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병원 내원객이 줄었어요. 우리 병원도, 인근 다른 병원들도 다들 그래서 고민이라고들 해요. 사료나 용품 업계에서도 어렵다는 얘기들뿐이죠."
서울 로얄동물메디컬센터 정인성 대표원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가 창궐하고 있는 지금, "우리 반려동물 산업계 전체가 위기"라고 강조했다. 대형 온라인몰로만 구매가 몰리는 것에서 보듯 코로나19를 거치며 온라인과 오프라인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란 전망은 그래서 현실적이다.
"하지만 다른 측면도 있습니다. 보호자들이 반려동물과 같이 지내는 시간이 늘었잖아요? 이전엔 아이들 돌볼 시간 자체가 부족했는데 말이죠. 입양도 많아졌다 하더군요. 그래서인지 병원으로 걸려오는 상담 전화가 부쩍 많아졌어요."
이건 또 다른 잠재력이다. 새로운 변화에 대한 시그널이기도 하다. 관심이 늘면, 아이들 건강과 질환을 더 잘 살필 수 있고, 이로써 예방과 치료에 대한 수요가 늘 것이기 때문. 그래서 지금 코로나 시대엔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고 있는 셈이다.
코로나19 위기는 또 다른 기회의 시발점
"이젠 우리 사회도 급격히 바뀌게 되겠죠. 재택근무가 늘어나고, 회의도 화상으로 하고, 입사시험도 온라인으로 보는 세상이 되고 있지 않습니까? 반려동물 보호자들도, 우리 동물병원들도 이전과는 달라질 수밖에 없겠죠." 수도권 대표적인 대형 동물병원 '로얄동물메디컬센터'(서울 중랑구)에선 이전부터 입원실에 특별한 장치를 달아놓았다. CCTV를 달아 보호자들에게 치료 장면을 알려주는 것은 물론 그 이후 상황도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했다. 병원 스텝들도 보지만, 보호자들도 함께 볼 수 있도록 한 것. "보호자들은 회사에 출근해서도, 퇴근해서도 그걸 봐요. 입원시켜놓고 있지만, 마음이 놓이지 않는 모양이에요. 사실 우리 당직들도 24시간 한 아이만 볼 수 없으니, 보호자와 병원이 함께 케어하는 셈이죠." 아이 몸에 센서(sensor)를 달아 몸 상태를 리얼타임 체크하는 방법도 사용한다. 진단과 치료에 부분적으로 보조 수단으로 도입해본 것. "어제 저희 병원에서 무릎 수술한 몰티즈는 당뇨환자예요. 혈당 관리가 무척 중요하죠. 그래서 센서를 부착해 보았어요. 센서에 핸드폰을 갖다 대면 앱(App.)에 혈당 수치가 나와요. 피를 뽑아야만 했던 기존 혈당계와 비교해 결과에 큰 차이가 없습니다." 정 원장은 이번 기회에 이런 기술들을 더 다양하게 활용해볼 생각이다. 대면 접촉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대신 반려동물에 대한 케어 수요는 높아지는, 지금의 추세가 '비대면' 진단과 예방을 다양하게 실험해볼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하기 때문.
"이처럼 디지털 기술과 센서를 이용하면 꼭 진료실에 오지 않고도 강아지 심장 박동 수, 호흡 수, 체온, 혈당 등을 정보를 받아볼 수 있죠. 일종의 '비대면' 진료입니다. 사람 의료에선 나이 들고 몸 불편한 독거노인들을 위한 '동작감지' 기술도 나와 있는데, 이것들을 동물들에게도 적용할 수 있겠죠."
그는 "이를 통해 오히려 진료 서비스가 더 나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나중엔 AI 기술을 접목시킬 수도 있을 것이고.
앞으로 사람 의료와 동물 의료는 더 긴밀하게 연결될 수밖에 없다. 사람과 동물, 그리고 우리를 둘러싼 환경이 '원 헬스'(one-health)로 묶여있기 때문.
사람의료와 동물의료 접점에 동물이 있다
"삼성의료기 수의 자문단으로 활동할 때였어요. 사람 의료계가 비대면 진료에 보수적인 분들이 많지만, 그렇다면 우리 수의계가 먼저 해보는 것은 어떤가 하는 얘기들이 많았다. 사실 제약도, 치료법도 동물 쪽에서 먼저 실험하고, 그래서 도출한 데이터를 들고 사람 의료 쪽으로 넘어가는 사례가 많지 않나요?" 그런데 그런 변화가 오히려 사람 의료계 쪽에서 먼저 바뀌기 시작했다. (사)대한병원협회가 최근 원격 진료를 '조건부 찬성'하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한 것은 사실 꽤 의미심장하다. 정 원장은 "정말 동물을 사랑하는 수의사라면 이를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다양한 생체 정보들을 사전 사후에 더 빨리, 더 편리하게 제공할 수 있게 해 더 안전하고 정확하게 치료받을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잖아요? 수의사들에게 피해를 주는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라고 해서 모든 의료 행위가 원격으로 다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환자를 직접 보고, 만지고, 처치해야 하는 치료의 영역은 따로 있기 때문. 보호자들과 동물 사업자들의 '자가 진료'를 조장하자는 것도 아니다. 게다가 비대면 진료에 적용할 기술이나 장비의 안정성, 예기치 못한 의료 분쟁 등 골치 아픈 문제도 한둘이 아닐 터. 그런 신기술에 얼마를 받을 것이냐는 비용 문제도 있다. 하지만 포스트 코로나 시대, 우리 수의 현장은 달라지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 점에서 정인성 대표원장의 이런 시도는 보호자와 동물병원 모두에 더 나은 수의 환경을 만들어가려는 다양한 접근법의 신호탄인 셈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GW_vFne6Y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