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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인터뷰】아시아수의안과전문의 김준영 건국대 교수

 

 

【코코타임즈】 지난 1월, 미국 네바다 라스베이거스. 

 

세계 최대 IT 전시회 CES의 헬스케어 섹션에선 관람객들 눈길을 끄는 모바일 앱이 하나 있었다. 한국의 한 벤처기업이 출시한 반려동물 건강관리 앱 ‘티티케어(TTcare)’. 

 

‘2022 CES혁신상’ 수상작이라는 사실도 주목을 받게 했다. 스마트폰으로 강아지 눈이나 피부 사진을 찍으면 AI(인공지능)가 아이 상태를 체크해 동물병원에 가야할 지를 조언해 주는 것. 

 

 

보호자가 수의학을 몰라도, 50만 장 이상 질환 사진 데이터를 학습한 AI가 초보적인 예방의학 수단이 되는 셈이다. 

 

여기서 눈 질병 여부에 대한 판단 기준을 제시한 이가 바로 건국대 김준영 교수(수의안과학). 첨단기술에 수의료 전문성을 더한 것. 

 

‘티티케어’를 만든 ㈜에이아이포펫(AIFORPET, 대표 허은아)이 국내 처음으로 의료영상 진단 보조소프트웨어로 ‘동물용 의료기기’ 등록을 할 수 있었던 것도 그런 맥락 에서다.

 

동물용 의료기기 ‘티티케어’ 인공지능(AI)에 눈 질환 판단 기준 제시


특히 김 교수는 우리나라에 9명 밖에 없는 ‘아시아수의안과전문의’(DAiCVO)다. 

 

 

2014년 9월, 아시아수의안과학회(AiCVO) ‘디팩토(De Facto)’ 전문의가 됐다. “전문의에 응시할 레지던트들 교육시킬 정도의 높은 실력을 갖추었다”는 의미다. 일본 중국 대만 태국 등 아시아권 통틀어 수의안과 전문의가 10여명에 불과하던 때였다. 

 

여기에 선발되자면 미국전문의나 유럽전문의에 버금갈 정도 임상 경력에다 학술적 성과까지 더해져야 한다. 수년간 매년 250건 이상의 초진 건수를 채워야 하는 등 선정 기준도 까다롭다. 

 

백내장 수술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는 등 일찍부터 수의안과 한길만 파온 것이 큰 도움이 됐다. 

 

“당시 우리나라는 강아지 백내장 수술이 막 시작되던 시기였어요. 박사 과정 지도하시던 건국대 정순욱 교수님(수의외과학)께서 ‘백내장 수술을 공부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권유하신 것도 그런 흐름을 보신 것 같습니다.” 

 

백내장 수술을 배우기 위해 건국대 (사람)병원에서 하는 수술도 숱하게 참관했다. 특히 영국으로 건너가 케임브리지대학에서 ‘포닥’(Post-doctoral Researcher, 박사후연구원)을 하며 그 분야를 보다 깊게 공부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귀국하고 난 이후엔 그를 가르칠 이가 드물었다. 임상 현장에선 처음보는 생소한 케이스도, 해결하기 힘든 응급수술도 계속 터졌다. 

 

“우리나라 임상계에 수의안과학이 아직 정착되기 전이었어요. 매일 매일이 악전고투였죠. 게다가 전문의 지원하려는 데 수의안과 분야 전문경력을 입증하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그 때 서강문 서울대 교수님(수의안과학) 도움을 지금도 잊지 못합니다.” 

 

경험과 증례가 쌓이고, 그는 지금도 매년 초진과 재진을 합해 2천 케이스 정도의 안과 질환을 본다. 한창 역동적으로 일할 시기이기도 하다.

 

건국대 박사, 영국 케임브리지대 포닥…지금도 안과 질환만 매년 2천 케이스


최근 들어선 건성안(乾性眼), 즉 ‘안구건조증’에 대한 증례가 많다. ‘건성 각•결막염’<사진>이라고도 한다. 안구가 건조해지면서 각막염이나 결막염 등 눈에 각종 염증들이 생기는 것. 

 

 

 

 

 

그런 염증으로 생긴 ‘각막궤양’엔 기존 항생제 요법도 쓰지만, 포항공대 조동우 교수팀과 함께 돼지 각막을 이용한 ‘생체조직접착제’ 치료법도 새로 시작했다. 

 

새로운 수술법은 특허를 출원했고, 조만간 치료제로 나올 예정이다. 각막궤양을 좀 더 편리하고 쉽게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 

 

그래도 남아있는 난제가 있다. 바로 녹내장(Glaucoma). 

 

원인이 다양할 뿐만 아니라 급성으로 발병하는 경우도 많다. 개 녹내장은 안방수(眼房水) 배출로가 막히며 안압이 높아져 생긴다(사람은 안압이 높지 않아도 생길 수 있다). 종종 안구를 들어내야 할 정도까지 악화된다. 

 

기존에 쓰던 수술 방법은 부작용도 많았다. 아메드 밸브(Amhed Glaucoma Valve)를 눈에 삽입해 안방수를 빠져나가게 했는데, 1년 정도 지나면 밸브주변 조직이 딱딱하게 변하며 기능이 확 떨어졌기 때문. 

 

그 보완책으로 특수 제작된 콜라겐을 조직과 밸브 사이에 넣어보았다. 수술 난이도는 높다. 하지만 증례가 쌓이며, 성공률도 꽤 높아졌다. 

 

“3~4년 전부터 시도했는데, 예후가 아주 좋아요. 수술 후 지금까지 수년간 아무 탈 없이 눈을 잘 보존하고 있는 케이스도 있고요. 얼마 전엔 프랑스수의안과학회 초청으로 논문 발표도 했죠.” 

 

시력이 남아있는 경우 오랫동안 시력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새로운 방법들을 두루 시도하고, 또 정착시키고 있는 셈이다.

 

각막궤양엔 ‘생체조직접착제’를, 녹내장엔 콜라겐 임플란트 삽입술을


“안과는 눈을 진료하는 과목입니다. 그런데, 눈이라는 것은 우리의 몸 전체를 구성하는 한 부분이죠. 숲과 나무를 함께 봐야 하는 것처럼, 눈 치료도 몸 상태에 따라 접근방식이 달라져야 합니다. 그래야 다양한 툴(tool)이 만들어지지 않겠어요?” 

 

 

김 교수가 후학들에게 ‘숲과 나무’의 관계를 늘 강조하는 것도 그런 때문이다. 

 

사람 눈처럼 강아지 눈도 아주 민감하다. 알레르기로 고생하다가, 나이 들면 노안에다, 안구건조증에다, 백내장과 녹내장까지 사람 질병 웬만한 것은 다 온다. 

 

“하지만 강아지 고양이는 아픈 티를 잘 내지 않죠. 아파도 표현을 못하고… 다른 병으로 병원에 왔는데, 검사해보니 한쪽 눈이 이미 실명인 경우도 많거든요. 그 공백을 보호자들이 평소 관심을 갖고 채워주는 수 밖엔 없습니다.” 

 

이어 그는 “인공눈물 자주 넣어주고, 주기적으로 눈 검사라도 받게 하면 그 민감한 눈을 그나마 더 오래 쓸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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