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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헬스】"강아지 목에 시한폭탄이"...AAI(환축추 불안정증)

 

 
【코코타임즈】 아틀라스(Atlas). 제우스에 대항했다 패하고 하늘을, 지구를 떠받치는 벌을 받았다는 그리스 신화 주인공. 그런데, 사람이나 동물 몸에도 아틀라스가 있다. 머리 두개골을 떠받치는 첫번째 경추를 그렇게 부른다. 그 아래 2번 경추가 회전축(軸)이란 뜻의 악시스(Axis). 우리가 머리를 끄덕끄덕, 도리도리 할 수 있는 건 그 덕분이다. 이 두 경추 사이로 팔 다리 신경과 호흡기 신경이 지난다. 여기가 탈이 나면, 그래서 사지가 마비되고 숨 쉬기 힘들어진다. 호흡 마비로 급사할 수도 있다.

 

 



그런데, 강아지 고양이는 사람과 달리 주로 선천성 기형 때문에 탈이 난다. 수술 하려해도 난이도가 너무 높다. 그걸 컴퓨터 시뮬레이션과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하여 고정시키는 방법이 생겼다. 오랫동안 AAI(환축추 불안정증) 수술을 해온 정창수 수의사(일산동물의료원 부원장)에게 이 병을 물었다. <편집자 주>

왜 이런 이름이 붙었나?

사람과 동물의 모든 척추는 추간판 디스크로 연결이 되어 있다. 하지만 유일하게 관절로 연결된 곳이 있다. 목 경추 1번(환추)과 2번(축추) 사이가 그렇다. 팔 다리 신경, 호흡과 직결되는 곳이다. 이 관절이 끊어지면 두 뼈가 불안정해지면서 신경을 압박, 큰 병이 생긴다. 강아지 고양이도 마찬가지다. 이를 AAI(Atlanto-Axial Instability), ‘환축추 불안정증’이라 부른다. 경추 부위 질환 중에서도 고치기 어려운 난치성 질환에 들어간다.

AAI가 사람과 동물 사이엔 어떻게 다른가?


사람에서는 류마티스 관절염, 교통사고, 종양, 선천성 기형 등에 의해 많이 발생한다.
반면, 반려동물 경우에는 선천성 기형에 의해 주로 생긴다. 그것도 소형견에 많다. 포메라니안, 치와와, 말티즈, 푸들 등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키우는 견종들. 외국의 경우에서도 그렇다. 1살 전후 어린 나이에 주로 발생하는 것이 특징이다. 또 이들은 머리와 다른 척추에도 기형을 같이 갖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고양이에게도 있긴 하다. 역시 선천성 기형 때문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그리 흔하지는 않다.

보호자들은 어떻게 알 수 있나?

극심한 목의 통증과 더불어 사지 신경 기능이 마비된다. 또 호흡근 마비가 생겨서 급사하게 될 수도 있다. 보통 고개를 잘 숙이지 못하고 소리를 지르는 등의 심각한 통증을 호소하며, 앞 뒷다리가 비틀거리는 증상이 진행된다면 지체하지 말고 응급 진료를 받아야 한다. “목에 찬 시한폭탄”이라 하는 것은 그런 때문이다.

평소 아이가 고개 숙일 때 아파하지 않는지, 사료 먹을 때 고개를 잘 숙이는 지도 관찰 포인트다. 고개를 숙일 때 불편하다는 것은 이쪽 관절이 꺾여서 통증을 유발하는 증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진단은 어떻게 내리나?

단순히 목이 아픈 증상으로 병원을 찾기도 하지만, 대개는 사지가 마비되고 호흡을 못하는 ‘응급’ 환자로 병원에 온다. AAI로 의심이 되면 일단 우선 목에 깁스(gips)부터 한다. 척추가 더 이상 꺾이지 않도록 하고, 진통소염제 등으로 통증을 완화해준다.

게다가 여러 부위 기형을 같이 동반할 수 있기 때문에, 엑스레이로 AAI가 나왔더라도 MRI와 CT 등을 거친 후에 확진하게 된다. 다른 가능성까지 복합적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다음, 수술을 통해 1, 2번 경추 사이 관절을 고정시키는 것이 근본적인 치료 방법이다. 다만, 이쪽 뼈들이 굉장히 얇아 매우 정확한 수술 테크닉이 필요하다. 또 치료 시기를 놓치면 회복하지 못한 채 끝내 사망하기도 한다.

AAI 같은 경우, 사람 쪽엔 최신 치료법들이 많은데, 동물병원은 어떤가?


몇 년 전만 해도 AAI 수술은 위험요소가 많아 병을 발견하고도 쉽사리 손대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많이 바뀌었다. 지금은 척추뼈에 보철물을 삽입하여 고정하는, ‘경추 다중 나사못 삽입술’ 같은 최신 치료법을 동물병원에서도 많이 시도하고 있다.

그게 3D 프린팅을 이용한 수술인가?

그렇다. 최근 3D 프린팅 기술이 수의학에도 적용되고 있는데, AAI 수술에 적용해 매우 안전하고 정확한 수술이 가능하게 됐다. 특히 개별 환자 CT영상을 토대로,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하고 수술 가이드라인에 따라 수술이 진행되기에, 신경이 손상될 우려를 최소화하면서도 나사못을 견고하게 삽입할 수 있게 됐다.

이 방법으로 현재까지 14증례를 수술했는데, 13마리에서 예후가 좋았다. 치료 시기만 너무 늦지 않다면 결과는 좋다. 최근엔 수술을 적극 권유하는 편이다. 서울대 수의대 강병재 교수(수의외과학)팀과 증례 논문도 준비하고 있다.


이럴 때, 보호자는 어떻게 해야 하나?

수술 시기 놓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증상이 너무 진행되면 수술이 성공해도 예후가 좋지 않다. 그래서 유전적 소인이 있는지 생후 10월령 전후 엑스레이 검사 받아보는 걸 권한다.

수술을 받은 후에도 유념할 것이 있다. 목뼈 고정을 위해서는 수술 후 1달 정도는 목 깁스를 착용하고 심한 활동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 신경이 잘 회복되도록 레이저 물리 치료도 필요하다.

정창수 수의사는


서울대 수의대를 졸업하고 들어간 서울대 임상대학원(수의외과)과 일본 미나토 요코하마 동물병원 수련(2005년)을 하면서 정형외과 신경외과 쪽에 눈을 뜨게 됐다.

강아지 앞다리가 둥글게 휘는 기형을 단일 골절단을 통해 똑바로 만드는 수술법을 미국 퍼듀대 김순영 교수(미국수의외과전문의, DACVS)와 함께 국내 수의계에선 처음 시작했다.

한국수의외과학회 창립 멤버로 2018년부터 신경외과분과위원장을 맡아왔다. 세계수의골절치료학회(AOVET) 한국 강사(local faculty)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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