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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인터뷰】대구에 첫 안과동물병원, 박영우 수의사

 

 

【코코타임즈】 지난 3월 초 대구에 특별한 병원이 하나 문을 열었다. 박영우안과동물병원. '안과'라 이름 붙인 동물병원은 대구 경북지역에선 처음이다. 

 

찾아간 병원은 대구 시내 대로변의 건물 5층에 있었다. 고개를 많이 올려다봐야 간판이 겨우 보였다. 일반 진료는 없이 오로지 안과 질환만 다루기 때문. 

 

박영우 원장은 지난 2017년 '아시아수의안과전문의'가 됐다. 아시아에선 처음으로 "시험을 통과한" 전문의(Diplomate)였다.  

 

아시아수의안과학회(AiCVO) 심사 기준은 까다로웠다. 안과 진료 초진 기준 250 케이스 이상 진료 경력에다 국제적 SCI(E)급 논문 등 몇 편 이상, 국제학술대회에서 발표 몇 회 이상...  

 

그러고는 (전문의)시험까지 치러야 했다. 아직 아시아에는 없는 수의안과 '레지던트' 과정을 제외하면, 미국이나 유럽 전문의들처럼 임상경력-학술-시험 등 일련의 과정을 다 통과한 첫 케이스. 

 

그 해 아시아전문의는 2명 밖에 나오지 못했다. 어려운 신청 조건에다 2박 3일에 걸친 영어 시험에 다들 나가떨어졌기 때문. 최종 합격한 두 사람이 모두 한국 수의사였다. 박 원장과 안재상 원장(서울 청담눈초롱안과동물병원).

 

지금도 가장 많은 건 강아지 '각막질환'...실명 막을 ‘골든타임’ 길지 않아


박영우 수의사에게 ‘각막 질환’은 특별한 인연이 있다. 서울대 동물병원에서 석사 박사 과정을 하며 임상 트레이닝 받을 때 가장 많이 만났던 질병. 어떻게 보면 평범할 수도 있지만, 그만큼 이 병으로 고생하는 강아지들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눈동자 앞을 싸고 있는 각막에 상처 생겼다고 사람이 시력을 잃는 경우는 드뭅니다. 일상 생활이 답답하니, 바로 병원에 가죠. 하지만 강아지는 다릅니다. 잘 안 보여도 말을 안 하니까요. 보호자가 알아차릴 때면 이미 염증으로 각막이 녹았거나 구멍이 나 있는 경우가 흔합니다." 

 

심한 경우라면 눈을 빼내야('적출') 한다. 녹내장 등 다른 합병증이 곧 생기기 때문. 사람에겐 그렇지 않지만, 강아지에겐 눈 각막 질환이 의외로 치명적인 이유다. 

 

박 원장이 병원에서 하는, 특별한 일이 또 하나 있다. 항생제 안약을 직접 조제해 주는 것. 

 

"우리나라에선 동물용 안약을 따로 조제해주는 약국이 없어요. 국내 또는 글로벌 제약사에서 시판하는 항생제들 밖에 없으니, 달리 방법이 없죠. 그걸로 처방을 하는 수 밖에요." 

 

 

 

 

하지만 세균에 감염된 경우엔 세균을 배양해 감수성 검사를 한 후 개별 환자에 맞게 각각 다른 항생제를 처방하는 것이 정석. 2014년, 서울대 수의대에서 박사 학위를 딴 후 건너간 미국에서 그런 생각은 더 뚜렷해졌다. 

 

1년 간 미국 위스콘신매디슨대학교에서 '포닥'(post-doctoral researcher)으로 미국 임상 현장을 가까이서 들여다볼 수 있게 된 것. 

 

그의 지도교수를 포함한 진료진들은 "세균에 감염된 각막 질환은 항생제가 중요하다. 개별 환자에 잘 맞는 항생제인지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고 늘 얘기했다. 그래야 예후가 좋기 때문이다. 

 

유럽수의안과전문의(ECVO)에다 미국수의안과전문의(ACVO) 자격까지 함께 갖고 있던 길리언 맥레란(Gillian McLellan) 교수. 수의안과 분야에선 세계적 거두였다. 

 

"교과서에서 그렇게 하라고 되어있지만 실제로 해보지 않았었는데, 미국에선 예전부터 그렇게 하고 있더군요. 수의사가 처방전을 주면 필요한 안약을 조제 처방해주는 약국도 있고요. 그게 글로벌 스탠더드인거죠." 

 

박 원장도 4~5년 전부터 항생제를 조제해 처방한다. 아직은 시험적이다. 하지만 증례가 쌓여가며 의미 있는 결과가 만들어지고 있는 단계. 

 

지난 2020년 한국수의안과연구회 총회에서 그가 일반 수의사와 수의안과 전문의들 대상으로 했던 항생제 안약 조제법에 대한 강의가 상당한 주목을 끌었던 이유다.

 

서울대 서강문, 미국 위스콘신 맥레란 교수...기초 지식부터 수술까지 트레이닝


그에게 안과 전문의를 길을 열어준 이는 서울대 서강문 교수. 2002년 서울대에 안과 전임교수로 부임한 그의 첫번째 학부 수업을 들었던 제자 그룹에 박원장도 있었다. 

 

 

자연스레 대학원에서도 안과를 지원했고, 수련의 과정 이후 안과 팀장도 맡았다. 서 교수가 안식년으로 자리를 비웠을 때는 정만복 박사(현 한국수의안과연구회장) 지도를 받았다. 

 

그가 백내장 수술은 물론, 눈의 결막을 오려서 구멍이 난 각막에 덧씌우는 이식 수술을 능숙하게 해내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세균 감염이 극심하여 염증으로 각막이 녹아내려 거의 없는 경우, 눈 결막을 위와 아래에서 크게 떼어내 각막 쪽에 이어 붙이는 수술도 여러 번 성공시켰다. 

 

박 원장은 인터뷰 말미에 이렇게 말했다. 

 

“다들 간과하는 것이 있어요. 눈이 충혈됐다고 '결막염'이라 지레짐작하면 안 됩니다. 수의사들도 자주 그런 실수를 하더군요. 각막이나 결막에 병이 왔을 땐 빨리, 제대로 된 치료를 받는 것이 최선인데, 치료의 '골든 타임'을 놓치는 이유가 바로 그거거든요.” 

 

인근 로컬병원에서 의뢰하는 상당한 경우도 그런 케이스가 많았다. 너무 늦게 와서 안구를 적출하는 것 외엔 해줄 게 없는 상태. 그저 안타까울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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