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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이슈

반려동물 많이 걸리는 질병 10가지 진료 프로토콜 나왔다

 

【코코타임즈】 반려동물 보호자들 관심이 높고, 동물병원을 많이 찾는 질병들에 대한 진료 프로토콜(protocol)이 나왔다.  

 

아토피 피부염부터 중성화 수술, 외이염, 결막염 등에 대해 어떤 검사를 해서 어떻게 치료하는가 하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이자 동물병원 수의사들이 참고할 만한 모범답안인 셈이다. 

 

건국대 수의대 윤헌영 교수(KU동물병원장)는 17일 오전 건국대 수의대 2층 세미나실에서 열린 ‘동물진료 표준화 공청회’를 통해 이 같은 다빈도 질환에 대한 진료 프로토콜 10가지를 제시했다. 

 

사람쪽 인의(人醫)에선 각종 질환들에 대한 진료 프로토콜이 상당 부분 정립돼 있으나, 동물쪽 수의(獸醫)분야에선 전세계적으로 전례가 없는 일.

 

윤헌영 교수, '동물진료 표준화 공청회' 발제..."동물 진료 프로토콜 마련은 세계에서 처음"


특히 사람과 동물 질환의 경우, 질병명은 비슷하지만 진단과 검사 항목 그리고 치료에서 사용할 옵션들은 상당히 다르다는 점에서 국제적으로도 상당히 주목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보호자들에게도 이런 이런 질병이 있을 때, 동물병원에서 어떻게 진료를 진행하는가를 알면 미리 대응할 수 있을 뿐아니라 해당 질병에 대한 예후와 진료비 등을 가늠할 때도 도움이 된다. 

 

윤 교수팀이 다양한 설문을 통해 선제적으로 프로토콜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꼽은 질환은 10가지. 주요 전문과목별로 발생 빈도가 높은 질병이면서도 사회적 관심 역시 큰 질병들이다. 

 

외이염과 아토피 피부염(수의내과 및 피부과)부터 결막염과 유루증(수의안과), 중성화 수술과 슬개골 내측 탈구(수의외과), 위장관 출혈과 심인성 폐수종, 빈혈, 예방접종(이상 응급중환자의학과) 등.

 

아토피 피부염부터 중성화 수술까지 질환별 진료 가이드라인...1차로 10가지 질환만 선정해 시안 제시


예를 들어 외이염의 경우 모두 6단계를 거치는 알고리즘으로 구성했다. 외이염의 정의와 역학~기전 및 원인~임상증상~진단 프로토콜~치료~예후 및 보호자 교육 등으로 나눌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외이염을 진단할 때 반드시 해야 하는 필수검사 항목들은 무엇이고, 치료에 필요한 약과 치료법, 그리고 보호자에게 전해야 할 정보 등을 여기에 함께 담았다. 

 

 

또 중성화 수술이라면 수술전 필수검사 항목과 선택검사 항목, 수술 전 마취방법과 최적의 수술법 등도 제시했다. 

 

이들 진료항목과 절차, 그리고 수의사의 진료 행위 등을 모두 코드로 표준화하는 방안도 나왔다.  

 

연구에 참여한 한현정 건국대 교수는 “사람 인의쪽 프로토콜과 국제질병분류 코드, 영문질환명 등을 두루 참고했다”면서 "수의사라면 누구라도 알 수 있도록 이를 알고리즘 형태로 제시하려 한 것"이라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10가지 프로토콜이 강제사항은 아니다. 국내외 사례를 중심으로 설정해본 '예시안'인데다, 이를 임상 현장에 의무 적용하자면 별도의 법제화 절차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발제를 맡은 윤헌영 교수도 "국내외에서 임상과 연구로 이미 입증이 된 각종 근거에 기반한 진료(Evidence-based Medicine)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실험적인 권고안"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농식품부가 동물의료산업 선진화 방안 마련을 위해 지난해 11월 한국동물보건의료정책연구원을 통해 발주한 연구용역.  

 

윤 교수팀은 이달말까지 임상 수의사를 비롯해 여러 수의계 단체들의 피드백을 받아 용역과제를 완성한 후 이르면 내달께 책자로 발간한 후 온라인 수의사교육 플랫폼을 통해 이를 배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10개 수의대별로, 병원 규모별로 치료법 달라...'표준'이라며 강제하는 것은 부담스러워


공청회에 참석한 토론자들은 진료 표준화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이들은 공적 보험으로 운영되는 사람 의료와 사적 영역인 동물 의료는 수혜자부터 환경이 다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단순 비교해서 정책을 만들 수가 없는 만큼 각계 의견을 수렴했으면 좋겠다는 뜻을 밝혔다. 

 

 

허주형 대한수의사회 회장은 "외국은 정부가 수의 업무에 관여하지 않고 시장, 전문가에 맡기는데 반해 우리 정부는 (극성) 민원에 귀를 기울인다. 그러다 보니 수의사는 수의사대로, 보호자는 보호자대로 불만이 생기는 것"이라며 "정부가 개입하려면 진료비가 아닌 질병명(진료항목)부터 표준화하고 세밀한 정책을 펴 달라"고 말했다. 

 

우연철 대한수의사회 사무총장은 "사람 의료의 경우 진료항목 하나 만드는데 비용과 시간을 많이 들였다"며 "이에 비해 동물 의료는 사람 의료에 비해 시장 규모가 훨씬 작아 예산도 부족하고 홍보도 쉽지 않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번 기회에 전국의 10개 수의대마다 서로 다른 임상 매뉴얼도 표준화 하고, 일선 수의사들에게도 정책에 대해 설명해달라는 의견도 있었다. 

 

정만복 한국수의안과연구회 회장은 "진료의 표준화도 중요하지만 학교 임상의 표준화도 필요하다"며 "수의대에서부터 진료에 대해 제대로 이해를 하고 왜 이 검사가 필요한지 표준화된 교육을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요윤 한국동물병원협회 상무이사는 "정책을 펼 때 일선 임상 수의사들이 바로 받아들일 수 있으냐도 고민해야 한다"며 "동물 진료 표준화를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먼저 충분히 설명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서상혁 대표 "병원마다 인력도, 보유 장비도 다른데...진료 프로토콜 다르게 적용해야"


특히 동물병원 MSO를 지향하는 벳아너스(VET HONORS) 서상혁 (주)아이엠디티 대표는 "1인 병원과 대형 병원은 인력부터 보유한 의료 기기 등 차이가 크기 때문에 개별 질환에 대한 처치 방법이 다를 수밖에 없다. '표준'이라는 단어를 썼을 때 임상가들이 이해할지 잘 모르겠다"며 "동네의 1인 병원과 규모가 큰 대형병원에 진료 프로토콜을 다르게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수의사들과 보호자들이 평소 소통하며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한 참석자는 "수의사들이 진료 보기 바쁘다는 이유로 안내를 해줘도 신경 쓰지 못할 때가 많은데 평소 행정이나 정책에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며 "크고 좋은 병원만 찾으면서 과잉진료 주장을 하는 보호자들도 있다. 동물들은 아픈 곳을 스스로 알려주지 못하기 때문에 여러 검사를 할 수밖에 없는 사정도 생각해줬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이에 정부 측은 각계각층의 의견을 계속 수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승환 농림축산식품부 방역정책과 이승환 사무관은 "모든 정책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감대 형성"이라며 "여러 단체, 전문가 등과 계속 협의하고 정책이 잘 안착할 수 있도록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기사 일부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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