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그 아이들 조상에 대해 생각해 보셨나요? 오래전, 그러니까 가축화(또는 애완동물)가 되기 이전, 야생 속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던 동물들 말입니다.
야생에서는 때가 되어도 '밥'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살아가려면 ‘사냥’이 필수였죠. 하지만 노련한 사냥꾼이라도 항상 성공을 보장받을 수 없는 곳이 바로 '야생'입니다. 사냥에 실패한 개체는 다음 사냥 성공 때까지 굶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야생에서 살아남기 위해 개와 고양이는 자신에게 맞는 생활 방법을 찾았습니다. 이는 오랜 기간에 걸쳐 유전자(DNA)에 새겨졌고, '반려동물'로 바뀐 지금도 그러한 경향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그렇다면 개나 고양이는 모두 육식 동물일까요, 아니면 아닐까요? 보통 육식 동물로 알고 계실 겁니다. 특히 고양이의 경우 육식 동물이 맞습니다. 하지만 개의 경우는 조금 다릅니다.
개는 잡식에 가까운 육식 동물입니다. 개와 그 조상인 늑대를 잠시 살펴봅시다. 그들은 사냥에 성공하면 사냥감의 배를 갈라 그 위장에 있는 식물성 소화물을 섭취하곤 했습니다. 또 고기류가 아닌 것도 먹곤 했습니다. 그들은 다양한 음식을 먹을 수 있었던 잡식동물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고양이는 완전한 육식동물이었습니다. 그래서 개와 고양이는 대사적인 특징과 섭취하는 방법 등이 서로 다릅니다.
"개의 조상, 늑대의 식성은?"
늑대를 알고 계시나요? 우리에게 늑대는 카리스마가 넘치고 멋진 동물이며, 영화 같은 곳에선 보름달을 보고 하울링 하는 동물로 우리에게 친숙합니다.
이 늑대는 개의 먼 조상이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많은 점에서 개와 비슷합니다. 개의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 늑대를 잠시 보도록 합시다.
늑대는 무리를 지어 사냥하는 동물입니다. 그래서 단독으로는 상대하기 힘든 덩치가 큰 사냥감도 사냥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습성은 무리에서 구성원 간의 협동과 사회성을 크게 필요로 합니다. 그렇기에 서열이 생기기도 하고, 사냥에 성공하면 주변의 동료들이 경쟁자로 돌변합니다.
사냥에 성공했을 때만 음식물의 섭취가 가능한 야생이었기 때문에 늑대들은 먹을 수 있을 때 먹어야만 했습니다. 그러한 환경 속에서 경쟁자를 제치고 빠르게 음식물을 섭취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또는 먹지 못한 먹이는 감추는 행동들을 하였습니다. 항상 사냥이 성공할 보장이 없었기 때문에 생긴 행동이었습니다.
개도 늑대와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반려동물화가 된 이후에도 빠르게 음식을 섭취하는 경향이 남아 있습니다. 심지어 잘 씹지도 않고 먹어버리는 경우도 종종 발견됩니다. 그리고 빠르게 음식을 섭취함으로써 과식을 하는 경우가 많아지게 되고, 이는 비만으로 이어지곤 합니다.
또한, 여러 반려견을 키우는 가정집에서 서로 사이좋게 밥을 먹으라고 바로 옆에서 급여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는 서로에게 경쟁심을 유발하고 빠르게 먹는 습관을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심한 경우 서로 싸우는 경우도 발생될 수 있습니다. 모 TV 프로그램에서 두 강아지 건강을 위해 생식을 시켰는데 바로 옆에서 먹게했더니 마구 싸우는 장면이 방송된 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음식을 숨기는 행동도 아직 남아 있는 반려견이 종종 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반려동물이 된 그 아이들은 숨긴 것을 자주 잊어버리곤 합니다.
"그렇다면 고양이 조상은?"
개의 먼 조상이 늑대인 것은 많은 사람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고양이의 경우는 그렇지 않죠. 과연 고양이의 조상은 누구일까요?
고양이의 조상은 아프리카 쪽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아프리카의 야생 고양이의 일종인 '펠리스 리비카(Felis libyca)'가 그 주인공입니다.
펠리스 리비카는 몸집이 작고 야생의 들쥐 같은 작은 설치류를 주요 먹이로 삼았습니다. 큰 먹잇감을 사냥할 필요가 없는 아프리카 야생 고양이는 먹이 사냥이 늑대보다는 비교적 자유로웠습니다.
그들은 자기가 배고플 때 사냥을 하고 음식을 섭취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므로 굳이 무리를 지어 다닐 필요가 없었고, 짝짓기 할 때 이외에는 보통 혼자 사냥하는 습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먹을 때도 혼자서 먹기 때문에 먹이 경쟁이 심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고양이는 개와 비교하면 빨리 먹거나 과식을 하는 경우는 적습니다. 그래서 고양이의 경우 자유급식이 비교적 쉽고 고양이 스스로 조절할 수 있습니다.
고양이가 가축화(또는 반려동물화)한 시점에 대해서는 조금 의견이 갈립니다. 하지만 약 8천 년 전, 고대 이집트에서 반려동물로서 고양이가 길러진 사실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고대 이집트의 사람들은 고양이를 너무 좋아한 나머지 신성시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아프리카 야생 고양이가 어떻게 가축화가 되었을까요? 아마 ‘공생’ 전략으로 가축화가 되었을 것으로 추측되고 있습니다.
사람이 오랜 기간 노력해서 얻은 곡식을 쥐와 같은 설치류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사람들은 설치류를 사냥하던 아프리카 야생 고양이를 집으로 들여왔을 겁니다.
그와 동시에, 고양이는 비교적 안정적인 사냥이 가능해지면서 맛있는 음식도 받아먹고 사람 손에 길러졌을 확률이 높아 보입니다.
written by 이서호
㈜에이티바이오 부설연구소 과장, 전북대학교 의과학과 박사
참고 문헌
1. 애완동물 영양학 (정형학, 이형석 공저)
2. 위키피디아 – 고양이
3. Early Taming of the Cat in Cyprus. 2004, Vigne, J.D.
4. Oldest Known Pet Cat? 9,500-Year-Old Burial Found on Cyprus. 2004, Pickrell, J.
5. Pathways to Animal Domestication. 2012, Zeder, M.A.
https://www.youtube.com/watch?v=sHDMqSafFLw&feature=youtu.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