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타임즈】 일본에서 최근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특수 건물이 있다. 와옹냐용.
펫과 함께 거주하는 펫 공생(共生) 주택의 하나다. 더 특별한 것은 안락사 될 위기에 처한 유기동물들을 입양해 장애인들과 함께 살기 좋도록 꾸민 공동주택이란 점이다.
이름부터도 특이하다. ‘와옹냐옹'. ‘와옹’(わおん)에는 개들이, ‘냐옹’(ゃおん)엔 고양이들이 함께 산다. 와옹은 일본에서 개 짖는 소리 '왕왕'을 '냐옹' 발음과 맞춰 부르기 좋게 만든 것.
와옹냐옹엔 18~64세 장애인이 입주한다. 중증 장애인보다는 혼자서도 살아갈 수 있는 경증 장애인들 중심이다. 단독주택형과 아파트형을 선택할 수 있다.
장애인 4~5명이 한 집에 산다. 물론 개인방은 따로 있다. 전문 직원이 24시간 상주하며 약 복용 등을 돕거나 안전 지도를 해준다.
유기동물을 한 마리라도 더 구할 수 있으니 좋고, 장애인 입주자는 동물과 더불어 활기찬 시간을 보낼 수 있으니 그 또한 좋다. 장애인들 삶의 질이 저절로 높아진다.
초고령사회 일본의 현안이 된 교외 빈집 문제, 동물 안락사 문제, 장애인 공동주택 부족 문제 등을 한꺼번에 해결할 솔루션을 찾아낸 것.
와옹냐옹, 동물은 생명을 구하고 장애인은 보살피는 행복을 얻다
현재 일본 전역에 장애인 판정을 받은 사람은 약 9백90만 명 정도.
장애인 A씨(남성.50대)는 혼자 살았다. 식사 준비 등 불편한 점이 많아 장애인 공동주택에 입주했다. 하지만 잘 맞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와옹냐옹 사이타마란잔(埼玉らんざん) 2호관을 찾아 새로 입주하게 됐다.
그는 집 근처 수퍼마켓에서 일한다. 벌써 9년째다. 오후 1시부터 7시까지가 그의 근무시간. 퇴근 후 가장 먼저 하는 일은 포케를 부르는 것. 나머지 대부분의 시간은 포케와 함께 보낸다. 매일이 즐겁다. 자립과 행복, 그 두 가지를 모두 얻었기 때문이다.
다른 한 입주자는 "사실 동물을 좋아하지만, 일본에선 우리 같은 장애인이 반려동물을 키우며 혼자 살긴 정말 어렵다"고 했다.
일본에서도 반려동물과 함께 살 경우엔 월세가 훨씬 비싸진다. 집세를 아끼려 공동생활을 해보려 해도 대안이 별로 없다. 동물이 함께 살 수 있는 장애인 복지시설은 일본에도 별로 없었기 때문. 장애인들이 반려동물 키우는 생활을 대부분 포기하고 마는 이유다.
"사람도, 동물도 행복하게"... 동물매개치료(animal therapy) 효과는 덤
와옹냐옹은 일본 아니스피(Anispi)홀딩스란 회사가 처음 만들기 시작했다. 후지타 히데아키(藤田英明.46세) CEO는 20년 넘게 사회복지 관련 일과 동물보호단체 활동을 병행해 왔다.
그는 "장애인은 비장애인보다 동물을 좋아하는 비율이 높다는 통계도 있다"면서 "이런 여러 인연이 겹쳐져 와옹냐옹 모델이 나왔다"고 했다.
아니스피의 ‘빈집 활용 연구소’가 전국의 빈집들을 찾아 나섰다. 대도시 도심만 벗어나도 일본엔 빈집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한몫 했다.
직원들과 입주지들(cheriee.jp)빈집 하나 하나를 와옹냐옹 전용시설들로 개조해나갔다.
규모가 큰 장애인 시설에 비해 가족적인 분위기여서 동물과 함께 지내기에 적합하다는 것도 장점.
특히 강아지는 산책이 필요하니 자연스레 바깥에 나가 운동 겸 동네 주민들과 교류도 할 수 있게 됐다.
개 산책을 하며 친해진 주민들이 개를 데리고 와옹에 놀러 오는 일도 흔하다. 서로의 마음이 열리는 것.
잦은 발작으로 고생을 하던 입주자가 와옹에 들어오고 난 이후부턴 전혀 발작을 일으키지 않은 사례도 있다. 와옹냐옹 모델이 장애인들에게 특별한 가치를 제공해온 효과다. 사람과 동물의 복지를 함께 추구해 "사람도, 동물도 행복하게"라는 철학을 구현하고 있는 셈이다.
한편, 일본의 <PR타임즈>는 지난 2일, "전국에 걸쳐 '와옹냐옹' 주택이 누계 758곳을 돌파했다"고 전했다.