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타임즈】 동물병원 진료비가 비싸다는 얘기가 나온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특히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 고양이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당뇨 고혈압 악성종양(암) 등 만성질환 중증질환 앓는 반려동물도 늘어난다. 장기 입원에다 대형 수술이라도 받게 되면 병원비가 수백만 원, 심지어 천만 원 넘는 사례도 나온다.
그런데 진료비 청구서를 뜯어보면 각종 검사비와 진료비에다 부가세 10%가 또 붙어있다. 사람 진료엔 붙지 않는 항목. 동물 진료비가 사람 진료비보다 비싸 보이는 결정적 이유 중의 하나다.
세계에서 드문 부가세 부과...“세수 늘리겠다”는 이명박 정부 작품
세계적으로 다른 나라들도 모두 그러는 것도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반려동물에만 부가세를 부과하는 나라는 찾아보기 힘들다. 미국의 일부 주와 유럽연합(EU), 그리고 일본 정도다.
거기에 우리나라도 포함된다. 2011년 이명박 정부 때부터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일부 야당과 수의사, 반려동물 보호자들의 거센 반대에도 반려동물 진료비에 부가세 10% 부과를 밀어붙였다.
국가가 관리하는 공공(公共)진료, 즉 ‘공중보건’은 사람에 해당하지, 동물에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 소 돼지 닭 등 ‘가축’ 진료는 부가세를 면제할 이유가 있지만, "개인적 사치 활동"에 해당하는 강아지 고양이 진료는 면제해줄 필요가 없다는 논리였다.
4대강 사업하는 재원이 더 필요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국회 상임위에서 부가세 부과에 반대하는 야당에 대해 당시 이명박 정부는 "세 수익을 늘리기 위해 일단 시행해보고, 나중에 국민에게서 말이 많이 나오면 그때 바꾸면 된다"고 강변하더라는 후문이 있을 정도.
그렇게 졸속으로 가다 보니 군견이나 경찰견, 도우미견 등 ‘특수목적견’에게도, 천연기념물이라는 진돗개나 삽살개에게도 부가세가 적용되는 이상한 꼴이 나왔다.
이에 따라 수의계와 정치권에선 이를 바로 잡으려는 노력을 그동안 계속 벌여왔다.
동물 진료비 부가세 면제 법안은 18대(민주당 이낙연, 새누리당 이인기), 19대(민주당 홍영표, 민주당 윤호중), 20대(민주당 윤호중) 국회에서 모두 다섯 차례나 잇따라 발의됐다.
하지만 모두 통과되지 못했다. 현재 국민의힘의 전신인 보수우파 정당들과 당시 집권하고 있던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기획재정부가 거부하거나 미온적이었던 탓.
그 사이 시행령 등 하위 법령들만 조금씩 바뀌어 △수산동물 △장애인 보조견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의 동물들의 진료에 한해 부가세를 면제해주는 정도였다.
또 농식품부 고시를 바꿔 강아지, 고양이 등 반려동물의 예방접종, 심장사상충 예방약 등은 부가세를 면제해준다. 수의사들과 반려동물 보호자들 성화에 못 이겨 찔끔찔끔 면제 대상을 늘려오던 참이다.
이번 21대 국회 들어 전재수 이어 배준영 의원도 개정안 내놔
하지만 그건 곁다리일 뿐. 본질은 바뀐 게 없었다.
이번 21대 국회 들어서도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정무위, 예결특위 소속)이 2020년 4월 동물 진료비 부가세 면세를 핵심으로 한 부가가치세법 개정안을 발의했었다.
가축과 반려동물을 포함한 동물진료업 관련 수의사 용역 모두를 부가세 면세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
전재수 의원은 당시 “대부분의 동물 진료 용역에 부가세를 과세하는 것은 동물병원 진료비용 부담 증가의 원인 중 하나”라며 “진료비 부담 증가가 유기 및 안락사로 이어질 우려가 있고, 반려동물이 주는 심리적 안정과 동물매개치료 효과 등이 인정되는 만큼 진료비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요지부동. 그나마 대선 시점에 맞춰 이달 18일, 국민의힘 배준영 의원도 비슷한 개정안을 냈다. 지난달, 반려동물 의료비 항목을 소득공제 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발의한 데 이어 반려동물 제2탄인 셈이다.
배 의원은 부가세 등 조세제도를 맡는 정부 기재부를 압박할 수 있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이다. 그는 "동물병원 진료비에 대한 부가세가 면제될 경우 반려동물 가계 부담에 큰 보탬이 될 것"이라며 "미용·성형 목적은 부가세 면제 대상에서 제외해 개정안의 합리성을 높였다"고 했다.
대선후보 이재명 윤석열 모두 면제 필요성 공약
하지만 더 커다란 청신호는 여야 유력 대선후보들이 모두 진료비 소득공제와 부가세 면제를 공약으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선대위 산하 동물권위원회와 함께 반려동물 정책을 치밀하게 만들면서 이들을 공약으로 분명히 제시했다. 한발 더 나아가 '동물병원 진료비 표준수가제'까지 공약으로 내놓은 상황이다. 병원비가 얼마나 나올지 미리 예상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
국민의힘 입장도 나왔다. 배 의원은 부가세세법 개정안을 국회 발의하면서 "조세특례제한법과 부가가치세법 개정안 모두 윤석열 후보의 동물복지 공약에 포함돼 있다"고 했다. 그동안 모호했던 윤석열 후보 측 입장이 간접적이나마 확인된 셈이다.
이에 올해 5월 들어설 새 정부에선 동물 진료비 부가세는 없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이명박 정부 시절과 비교하면, 강아지 고양이에 대한 정치권 시각이 바뀌는데 10년 넘게 걸린 셈이다.
다만, 동물병원 진료비를 더 낮추기 위해선 부가세 면제 외에도 몇 가지 더 필요한 조치들이 있다. 동물병원들의 공급원가를 낮출 방안들이다.
동물 진료에 쓰는 약을 제약도매상으로부터 도매가격으로 직접 살 수 있게 한다든지, 동물병원은 건축법상 2종 근린시설에만 들어설 수 있게 한 조항을 풀어 1종에도 세울 수 있게 한다든지 하는 것들이다.
동물병원 진료비 낮추는 문제는 이제 더는 늦출 수 없는 시대 과제다. 보호자들 뿐만 아니라 펫산업의 지속 성장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코로나19 팬데믹 여파에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위기 등이 초래할 전세계적 스태그플레이션 쓰나미가 우리나라라고 비켜갈 리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