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타임즈】 부산시의회에 근무하는 한 지인이 유튜브 동영상을 보내왔다. 그러면서 "원장님, 이것 믿어도 되나요?" 동영상을 살펴보니 자기 나름 유명한 재미 내과 의사가 신종 코로나에 대한 논문을 한 편 들고 열변을 토하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논문의 가설에 대한 자기 해석과 의견을 제법 진지한 모습으로 전달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었다. 곧 답을 보냈다. "자기 주장이니 믿지 말라"고. 암 환자의 수술을 꽤 많이 하는 필자의 병원에서 자주 벌어지는 일상도 비슷하다. 암 선고를 받은 환자 중에 담담하게 현실을 받아들이는 숫자는 몇 되지 않는다. 수술 잘 되어 안심하라는 주치의 말에도 수술 받은 환자나 가족은 궁금한 점이 너무 많다. 몇 기인지? 얼마나 오래 살 수 있는지? 재발을 하지 않으려면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 가려야 할 음식은 없는지 등등 끝이 없다. 이런 환자의 궁금증은 몇 달이 간다. 때로는 5년이 다 되어 완치의 상황에서도 궁금해 한다. 이게 암 환자의 심리이다. 그래서 필자는 동료 의사들과 함께 암 환자를 위한 책을 만들었다. 당연히 비매품이다. <대장암 극복하기>에는 암에 대한 발병 기전, 진단과 치료, 수술 후 자기 관리, 식생활 습관의 개선이나 지켜야 할 수칙과 몸에 좋은 음식 등에 관한 내용이 들어 있다. 그것도 안심이 되지 않아 일 년에 한 번씩 환자들을 모시고 저녁 시간을 함께 한다. ‘대장암 환우의 밤’이다. 큰 비용이 들지만 흐뭇하다. 지금 전 국민이 암 선고를 받은 환자처럼 대 혼돈의 시간에 빠져 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온라인과 SNS에는 신종 코로나에 대한 자기 주장과 정부를 원망하는 이야기들이 홍수처럼 쏟아져 내리고 있다. 사람들은 불길한 마음에 밤 늦게 까지 SNS를 뒤적인다. 그러나 지금 시점에 주위에 영향력을 끼칠만한 처지에 있는 지식인은 근거가 약한 자기 주장을 최대한 자제하면 좋겠다. 정부에 대한 선동적인 비판이나 험담도 자기 화풀이밖에 되지 않는다. 나라와 의학계, 또 보건 계통에 종사하는 모든 이는 일반 국민들에 책을 선물해야 한다. 이름은 <신종 코로나 극복하기>.
이 못된 바이러스의 정체를 하루빨리 파악하고 대책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 녀석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벌써 파악이 되어 있을 것이니 앞으로 어떻게 확산을 막을 것인지 어떤 대책을 세우고 있는지 알려주어야 한다. 벌써 한 달 넘게 지속되고 있으니 우리의 역량이라면 책을 만들고도 남을 시간이다. 이 책에는 국민들을 안심 시킬 정보가 들어 있어야 하고, 그 정보는 근거에 기반한, 그래서 절대 신뢰가 있어야 한다. 내가 지인에게 믿지 말라고 한 이유는 재미 내과 의사의 주장이 틀렸다는 의미가 아니었다. 첫째는 가설이라는 것이다. 가설에 대한 해석이 제법 그럴 듯하고 한참 뒤 그가 옳다고 판단될 수도 있다. 그러나 가설은 가설이다. 둘째는 그 가설이 비관적이고 절망적인 내용이었다. 듣는 사람에게 걱정을 안겨주는 것이니 그런 가설은 최소한 지식인으로서는 전달하면 안 된다는 판단이었다. 지인에게서 돌아온 답은 "역시!! 고맙습니다"였다. 정치적 선동으로 정부를 비난하는 것은 잠시 멈추면 좋겠다. 또한 정부는 면피용으로 특정 클러스터를 자꾸 언급하는 것도 자제하면 좋겠다. 그들도 피해자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질병관리본부의 보고가 그러했고, 중국과 '거시기'(?) 관계인 WHO의 사무총장이 광대 짓을 하니 잠시 방심한 탓도 있겠다. 정부가 잘못했다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나름 서로의 사연이 있었고, 또 지금은 어쩔 수 없다. 신종 코로나 환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이러한 위기가 더 이상 악화되는 것을 용납해서는 안 된다. 우리의 의료 인프라가 세계적 수준이라는 것을 구호로만 외쳐서는 안 된다. 우리는 우리 국민의 역량을 믿어야 한다. 어려울 때 오히려 똘똘 뭉치는 우리의 저력이 있다. 이 시기를 슬기롭게 극복하는 모습을 세계에 보여주어야 한다. 오히려 국가의 위상을 높이는 계기로 삼으면 좋겠다. 얼마 전 퇴임한, 존경하는 법조인께서 블로그에 글을 남겼다. “지금 필요한 것은 자발적 격리, 고요함, 그리고 인내심이다.” 지금 꼭 새겨들었으면 하는 말이다. written by 황성환 부산항운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