 있다. 챗봇으로 해결하지 못한 궁금증에 대해서 수의사, 훈련사 등의 전문가와 일대일 무료상담을 할 수 있다.
산책, 양치 등 반려동물 건강 습관들을 실천하고 기록할 수 있는 '데일리 미션' 기능과 반려동물과 함께 도전해볼 수 있는 30가지 미션을 제안하는 '버킷 리스트' 기능, 그리고 반려동물 스트레스를 낮추는 등의 심리 치료를 위한 '뮤직박스' 기능 등도 '아지냥이'의 특징.
소리 없이 퍼져나가는 원격의료 단초들
사실 원격진료를 위한 단초들은 이들 플랫폼 출시 이전부터 곳곳에서 나타났다. 수년 전부터 일부 동물병원에선 보호자로부터 이메일 자료를 받아 진료를 진행하고 있고, 충남의 한 병원은 카카오톡을 통해 원격진료를 한 사례가 공개되기도 했다.
한 블로그에선 서울의 어떤 동물병원 수의사와 상담으로 처방약을 받았다는 글도 있다. 원격의료에 대한 보호자들의 수요가 이미 곳곳에 있으며, 그에 맞춘 서비스도 이미 상당부분 제공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현행 수의사법은 보호자가 자기 판단으로 반려동물에 주사를 놓는 침습행위 등에 대해선 '자가진료'를 원칙적으로 금지해놨다.
국내 원격의료 플랫폼들이 반려동물 건강정보를 단순히 제공하는 것 외의 서비스를 확장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반려동물 질환의 검사와 진단, 치료, 그리고 처방 단계에 들어가면 다들 "동물병원으로 가보라"는 안내만 반복하고 있는 실정이다.
수의사법은 또 수의사가 자신과 관련이 있는 병원으로 환자를 유인 알선하는 행위도 금지해놨다(수의사법 시행령 제20조의 2(과잉진료행위) 제5호). 수의사 왕진서비스를 출시했던 '러브펫'과 '닥터고홈' 등이 고전을 해온 이유이기도 하다.
코로나19로 달라질 시장 상황
하지만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그 전환점은 이번 코로나19 팬데믹. 원격의료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주변 국가들은 수의사 원격 처방에 대한 법규를 완화하고 있는 것이다.
북미 수의분야 전문매체 <빈>(VIN)에 따르면 미국의 일부 주들은 "비상사태가 지속되는 기간 동안 원격의료를 사용해 동물들을 진단 및 치료하는 것을 허용한다"고 공지했다.
미국 보건복지부(The U.S. Department of Health and Human Services)도 수의사를 포함한 모든 의사들에게 일부 약품들을 대면 진료 없이도 처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유서 깊은 영국 왕립수의사협회(the Royal College of Veterinary Surgeons) 역시 "수의사들이 환자를 직접 보지 않고도 원격으로 처방을 내릴 수 있도록" 관련 규범을 일시적으로 무효화했다.
우리나라 보건복지부도 사람 의료계부터 전화상담 처방을 한시적으로 허용한 데 이어 "비대면 의료의 본격 도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거기에 대한병원협회가 비록 전제조건들을 내걸긴 했지만 "비대면 진료 도입에 찬성한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우리 수의계에서도 일부 그런 흐름은 감지된다. 서울의 한 유력 동물병원장은 "코로나19 여파로 우리 반려동물 산업계 전체가 위기”라며 “반려동물 보호자들도, 우리 동물병원들도 지금과 같은 현장 진료만 고집할 수는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4차산업의 신기술들이 우리 생활에 이미 뿌리내리고 있고, 코로나 여파로 '비대면' 또한 뉴노멀(new normal)의 하나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다양한 디지털 디바이스를 활용한 원격의료의 흐름은 시대적 트렌드가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