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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Corona 시대를 묻다】 (1)황철용 서울대 동물병원장

 

 

【코코타임즈】 눈에 보이지도 않게 작은 바이러스 하나가 인류를 한 방에 녹다운 시켜버렸다북반구 남반구 할 것 없이 이미 700만 명이 감염됐고40만 명이 죽었다하지만 그 녀석의 실체조차 우린 아직 다 모른다. “세상을 다스린다며 우쭐해하던 우리들이 말이다.

 

이제 우리 일상이관계가산업이 다 달라져야 할 위기다. ‘생존그 자체가 위협받고 있어서다반려동물 산업계도 예외가 아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우리의 설자리를 묻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편집자 주)

 

 

앞으로 사람들 인의(人醫) 시장은 물론 수의(獸醫) 시장에도 큰 변화가 올 수밖에 없습니다오히려 수의계에 더 심하게 올 것 같아요.”

 

서울대 동물병원 황철용 병원장은 9일 오후 <코코타임즈>를 만나자마자 걱정이 앞선다며 이같이 말했다. “위기라고도 했다원격으로 진단하고 치료하고 예방하는 비대면(非對面진료를 도입하자는 여론이 국내외에서 높아가고 있는 것과 관련이 있는 듯하다.
 
그 이유는 사람 인의시장은 빨리 적용하기 쉽지 않으니동물병원 쪽에 먼저 실험해보자는즉 테스트 베드’(test bed)로 생각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죠하지만 사람과 동물은 다릅니다.”
 
가장 큰 차이는 동물은 말을 하지 못한다는 사실아픈 동물을 대신해 보호자가 수의사와 얘기해야만 하기에 증상 진단과 치료에 더 큰 어려움에 봉착한다직접 보고 만질 수 있는 병원 진료실에서조차 쉽지 않은 일 아니냐는 것이다.
 
아마 정부도산업계도보호자들도 그런 사정을 알지만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비대면 진료를 요구하게 될 겁니다거기에 동조하는 수의사들도 일부 있을 것이고요그래서 위기인 거죠하지만 동물들 건강을 책임지는 수의사로서 저는 반대입니다.”

지금 수의계는 위기 상황 

 

황 원장은 사회적 현실과 우리들 이상 사이엔 항상 괴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그런 사회적 요구가 동물복지라는 우리의 이상을 포기하면서까지 받아들여야 하는 희생인가 깊이 고민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기 침체 속에서도 반려동물 분야는 그나마 지속 성장하고 있는 특별한’ 산업이를 잘 키워 나가자면 관련 업종들이 유기적으로 잘 연계돼야 한다산업계와 보호자들 사이도 마찬가지.
 
수의 진료라는 특수한 영역에 정부가 면허제도를 부여했으면그 면허권에 대한 고민도 정부가 같이 해줘야 한다 생각합니다면허의 안정성이 먼저 확보돼야 그 위에서 수의 산업도동물 복지도소비자 보호도 함께 만들어갈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우리 현실은 반대로 가고 있다수의사 처방 대상 동물의약품 지정 문제부터 진료의 표준화진료비 공시제 등에 이르기까지 면허제를 뒤흔드는 각종 통제장치들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
 
산업적인 기반과 법적인 기반이 같이 가야 하는데소비자 편의 위주로만 가니 오히려 시장의 잠재력이 떨어져가요필수산업이 피해를 입기도 합니다치료에 꼭 필요한 약품을 어렵사리 개발해봐도 약국에서 비슷한 처방약을 박리다매로 팔아버리면 다 물거품이 되는 이치와 같은 거죠.”
 
그러나 수의계를 바라보는 부정적 인식은 오랫동안 동물병원 임상 현장에서 비롯된 결과물이기도 하다빠르게 높아지는 사회적 기대 수준을 수의계가 따라가지 못하면서 생긴 격차가 클수록 보호자들 불만도 따라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
 
황 원장도 수의계 역시 코로나 시대에 맞춰 근본적인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고 인정했다.

 

 

 

동네의 1차 병원과 권역의 2차 전문병원그리고 24시 응급병원들이 서로 역할을 나눠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병원도 살고보호자들 요구도 맞출 수 있습니다그런데 우리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한 것도 사실이죠.”
 
그는 이어 임상 현장에서의 그런 구조적 문제에 앞서 우리 대학들도 수의사들을 제대로 양성하고 있는가에 대한 반성도 필요하다고 했다.
 
수의대 6년 과정과 국가시험을 거쳐 면허를 받은 수의사라면 초보라 하더라도 임상현장에서 어느 수준 이상은 되어야 하는데현재 대학 교육이 그러지 못하고 있다는 안타까움 때문이다.

 

이제 변화와 혁신이 필요한 때

 

제대로 된 GP(General Practitioner)를 먼저 잘 키워내야그런 ‘GP’ 기반 위에서 전문의’ 제도를 학계 주도든정부 주도든 도입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는 또 포스트 코로나 시대우리 사회가 원하는 동물 보건 수준으로 나아가려면 전국 10개 수의대들이 서로 긴밀하게 동반 성장을 이뤄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각 대학병원들이 보유한 기자재와 인적 자원 DB를 구축동네병원들이 해결하지 못하는 중증질환들에 대한 연계 치료를 할 수 있게 하는 것도 그 한 방안이다.
 
코로나19로 미국 등지에선 수의 산업까지 큰 타격을 받고 있다매출이 반타작 났다고 아우성이다대면 접촉을 기반으로 한 오프라인 산업의 특성 때문국내 시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황 원장도 지금이 위기 상황이라는 데는 공감했다. 다만, 그 위기를 이겨내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최근 제시되고 있는 비대면 진료’에 대해선 깊은 우려와 함께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오히려 그런 대증요법에 앞서 수의사 면허권 안정수의대-대학병원-2차병원-1차병원 유기적 연계시스템 같은 구조 혁신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을 더욱 강조한 것은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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