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타임즈】 펫산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펫푸드다. 하지만 주로 먹는 건식 및 습식 사료는 글로벌 회사나 국내 대형업체들이 시장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몇 개 업체들만 경쟁하는 과점(寡占) 시장인 것.
자본력이나 브랜드가 약한 스타트업들은 그래서 간식이나 영양제 시장쪽을 넘본다. 시장 규모는 훨씬 작지만, 펫푸드가 돈이 된다는 소문에 너도나도 이 시장부터 노크하는 것. 그래서 여긴 너무 많은 업체가 싸우는, 과당경쟁(過當競爭) 시장이다.
문제가 있는 제품들도 많다. 근거가 부족하지만 “영양학적으로 우수하다.”, “특정 질병이나 건강관리에 효과가 있다”고 홍보하는 제품들도 우후죽순이다.
펫푸드 검증 관리체계 부실... 품목허가 단계부터 안정성 문제는 공백
하지만 이들을 두루 다 검증하기엔 관리체계가 아직 부실하다. 펫푸드 품목허가를 내주는 과정부터 탄수화물이나, 단백질, 지방, 칼슘, 인 등 일부 성분 함량이나 비율만 따질 뿐. 영양학적 균형이나, 필요 성분이 충분한지, 독성물질이 잔류하고 있지나 않은 지는 검토 과정에서 도외시된다.
보호자들은 당혹스럽다. 업체가 제공하는 정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이를 검증할 수단이 없다. 심하게 말하면 광고 보도 사야 하는 '깜깜이'다.
정부가 최근 펫푸드에 들어있는 유해물질과 허위, 과장 광고에 대한 감시망을 부쩍 강화하기 시작한 것은 그래서다.
농축산식품부 산하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은 지난해, 국내에서 유통되는 국산·수입 사료 650건을 수거해 조사했다.
곰팡이독소, 농약, 중금속, 동물용 의약품 등이 들어있는지를 들여다본 것. "유해물질 허용기준을 초과한 '부적합' 사료 유통을 차단하자"는 게 주목적.
그 결과, 모두 8개 업체 10개 제품에 대해 위반사항을 적발했다.
어떤 것은 수은이 허용기준을 넘겼고, 또 어떤 것들은 포장지에 버젓이 ‘무(無)보존제’라 해놓고도 실제로는 보존제(소르빈산)가 상당량 검출됐다.
제조 연월일 등 포장지 의무표시 사항의 일부 항목을 빠뜨리거나 잘못 표시한 제품도 여럿. 모두 영업정지나 징역 또는 벌금형에 처할 수 있는 위법 행위들.
농관원은 그에 앞서 2020년에도 무려 65개 제품을 회수 및 폐기하도록 조치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시중 펫푸드들을 의심을 하기 시작한 보호자들이 그나마 믿고 사는 것이 동물병원에서 판매하는 제품들. "수의사들의 전문성과 양식을 믿고, 가격이 조금 더 비싸더라도 기꺼이 구매하게 된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들도 100% 믿을 게 못 된다.
대한수의사회 반려동물식품안전특별위원회(위원장 안세준)가 지난해 집중적으로 들여다본 펫푸드 제품 3가지에 대한 검사 결과를 최근 내놨다. "홍보 문구를 검증할 정보가 제공되지 않거나, 특정 성분의 실제 첨가 여부가 의심"되거나 "특정 질환이 있는 반려동물에게 효과가 있는 것처럼 홍보"해 특위 레이더망에 걸린 것들.
특히 반려견용 신장·비뇨기계 영양제 D 제품은 중금속과 곰팡이독소가 들어있지 않으냐는 것이, 간식으로 팔리는 S 제품은 구토를 유발했다는 게 원인이었다. 잔류농약이 남아있는지 아닌지를 알아봐야 할 사안.
심지어 검사 대상엔 동물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후에 먹는 환자 회복식 R 제품도 있었다.
믿고 사는 동물병원 펫푸드... 하지만 "여기에도 허위 과장광고가"
식품안전특위 검사 결과, 일단 이들 3가지 제품에서 안전성 문제까지 제기할만한 것들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환자 회복식 제품은 "기본적인 영양소 성분이 아주 적은 미량에 그쳐 장기간 주식(主食)으로 삼기에는 부적합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특위는 그러면서 다른 제품들에 대해서도 "특정 질환을 앓는 반려동물에게 효과가 있는 것처럼 홍보하지만, 검사 결과상으로는 특별히 효과를 기대할 만한 근거를 찾기 어려운 경우도 있었다" 했다.
건강을 해칠 만큼 위해(危害)한 정도는 아니지만, 최소한 '허위·과장 광고'로는 의심된다는 것이다.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지 알기 어려운 경우"였기 때문.
다른 수의사들 사이에서도 "솔직히 수의사들이 만든 회사가 (오히려) 과장광고가 매우 극심하다"거나 "마케팅 농간으로 소비자들을 현혹시키는 제품은 철저히 가려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수의사가 함께 개발했다며 광고에 수의사 얼굴과 이름을 함께 쓰지만, 막상 "수의사가 이름만 빌려주고, 실제 개발과정에선 빠져 있더라"는 케이스도 들린다.
수의사들이 "동물병원에서 판매하는 모든 제품의 안전성을 수의사가 전적으로 담보할 수는 없다"고 인정하는 것은 그래서다.
대수회, "올해 펫푸드 안전성 과장광고 점검 더 확대"
이에 식품안전특위 안세준 위원장은 17일 "올해 시중에 유통 중인 반려동물 식품 중 안전성이나 과대광고가 의심되는 제품에 대한 점검 활동을 더 확대할 계획"이라 했다.
특히 동물병원에 입점해 있는 제품들에 더 정밀한 잣대를 들이댈 예정.
그러면서 안 위원장은 전국 수의사들에게 "의혹이 있거나 과대광고 의심이 드는 제품들은 적극적으로 제보해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걱정도 늘어난다. 이런 작업이 자칫 "우리나라 펫푸드 제품들의 품질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려 수입제품 선호 풍조가 더 심화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또 하나의 딜레마인 셈이다.
지금은 우리나라 간식과 건강식품들이 해외로 수출까지 되는 시대다. 'Made in Korea'에 대한 세계인들 기대도 높다. 수출제품은 더 그래야 하지만, 내수용 제품에도 더 엄격한 식품안전 관리체계를 구축해야 할 시점.
우리 제품들에서도 또 다른 '멜라민'(Melamine) 사태가 일어나지 말란 법이 없어서다. 핵폭탄은 한번 터지고 나면, 그 수습은 한 세대로도 부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