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세계 곳곳에선 동물실험에 반대하는 행사가 열리고, 다른 한편에서는 '실험동물 위령제'가 열렸다.
국내 동물단체들도 이날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 모였다. 한국동물보호연합 등 여러 동물보호단체들은 '동물실험의 천국, 한국'의 실태를 고발하고, 동물실험 중단을 촉구했다.
실험동물은 신약과 백신 개발은 물론 각종 화학용품들을 만들기 위해 우리나라에서만 한 해 약 4백만 마리 가까이 희생되고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모두 362개 기관이 372만 7163만 마리(기관당 평균 1만 295마리) 동물실험을 진행했다. 2017년 308만 2259마리에서 20.9%나 늘어난 것. 지난 2013년 197만 마리와 비교하면 6년 사이에 거의 배로 급증한 셈이다. 마우스, 래트 등 설치류(84.1%)가 대부분이고, 어류(7.2%)와 조류(6.0%)도 많다. 비록 규모는 작으나 토끼(0.9%) 원숭이(0.1%), 소(0.9%), 개(0.4%), 돼지(0.3%)도 있다.
실험 끝나면 안락사?
이들 중엔 극심한 고통이 따르는 실험에 쓰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와 관련, 비글구조네트워크 유영재 대표는 23일 한 사례를 폭로했다. "지난 2015년~2018년, '인공와우 이식기를 통한 대뇌 청각피질 자극모델 연구'란 주제로 동물 실험을 한 서울대병원 A 교수는 실험 과정에서 건강한 고양이 6마리에게 특정 약물을 투여해 청력을 떨어뜨렸다. 고양이들은 헤르페스(허피스), 구내염 등 질환을 앓았고 치료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 이 모습을 보다 못한 한 연구원이 고양이들을 입양하려 했지만 거부당했다. 고양이들은 마지막까지 마취제 없이 고통스럽게 생을 마감했다." 이처럼 극심한 고통을 수반하거나 비윤리적으로 진행되는 동물실험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 731부대의 '마루타' 실험처럼 말 못 하는 동물들은 오늘도 아우슈비츠와 같은 실험 시설에 갇혀 아무런 죄도 없이 고통스럽게 죽어가고 있는 것"(이원복 한국동물보호연합 대표)이란 게 그리 틀린 말이 아닌 셈. 하지만 인수(人獸) 공통, 즉 사람과 동물이 함께 걸리는 질병은 사실 1.16%에 불과하다.
그래서 동물실험 결과가 인간 임상실험에 적용될 확률은 겨우 5~10%뿐. 이 대표는 "미국에서는 동물실험을 통과한 신약 부작용으로 매년 약 10만 명 이상이 사망하고 있다"면서 "그래서 '동물실험은 과학이 아니라 도박'이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실험용으로 번식되고 실험이 끝난 후에는 99.9%가 안락사되는 게 현실. "인간의 편의만을 위한 불필요하고 무책임하며 잔인한 실험"이라는 비난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그러나 당장 동물실험을 없앨 수는 없다. 현대 의학의 발전에 이들 실험동물들의 헌신이 큰 역할을 해온 것도 엄연한 사실이기 때문. 박재학 서울대 수의대 교수는 "당장 코로나19 치료제 실험을 사람으로는 할 수 없으니 동물로 해야 한다. 실험을 하면서 어떻게 죽는지, 항체는 어떻게 생기는지 등의 과정을 알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래서 나온 게 '3R 원칙'
가능한 한 동물이 아닌 다른 실험재로 대체(Replacement) 하고, 실험동물의 수를 줄이고(Reduction), 실험하더라도 고통을 완화(Refinement) 시켜주기 위해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는 '3R'이 동물실험의 기본 윤리로 제시된 것.
박 교수는 "인간을 위해 희생하는 동물들이니까 인도적으로 다루는 것이 맞다"면서 "의학계에서도 계속 대체시험법을 개발하고 윤리적 실험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에는 실험이 종료된 뒤 입양을 추진하는 곳도 생겨났다. 비글구조네트워크에 따르면 A 연구기관은 비글견으로 실험한 뒤 안락사 시키지 않고, 동물보호단체에 기증하며 의료 비용도 일부 부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유영재 비글구조네트워크는 대표는 "동물실험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이 아니다. 동물 공급 과정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라는 것"이라며 "어쩔 수 없는 실험이라면 동물에게 심한 고통을 주지 않고 윤리적으로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