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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생의 시간이 달라요”(심리예술공간 '살다')

【코코타임즈】 (** 이 글은 심리예술공간 '살다' 최하늘 대표가 교보문고 '광화문에서- 읽다 거닐다 느끼다'에

 

지난 2017-11-09 게재했던 글입니다. 그 이후 일부 달라진 사항은 (편집자 주)로 표시해 내용을 수정합니다.)

 

 

같이의 가치 : 생의 시간이 다른 반려동물

 

 

 
 
 
반려동물, 그리고 이별

 


펫로스증후군이란 반려동물을 잃고 나타나는 상실감, 죄책감, 분노, 우울 등이 일어나는 일련의 과정입니다.

대부분의 반려동물은 사람보다 수명이 짧기 때문에 원치 않는 이별의 시간을 맞게 됩니다.

또한 노화 외에도 질병, 갑작스러운 사고, 안락사, 실종으로 예상치 않게 이별하게 되는 수많은 경우가 있습니다.

먹고 자는 것을 같이하며 교감을 나누는 사이인 반려동물이 떠나가면 이별의 시간이 시작됩니다.
 

 

 
 
 

행복했던 만큼, 사랑의 깊이만큼
 
펫로스 모임에서 자식 혹은 형제가 죽은 것만 같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실은 가족보다 더 친하고 가까운 존재였다고 고백하듯 말씀하시는 분들도 많이 만납니다.

반려동물이 자신에게 어떤 존재인가 하는 묘사는 자신의 반쪽, 연인 혹은 신체의 일부를 잃은 사람들이 하는 설명과 흡사합니다.

반려동물에게 이름 말고도 마음이 담긴 호칭이 따로 있다는 건 놀라운 사실이 아닙니다.

‘아가’, ‘나의 사랑’, ‘내 심장’, ‘친구’ 이런 애칭을 말하는 목소리에서 각별함을 느끼곤 합니다.
 
 
 
 


반려동물과의 사이에서 일어나는 친밀감과 신뢰의 수준은 다른 관계에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반려동물과 반려인 사이의 감정적 신체적 친밀함의 의미는 특별합니다.

사람과 반려동물은 언어 없이 자연스럽게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서로의 기분과 욕구를 읽고 이해합니다.

집에 가면 현관에서부터 침대에까지 함께 합니다.

반려동물은 집 여기저기를 따라다니거나, 간식을 먹을 때 와서 냄새를 맡거나, 잠을 잘 때도 가까이에 몸을 붙여 자곤 합니다.

신체 접촉에서 오는 교류와 친밀감은 둘만의 유대를 만들어냅니다.
 

 


 
 
 
 


헤어짐과 찾아오는 것들
 
 
 
 


작은 기적의 시작
 

이처럼 특별하고 각별한 반려동물을 잃은 반려인은

충격, 슬픔, 분노, 절망, 그리움, 자책, 안도감, 두려움 등의 감정변화와,

과거 반추, 멍함, 식욕 및 수면 습관 변화, 집중력 감퇴, 두통, 위통 등과 같은 신체증상을 겪게 됩니다.

이것들은 여러 가지가 혼합되어 나타나고, 사라졌다가도 다시 시작됩니다.

복합적으로는 다른 동물 혹은 사람이 싫어질 수도 있고,

돌아가신 부모님을 떠올리거나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이때에 경험하게 되는 정서와 사고의 변화는 극심하여

많은 분들이 괴로움을 호소하면서도 혹시 이런 반응이 적정한 수준을 넘어서는 건 아닌지 걱정합니다.

실제로 몇 년에 걸친 반려견 병간호로 신체기능 약화되고 정신적 에너지가 고갈된 분이 있었는데

반려견이 죽은 후 위경련, 이명 증세가 나타났습니다.

하루 이상 음식을 먹지 않고, 마지막 식사가 언제였냐는 질문에 기억하지 못 했지요.

또한 무기력하고 집 밖으로 나가기 힘들어 상담을 하기 힘들다고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경우는 전문적인 상담과 보살핌이 필요한 사례입니다.

이처럼 몸을 씻고 음식을 먹고 밖에 나가는 것이 며칠 이상 불가능한 경우가 아니라면 모두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
 
 
 
 
 
 


반려동물문화를 완성하기 위하여
 
 
 


최근 동물생명권 및 보호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함께 반려동물문화에 대한 이해가 점점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펫로스 증후군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개념으로,

반려인 개인이 홀로 감당해야 할 몫으로 남겨졌습니다.

국내의 동물 죽음에 따른 제도도 미비한 편으로 반려동물 전문 장묘업체는 전국에 20개 남짓입니다.

 

(*편집자 주: 현재는 그보다 많이 늘어 전국에 '합법적인' 등록장례식장은 모두 36곳입니다. 2019-06 현재) 


반려인을 위한 서비스 또한 적습니다.

펫로스 심리상담 신청자 중 다수 분들이 ‘정말 어렵게 찾았다’, ‘외국 자료까지 검색했다’고 이야기합니다.

반려동물 죽음에 대한 사전교육 및 반려인들이 도움 받을 수 있는 펫로스 프로그램, 상담을 찾아보기 힘들어 안타깝습니다. 

인식적인 측면에서도 사회적 공감이 필요합니다.

반려동물을 잃은 후, 주위의 반응에 더 혼란스럽고 힘들어지기도 합니다.

‘그만 슬퍼해라’, ‘부모님/남편(부인)/자식도 생각해라’와 같은 재촉부터

‘그렇게 힘들면 같은 종으로 하나 더 키워라’, ‘14년이면 오래 살았다’ 하는 반려동물에 대한 이해가 없는 말,

‘어떻게 사람이 죽었을 때보다 더 슬퍼할 수가 있느냐’ 같은 비난까지

펫로스 모임에서 자주 증언처럼 나오는 경험담입니다.
 

 



이러한 경우 반려인들은 사람들에게 점점 실망과 분노, 소외감을 느낍니다.

무엇과도 비견할 수 없는 존재, 소중하고 순수한 사랑을 한 순간에 잃었지만 알아주는 이 없는 마음을 무어라 설명할 수 있을까요? 

우리사회는 죽음, 괴로움, 슬픔을 정면으로 대하기보다 비껴가듯 표현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힘들어하는 누군가를 지켜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타인을 어떻게 위로해야 위로할 수 있는지 배운 적이 없습니다.

대신 그 자리를 조언으로 메우곤 합니다. 

펫로스를 겪는 사람이 앞으로 나아가는 첫걸음은 상심을 표현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됩니다.


랑하는 반려동물을 잃고 긴 이별의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 주위에 있다면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게 해주세요.

그리움, 후회도 좋고 반려동물과 함께 좋았던 한 때도 좋습니다.

판단 없는 신중한 태도의 경청은 엄청난 힘을 발휘합니다.
 
 
 
 
 
 
 
 
 
 
최하늘
 
 

최하늘

 

심리상담사, 드라마치료 전문가

 

‘심리예술공간 살다’ 대표로서 펫로스 메모리얼 모임을 진행하고 있으며, 사랑하는 고양이 고래와 하레가 있다. 다양한 치유 프로그램과 상담을 통해 사람들을 만나는 일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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