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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인터뷰】아시아수의피부과전문의 황철용 서울대 교수

 

 

【코코타임즈】 “알레르기는 참 고약한 병입니다. 가려움증부터 귓병, 탈모, 각화증은 물론 감염까지 온갖 이상현상을 보여주는 피부질환 종합세트 비슷하죠. 저희 동물병원도 피부 환자의 80% 정도가 그것 때문이고요.” 

 

서울대 수의대 황철용 교수(수의피부학)도 이 문제를 30년동안 붙잡고 있다. 피부과 수의사에겐 평생 숙제나 다름없다. “너무 흔해서 언뜻 쉬운 것 같은데, 파고 들수록 어려운” 병인 셈이다. 

 

“알레르기는 원인 따라, 환자 상태 따라 전통 치료법에다 최신 치료법까지 다 감안해야 합니다. 경험 많은 수의사가 범위를 계속 좁혀가며 해법을 찾는 ‘멀티모달’(Multi-Modal) 접근이 그래서 중요하고요.”

 

우리나라 첫 피부과 아시아전문의...2010년부터 '디팩토' 역할


그는 ‘아시아수의피부과전문의’(DAiCVD)<
사진>다.
 

 

 

 

2010년 ‘아시아수의피부과학회’(AiCVD, the Asian College of Veterinary Dermatology)로부터 ‘디팩토전문의(de facto Diplomate)’에 선정됐다. 앞으로 전문의로 커갈 후배에게 ‘레지던트’ 과정을 지도할 만한 실력을 갖춘, ‘사실상의’ 전문의란 의미다. 

 

응모자 9명을 대상으로 2년간의 자격 심사와 인터뷰 등 까다롭기 그지없는 과정을 거쳤다. 그 결과, 5명이 ‘디팩토’로 선발된 것. 경북대 수의대 오태호 교수(수의내과학)도 그때 함께 선정됐다. 

 

“여러 아시아수의학회들 중 피부과가 전문의 제도를 가장 먼저 시작했어요. 그런데, 심사 기준과 전문의 시험이 까다롭기로 유명하죠. 내과 안과와 비교하면 지금도 전문의 숫자가 가장 적습니다.” 

 

아시아학회가 설립(2008)된 지 10년도 훨씬 넘었다. 그래도 아시아피부전문의는 아시아 전체 통틀어 15명이 전부다. 우리나라에도 3명 밖에 없다. 

 

운도 따랐다. 지난 2003년 서울대 수의대 교수가 됐다. 첫 피부과 전담교수. 당시만 해도 피부는 ‘수의내과학’의 한 분야일 뿐, 독립 학문으로 분화되지 못했던 때다. 갓 박사 학위를 따고는 갑자기 교수가 된 그에게 대한민국 ‘수의피부학’을 개척하고 독자 영역을 정립해야 할 역할이 주어진 셈. 

 

“이 모든 과정에 한홍율 교수님(서울대 수의대 명예교수) 도움이 절대적으로 컸죠. 미래를 내다보며 우리나라 수의피부학의 길을 열어 젖히신 거니까요." 

 

2005년엔 서울대 동물병원에 피부과도 따로 생겼다. 내과 외과처럼 또 하나의 공식 진료과목이 생긴 것. 전국 로컬 병원에서 어려워하는 난치성 피부 환자들이 몰려 들었다. 매년 평균 1500 건 정도 케이스가 쌓였다.

 

알레르기 피부염에 처음 보는 희귀 케이스까지... 연간 1500여건 피부 질환 진료


페르시안 고양이에서 발생한 특발성 안면 피부염, 원인을 알 수 없는 강아지 괴저성 피부 농양처럼 국내외적으로 한 번도 알려지지 않았던 희귀 케이스도 많이 나왔다. 

 

 

이들을 치료하자면 전 세계의 최신, 최적의 치료법까지 계속 살펴봐야 했다. 그래도 없다면 새로운 치료법도 시도해봐야 한다. 

 

페르시안 고양이에게 타크로리무스(Topical tacrolimus, FK506) 약물을 사용해보고, 다양한 피부 감염을 일으키는 황색포도알균(Staphylococcus aureus, 또는 황색포도상구균) 연구를 시작한 것도 그렇다. 최근엔 플라즈마(plasma)를 활용한 차세대 치료법 등으로도 반경이 커지고 있다. 

 

그 사이 훌륭한 후학들이 많이 나왔다. 서울대에서 피부과 레지던트를 거쳐 2019년 아시아전문의(DAiCVD)가 된 현재은 교수(경상국립대 수의대)도 그중 하나다. 최근 레지던트 과정과 박사 학위를 마친 강정훈 원장(부산 오리진동물피부병원)도 아시아전문의에 곧 도전한다.

 

경상대 현재은 교수, 부산 오리진 강정훈 원장 등 후학들도 계속 성장


황 교수에겐 지금도 아픈 기억이 하나 있다. 8년 전이다. 매일 차에 태워 학교로 함께 출퇴근 하던 ‘타이’(Tai, 아프간하운드종)<
사진 왼쪽>가 ‘비장혈육종’ 진단을 받았다. 암의 일종.
 

 

 

 

서울대 진료팀은 당장 응급수술과 항암치료를 시작할 것을 권했다. 게다가 타이는 서울대가 만든 세계 최초(2005년) 복제견 ‘스너피’에게 체세포를 준 ‘공여견’. 역사적인 의미도 있었다. 

 

하지만 황 교수는 마지막 순간, 수술을 포기했다. 아이에게 고통의 시간을 더 연장시킬 수는 없었기 때문. 이미 평균수명을 넘겼고, 암이 폐까지 전이돼 치료하더라도 6개월 생존율조차 현저히 떨어졌다. 

 

“가족과 상의한 끝에 호스피스(hospice) 진료로 전환했죠. 두 달 뒤, 몸 상태가 더 나빠져 결국 안락사로 이별했어요. 그때까진 타이와 편안하고 따뜻하게만 보내려 했습니다. 다시 그 상황이 온다 해도 똑같이 결정할 겁니다. 그 때 참 잘했다…”

 

매일 출퇴근까지 함께 하던 타이를 안락사로 보내며 수의사 역할 다시 생각해


혁신적이고 최신의 치료법을 시도해보려는 수의사 입장, 아이에게 고통을 더는 안겨줄 수 없다는 보호자 입장, 그 사이에서 번민해야만 했던  순간. 그래서 그가 늘 하는 얘기가 있다. 

 

 

“진료할 땐, 자신의 모든 역량을 동원해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하지만 보호자를 이해하고 또 합리적인 선택을 하시게 도와드리는 것도 우리 역할이죠. 결국 아이의 행복을 가장 많이 고민하는 사람은 보호자, 그가 마지막까지 의지하는 사람은 수의사이니까요.” 

 

현재 아시아수의피부과전문의학회(AiCVD) 회장, 대한수의피부과학회(KSVD) 부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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