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집사에겐 할 일이 두세 배 더 많아진다. 긴 털이 엉키거나 뭉치지 않게 해야 하고, 빗질도 거의 매일 해줘야 한다. 털 뭉치같이 된 발톱 깎아주기도 보통 일이 아니다. 고양이는 그루밍으로 나름 체온 조절을 한다지만 아무래도 털이 길다면 뭔가 좀 다른 대책이 필요하다.
이때, 솜씨 좋은 집사들은 이발기나 가위로 털을 정리하는 것은 물론 목욕도 잘 시킨다. 물론 물을 싫어하지 않거나 온순한 냥이어야 그나마 가능한 일.
대개는 발버둥 치고 심하게 울어 집사들을 당혹스럽게 하기 십상이다. 그래서 목욕 한 번 시키려다 두 손 두 발 다 들어버린 집사가 한둘 아니다. 난감해진 집사들은 곧 폭풍 검색을 해 냥이 미용 잘 할 곳을 찾아본다. 요즘 일본엔 고양이 미용 하는 곳이 꽤 많다.
장모종인 경우, '트리밍'(털 깎고 다듬는 것. 최근엔 목욕, 발톱 정리, 귀 청소 등을 통틀어 얘기한다)은 1년에 2~3번 정도가 적당하다 한다. 물론 키우는 환경에 따라 횟수는 달라진다. 털 정리가 별로 필요 없는 단모종도 털갈이 때면 목욕만 따로 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그 콧대 높은(?) 시로가네제 집사들도 줄 서서(?) 예약해야 하는 곳이 있다. 펫 트리밍 숍 '그림'(Grimm). 개 미용으로도 유명하지만 냥이 미용도 인기가 높다.
펫 트리밍 스타일리스트 4명이 있어 자신의 고양이에 맞는 트리머를 직접 고를 수 있다. 홈피에 있는 스타일리스트 소개 글에는 "A급 트리머 자격증 소유","비송 커트로 KC 공인 최우수 기술상 받음" ,"푸들 커트의 최고 일인자에게 사사함","특히 짧은 컷 스타일에 자신 있음" 등이 쓰여있다.
특히 냥이 미용에 특화된 전문 트리머는 예약이 항상 밀려 있다. 각 고양이의 매력을 잘 살려 커트해준다고 믿기 때문. 심지어 냥이에 특화된 전문 트리머가 없는 일부 숍들에선 이를 전문으로 하는 프리랜서들을 지정된 날에 부르기도 한다. 인기 헤어 스타일리스트와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냥이 미용은 모두 마취 없이 하는데, 개 짖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 '냥이 전용 룸'에서 조용히 트리머와 1:1로 진행된다. 필요에 따라 보조자가 들어와 살짝 도와주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냥이는 두세 명이 달라붙어 자신의 몸을 누르거나 하는 것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기에 1:1 대응이 가장 좋다.
이런 예민한 냥이들이기에 냥이 목욕은 거품 목욕이 기본이다. 샤워기 소리, 강한 물소리에도 아이들이 스트레스를 받으니... 방부제와 첨가물 없는 목욕제를 쓰는 데도 각별히 신경 쓴다. 고양이는 아로마, 허브, 한방성분 등에 해독이 안되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대부분 집사들은 커트와 샴푸 모두 하는 코스를 선택한다. 발톱 깎기, 항문낭 짜기, 귀 청소까지 모두 마칠 수 있어 편리하다. 목욕은 필요 없이 털 정리와 발톱 깎기만 하러 오는 냥이도 꽤 있다.
도쿄에서도 부촌이다 보니 미용비도 만만치 않다. 가격을 보니 아메리칸쇼트헤어를 기준으로 1만 엔(약 10만 1000원)이다. 장모종은 페르시안을 기준으로 1만 3000엔(약 14만 원)이다. 장모종은 미용비도 더 비싸다.
추가 비용이 드는 옵션으로 보습과 탈모 예방에 좋다는 젤 팩 마사지, 혈액 순환과 모공 피지 제거에 좋은 탄산수 스파 등이 있고 벼룩 예방 코스도 보인다.
또 건강이 염려되는 펫이 목욕을 해야 할 경우나 예방접종도 함께 필요한 경우, 연계된 동물 병원의 수의사 왕진 서비스도 예약할 수 있다. 픽업 서비스 물론 가능하다.
일본에 '냥이 미용 트리머'라는 자격증이 따로 있지는 않다. 일반 펫 트리머 자격증만 있으면 냥이 미용이 가능하다. 단지 개와는 다른 고양이 성격을 잘 알고 다루며, 냥이 미용 경험이 많아야 인기 트리머가 되는 모양.
이제 우리나라도 고양이 트리밍을 전문으로 한다는 곳이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점점 늘고 있다. 그러나 냥이 미용 특화로 이름이 난 트리머는 아직 많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이제 '냥이 전성시대'다. 우리나라에도 냥이 전문 트리머들이 점점 많아질 것은 그래서 당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